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바뀐 풍경 중 하나가 학교급식 사진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 공유하는 것이다. 식단과 실제 배식된 식판 사진을 올려 학교 밖의 사람들에게도 알린다. 이는 교육부 지침이기도 하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학생이 찍은 급식 사진’이라는 제목이 눈에 띈다.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평촌경영고등학교(교장 이근호, 이하 평촌경영고)의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타 학교에서는 영양(교)사가 직접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에 올린다. 이와 달리 급식을 먹는 학생이 직접 사진을 촬영해 홈페이지에 올리는 평촌경영고의 영양(교)사는 굵직한 목소리를 가진 구다니엘(37) 영양교사다.
“꼼꼼하고 소통을 잘 한다.”
주변 사람들이 구 영양교사에 대해 공통으로 내놓은 답변이다. 남자이지만 여느 영양(교)사 만큼이나 구 영양교사는 세심하게 급식을 운영하고 있다.
평촌경영고를 방문했을 때 구 영양교사는 영양관리실에서 학생과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구 영양교사가 만든 요리동아리의 임원인 정재민 학생은 “지난해부터 직접 구 영양교사에게 요청해 요리동아리 ‘라따뚜이’를 개설하게 됐다”고 했다.
구 영양교사는 학생들과 직접 만나거나 혹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동아리에서 만들 메뉴에 대해 토론하기도 한다.
또한 별다른 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요리동아리를 위해 직접 학교 인근 요리학원을 빌려 학생들과 함께 요리 시간을 갖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배식도우미를 하며 급식사진을 담당하는 3학년 문경성 학생은 “선생님과 취미 등 일상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취업이나 자격증 시험 등에 대해 고민을 털어 놓기도 할 정도로 친하다”며 “선생님은 우리에게 급식에 대해 의견을 묻고 이를 최대한 반영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구 영양교사는 처음에는 다른 학교들처럼 푸짐하고 보기 좋게 보정한 급식사진을 올릴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본인이 배식받은 급식과 사진을 비교하고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해 학생에게 사진을 부탁하고 매일 모바일 메신저로 받고 있다고 한다.
학생뿐만 아니라, 모두 여자들인 동료 조리사(원)들에게도 꼼꼼한 배려를 잊지 않는다. 최성미 조리사는 “몸이 아픈 조리사(원)를 위해 병가도 먼저 알아보고 알려줄 정도”라며 “사실 남자 영양교사가 온다고 해서 많이 놀랐지만 같이 일하다 보니 남녀의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내 학교 영양(교)사 2125명(영양교사 942명, 영양사 1183명) 중 남성 영양(교)사는 단 2명이며 그나마 서울시 1330명(영양교사 574명, 영양사 756명) 중에는 한 명도 없다. 전국에 남자 영양교사는 대략 30여명으로 이 중 2008년 공채를 통해 영양교사가 된 사례는 구 영양교사를 포함해 단 네 명 뿐이다. 남자에게는 영양교사가 되는 것이 ‘좁은 문’이자 ‘새로운 도전’인 것이다.
남자 영양(교)사가 된 계기가 궁금했다. 구 영양교사는 “어릴 때부터 식품에 관심이 많았고 교편을 잡으셨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영양교사가 될 결심을 했다”고 답했다.
하루 종일 금남(禁男)의 공간에서 일하지만 불편함은 없다는 구 영양교사는 “조리사(원)들이 한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린 뒤에 남자인 나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어 오히려 내가 조리사(원)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오히려 배려의 말을 건냈다.
그는 또 “학부모들이 처음에는 영양교사가 남자인 것에 어색해하지만 유명 쉐프 중 남자가 많다는 걸 비유로 들면 전혀 거부감 없이 편하게 대해준다. 직업에는 성별이 따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 영양교사는 “음식을 통해 누군가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직업이 영양교사다”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덧붙여 “앞으로 영양교사로 진출하는 남학생들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