칼슘섭취 유일한 대안 … 우유? 난센스!
칼슘섭취 유일한 대안 … 우유? 난센스!
  • 정지미, 김기연 기자
  • 승인 2017.04.2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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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식품·식단 차고 넘쳐 … 전북, 우유급식 조항 삭제

■ 학교 우유급식 꼭 필요한가

지난해 12월 본지가 실시한 전국 학교 영양(교)사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선 제외되어야 할 영양(교)사의 업무’ 중 두 번째가 바로 우유급식이었다. 영양(교)사들이 우유급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온 지 무척 오래됐음에도 이에 반응을 보이는 기관이나 단체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에서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우유의 ‘무용론’과 ‘유해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우유에 대한 논란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우유급식까지 이어졌다. 본지가 우유급식에 대해 취재하면서 만난 많은 영양(교)사들은 “우유급식의 정책방향을 고민하고 재검토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① 학교 우유급식 현황과 실태 -“우유 마셔줘야 하는 학교!”
② 학교 우유급식 목적에 대한 의문 - “누구를 위해 우유를 마시나”
③ 학교 우유급식의 변화를 위한 제안 -“우유가 없는 학교는?”

 

 

전라북도 전주시 서중학교의 백영숙 영양교사가 구성한 식단. 백 영양교사는 우유에 포함된 영양소와 열량까지 고려한 식단을 구성해 아이들에게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4월 4일과 5일 전주 서중학교 재학생들에게 제공된 식단을 소개한다. 4월 4일에는 ①차수수밥 ②사골떡국 ③비엔나소시지야채볶음 ④두부구이 & 달래양념장 ⑤취나물무침 ⑥배추김치로 식단을 구성했다. 열량이 798.9kcal로 영양소 함량은 각각 단백질 29.9, 칼슘 219.5, 철분 6.5로 영양소 섭취기준을 준수했다. 4월 5일에는 ①치킨팔락파니르카레 ②콩나물김칫국 ③배추겉절이 ④단호박샌드위치 ⑤홍초쥬스로 구성됐다. 열량은 790.9kcal로 영양소 함량은 각각 단백질 26.3, 칼슘 198.7, 철분 5.7로 영양소 섭취기준을 준수했다.

 

 

사실상 ‘권고’로 포장된 ‘강제’ 학교 우유급식이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우유가 없는 학교급식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우유 속에 포함된 영양소를 섭취하면서 우유급식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학교현장에서 시도되고 있다.

우유에 포함된 영양소는 칼슘을 비롯해 단백질과 탄수화물, 비타민 등 대략 100여 가지 이상이다. 우유급식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재수, 이하 농식품부)와 낙농진흥회(회장 이창범) 측은 “칼슘의 흡수율이 가장 높은 식품이 우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음식을 통한 칼슘섭취는 크게 어렵지 않다.

영양(교)사들은 칼슘을 대체하기 위해 새우와 멸치로 육수를 만들고 조리법을 바꿔 멸치의 모양을 남기지 않고 조리하는 등의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영양(교)사들에 따르면 칼슘의 흡수율을 높이는 데는 비타민과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지만 되도록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특히 칼슘이 풍부한 음식으로는 멸치와 깻잎, 양배추 등을 추천한다. 멸치는 볶을 때 비타민 C가 풍부한 건포도를 넣으면 칼슘 흡수율이 높아진다. 만약 멸치에 대해 아이들이 잘 먹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면 조리법을 조금 바꾸면 된다. 멸치의 모양이 안 보이도록 갈아서 요리에 포함하거나 육수를 내는 방식으로 칼슘 섭취가 충분하다고 말한다. 깻잎은 잘게 썰어 조미료처럼 요리에 포함시키는 방법이 이미 영양(교)사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선호도가 멸치나 깻잎 등에 비해 높은 편인 양배추는 칼슘 흡수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등 필수영양소 역시 간단한 식사 조리법만으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 현미밥은 물론 찰기장밥, 검정약쌀밥 등 주식에 대한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우유에 포함된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보충할 수 있다.

충남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우유에 함유된 영양소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영양전문가인 영양(교)사들의 경험과 지식을 살리면 얼마든지 강구할 수 있다”며 “농식품부와 낙농진흥회가 주장하는 ‘우유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이 굳이 먹기 싫어하는 우유를 강제로 먹이려는 시도가 필요 없다는 뜻이다. 학교현장에서도 우유급식을 대체하려는 여러 움직임이 있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전라북도 지역이다.

전북지역에서는 전북영양교사회(회장 백진순)를 중심으로 학교급식 기본방향에 우유급식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우유급식 업무를 영양교사들의 업무에서 제외하는 등 눈에 띄는 활동을 하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은 학기 시작에 앞서 ‘학교급식 기본방향’을 작성하는데 이에 대한 기초자료가 되는 것이 교육부의 ‘학생건강증진 기본방향’이다.

교육부는 매년 학생건강증진 기본방향 중에서 ‘영양관리 및 식생활 지도 강화’ 항목에 학교 우유급식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교육부는 ‘학교 우유급식 참여율 제고’와 ‘버려지는 우유가 없도록 담임교사가 지도할 것’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방향이 각 시·도교육청 학교급식 기본방향에 반영되고 있다.

전북 전주 서중학교 백영숙 영양교사는 “전북지역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교육청에 우유급식 관련 항목을 삭제할 것을 요구해 결국 이를 관철시켰다”며 “그러나 전북영양교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북이라는 지역에 제한적일 뿐이며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유급식이 아닌 칼슘 등 영양소 중심의 식단구성이 정착되자, 억지로 우유급식을 강권하는 사례가 줄어들었고, 결국 이는 버려지는 우유가 대폭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전북지역의 또 다른 영양교사는 “영양(교)사들이 우유급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단지 낙농산업의 발전이라는 목적만으로 우유급식을 강제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전북지역의 사례가 전국에 잘 알려져서 불합리한 우유급식 관행이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중요한 칼슘섭취 수단, 급식 강요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  이연섭 서기관)

Q. 현재 일선 학교에서는 우유를 반드시 급식에 포함시켜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요 연구결과를 보면 성장기 학생에게 칼슘 등 영양소를 공급하기 위해 우유를 급식에 포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기술하고 있으며 영양학과 전문가들도 학생들의 영양소 섭취를 위해 우유를 급식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4년 국민건강통계에서 칼슘 섭취량의 주요 공급식품 1위가 우유였고 4위가 요구르트였다. 급식에서 우유를 제공받는 초등학생의 칼슘 섭취량이 영양섭취기준의 76.3% 수준이고 반대의 경우는 대부분의 영양소의 섭취상태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Q. 일부에서는 우유로 인한 ‘영양소 과잉’을 우려한다. 이는 곧 ‘고른 영양섭취’라는 급식의 목적에 역행하지 않나.

우유는 오히려 청소년들의 비만에 효과적인 식품으로 알려져 있고 칼슘 공급원으로 아주 중요한 식품이다. 우유로 인한 영양소 과잉보다는 학생의 전체 음식물 영양 상태를 먼저 봐야 할 것이다.

Q. ‘국내 낙농산업의 안정적 발전’이라는 목적은 학교급식을 낙농산업의 발전을 위한 공적인 소비처로 여긴다는 지적이 있다.

우유급식의 재원으로 축산발전기금을 쓰기 위해 사업 목적을 명시하긴 했으나 공적인 소비처로 여긴다는 시선은 잘못됐고 학생의 교육 및 건강적인 측면에서 우유는 꼭 필요하다.

Q. 가정통신문과 수요조사에서 우유급식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처럼 유도하지 않나.

가정통신문과 수요조사는 학부모 및 학생의 의견을 고려하는 것이며 본인의 선택에 따라 우유급식을 하는 것이다. 유도하는 것이 아니다. 우유급식 불참 이유를 묻는 것은 학생의 우유 알레르기 등에 대한 사고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Q. 학교에서 버려지는 우유의 양이 많다. 이같은 현실을 인지하고 있나.

일부 학생들이 버리고 있다는 내용은 현장과 언론을 통해 인지하고 있다. 낙농진흥회와 함께 영양(교)사 대상 우유 특별강의를 하고 교육부와 함께 학교에서 교육과 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선호도 높은 유제품을 1주일에 1회 급식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학생이 희망하지 않는 우유급식을 강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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