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에서 6일로…6개월 만에 또 개정
3일에서 6일로…6개월 만에 또 개정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3.0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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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급식소 갑작스런 법 개정에 냉동고 추가 구입 부담감

 

▲ 단체급식소의 ‘보존식’ 의무 보관기간이 기존 72시간 이상에서 144시간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3일 동안 보관해오던 것을 6일 보관해야 한다. 사진은 영양교사가 보존식 전용 냉동고에 보존식 보관 날짜와 식단을 적고 있다.

단체급식소의 ‘보존식’ 의무 보관기간이 기존 72시간 이상에서 144시간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3일 동안 보관해오던 것을 6일 보관해야 하는 셈.
보존식은 단체급식소에서 식중독 사고 발생시 역학조사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보관기간 연장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냉장보관에서 냉동보관으로 보관방법이 변경된 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관기간을 늘려 현장에서는 냉동고 구입 재원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권모 영양사는 최근 개정된 식품위생법 때문에 고민이다.

보존식 보관기간이 3일에서 6일로 연장돼 기존의 냉동고로는 보존식의 양을 처리할 수 없어 새로 구입해야 하지만 재원 마련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권 영양사는 “병원은 기본 3식에 일반식과 치료식이 따로 제공되기 때문에 가짓수도 많은데 이를 보관하려면 대형 냉동고하나를 더 들여놔야 할 판”이라며 “법 개정으로 보관용 냉동고를 들여놓기는 해야겠지만 보관방법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냉동고나 보존식기 등 물품을 구매하기가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서대문구, 어린이집 냉동고 구입 지원

경기도 여주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 근무하는 김모 영양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후원자들이 기부하는 후원금으로 급식을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어려운 재정에도 불구하고 보존식 냉동고를 구입했었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인해 추가 구매를 해야 할 판이다.
김 영양사는 “보존식 냉동고 구입을 해야 하지만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후원금의 용도를 함부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갑작스런 법 개정으로 예산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병원이나 사회복지시설은 열악한 영유아보육시설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도 급식을 하고 있기때문에 보존식 냉동고를 들여놔야 한다. 부모들이 내는 원비로 급식과 시설 운영비, 인건비 등을 충당하고 있는 실정에서 보존식 냉동고를 중복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 큰 부담이다.
경기도 시흥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홍모 원장은 “보존식전용 냉동고를 들여놓고 싶지만 운영비도 부족한 상황에서 추가로 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보존식 냉동고 지원에 나선 지자체도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보존식 냉동고를 지원하고 있는 서울시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식중독 예방 차원을 위한 수요조사를 실시해 영세한 보육시설에는 손소독기 또는 보존식 냉동고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서대문구를 제외하고는 지원 대책을 내놓은 지자체는 없는 상태다.

보관기간 연장된 취지부터 홍보해야

이번 법 개정은 식중독 원인 규명률을 높이는 차원에서 높이 평가될 일이다. 하지만 안전성 확보를 이유로 법 개정 이후 후 속조치에 투입되는 막대한 예산의 중복 사용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것이 문제다.
대한영양사협회 관계자는 “이번 법 개정 전에 보존식 냉동고중복 구매에 따른 문제를 지적했지만 관련 부처에서는 기간 연장이 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권 영양사는 “학교나 공공기관은 식품진흥기금 등 지원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있지만 열악한 환경의 기업체나 병원, 영유아보육시설 등은 그렇지 못하다”며 “급속 냉동기능이 없는 일반 냉동고를 활용할 경우 보존식을 냉동하기 전에 식중독균은 번식하기 때문에 보존식 보관기간 연장만이 완벽한 해결책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급식소의 경우도 보존식 보존방법이 변경된 뒤 대부분 보존식 냉동고를 새로 구입했다. 식재료를 보관하던 냉장고에 보존식을 보관하던 학교들은 지난해 7월 22일 이전에 이미 교체를 마쳤다. 그러나 학교도 재구매해야 하는 곳이 태반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보존식 냉동고를 구매했다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는 총 5칸짜리 제품으로 5일치 식단을 보관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롭게 개정된 법이 시행되는 올해, 하루치 보존식을 따로 보관해야 할 판이다. 이 학교 영양교사는 하루치 보존식을 기존에 사용하던 냉동고에 보관할 예정이다. 영양교사는 “법개정이 한꺼번에 이뤄졌다면 넉넉하게 보관할 수 있는 냉동고를 구매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초등학교의 경우 중식만 제공하기 때문에 기존 냉동고를 활용하는 방안이 있지만 중·고등학교는 상황이 다르다.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중·고교는 저녁까지 기본 2식을 제공한다. 기숙을 하는 학교들은 하루 3식을 제공한다. 이런 학교들은 기존보존기간인 3일에 맞춰 구입한 냉동고와 비슷한 용량의 냉동고를 재구매해야 한다.
하루 3식을 제공하고 있는 제주도의 한 고등학교 영양교사는 “학교는 교육청이나 정부에서 냉동고 구입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겠지만 이보다 보존기간이 왜 6일로 늘었는지부터 홍보해 단체급식 관계자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20℃에서 14일간 보관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식중독 역학조사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법을 개정했지만 6일까지 보존기간을 늘린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급식 선진국이라는 일본의 경우 이미 1990년대부터 -20℃ 이상에서 14일간 보존식을 보관하도록 법으로 규정해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6일보다 두 배 이상 길다.
일본이 식중독균 원인 규명률을 높이기 위해 14일로 정한 것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는 게 보건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본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보관기간을 또다시 늘릴 경우 이번과 같은 예산의 중복 사용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경상남도 모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법 개정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번의 경우, 적용 기간이 짧아 1년 내에 똑같은 용도의 예산을 중복해서 집행해야 한다”며 “범정부차원에서 필요한 조치였지만 일본과 같이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보관기간을 더 늘렸어야 하기 때문에 이 문제가 재발될 가능성

이 높다”고 꼬집었다. 이번 법 개정 이후 가장 큰 수혜자는 보존식 전용 냉동고를 생산하는 업체들이다. 두 차례의 법 개정을 통해 보존식 냉동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한 해 보존식 냉동고 시장을 약 1,000억 원 정도로 보고 있으며 이번 개정을 통해 두 배 이상의 성장세를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보존식 냉동고를 유통하는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법공포 후 급식소 관계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법 개정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 점은 있지만 업계는 이미 일본에 준하는 제품들을 준비해놓은 상태라 공급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_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사진_이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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