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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낙찰하한율 87.745%의 비밀
시설공사 낙찰하한율 무분별하게 적용지방계약법에도 근거 없는 숫자…별도 규정 마련 시급
2009년 04월 21일 (화) 11:58:12 대한급식신문 info@fsnews.co.kr

학교급식 관련 공공계약시 꼭 따라붙는 87.745%의 룰. 시설공사나 식재료구매 등 공공계약시 최적의 낙찰하한율로 공인되고 있는 것이 바로 87.745%다. 공공구매 계약을 해본 업체 관계자들은 누구나 한번쯤 이 87.745%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을 것이다.특히 공공구매 계약 방식이 최저가입찰에서 제한적 최저가입찰제로 전환되면서, 이에 대한 궁금증은 더 해 가고 있다.

   
▲ 학교급식 관련 공공계약시 적용되는 낙찰하한율은 지방계약법 어디에도 그 근거가 없다. 사진은 급식관계자가 급식업체로부터 공급받은 식재료를 검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공공계약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국가계약법)’과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에 따라 체결된다. 이 중 학교급식관련 시설공사나 식재료 등과 같은 물품구매 계약 등은 지방계약법에 근거해 진행된다.
요즘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일명 나라장터·G2B)을 이용해 전자입찰을 하고 있다. ‘급식계약 청렴도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각 교육청의 권고로 많은 학교에서 전자입찰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낙찰하한율인87.745%가 적용된다. 본지가 올해 3월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산하 학교에서 ‘나라장터’를 이용해 실시한 전자입찰 공고를 분석한 결과전북, 경북, 울산을 제외한 나머지 13개 지방교육청 산하 학교에서 87.745%의 낙찰하한율을 적용해 전자입찰을 하고 있었다.
2,000만 원 이하의 계약 건은90%의 낙찰하한율을 적용했다. 전국의 모든 학교들이 나라장터를 이용해 입찰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자입찰을 하는 학교는 거의 대부분이 이 낙찰하한율을 적용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올해부터 클린계약제도를 시행해 전자계약을 의무적으로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충청북도교육청도 낙찰하한율을 적용한 제한적 최저가입찰제를 진행하거나 각 학교에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외에 전북과 경북, 울산교육청은 최저입찰제로 입찰을 하거나 학교 재량에 맡기고 있다.
제한적 최저가입찰제는 법으로 명시된 계약방법은 아니다. 계약 편의상 지칭하는 용어일 뿐이다. 이 계약방법은 문자 그대로 최저가로 입찰을 하되 일정한 낙찰률을 정해 그 가격 이하로 계약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만원의 계약이 있다면 87.745%의 낙찰하한율을 적용해 87만7,450원 이상의 입찰가중 가장 근접한 가격이 낙찰되는 것이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 낙찰하한율이다. 87.745%는 과연 누가 어떻게 결정한 수치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낙찰하한율은 지방계약법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숫자다. 전국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이 적용하고 있는 이 낙찰하한율이 어떤 근거로 사용되고 있는지 먼저 시도교육청 계약 담당 사무관들에게 문의했다.
그러나 명확한 답변은 없었다. 다만 지방계약법 시행령 42조에 ‘지방자치단체 입찰시 낙찰자 결정기준’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답변뿐이었다. 교육청에서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행정안전부 예규에도 87.745%라는 숫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지방계약법을 담당하고 있는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담당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87.745%는 ‘지방자치단체 시설공사 적격심사 세부기준’에 따라 10억원 미만 또는 3억 원 이상 규모의 공사에 대한 낙찰하한율이었다.
이 수치를 산정하는 방식은 행안부 예규에 별도의 규정으로 있다. 또한 공사의 규모나 계약의 종류에 따라 72.995%부터 87.745%까지 다양하다(<표1>). 물론 수치로 환산했을 때 나오는 백분율일 뿐 이를 정확하게 숫자로 명시해 놓지는 않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학교급식 관련 계약에서 87.745%를 적용하는 것은 지방계약법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근거도 없는 낙찰하한율을 적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00만 원 이하의 계약에 90%의 낙찰하한율을 적용하는 것도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식재료 같은 물품구매는 2억원 이상의 계약에 한해 업체에 대한 적격심사를 하고 나머지 소액의 경우 적격심사 자체를 하지 않는데, 이런 식재료구매 계약에 낙찰하한율을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답했다.
한마디로 법 해석을 교육청 편의대로 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살펴보면 교육청이 학교신축 등과 같은 시설공사와 관련해 적용해오던 낙찰하한율을 식재료와 같은 계약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급식 관련 전문가들은 식재료와 같은 학교급식 관련 계약들이 별도의 규정에 따라 관리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건강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식재료의 경우지방계약법이 아닌 새로운 규정을 두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급식에 농축산물을 공급하는 업체 관계자는 “국가계약법이나 지방계약법은 모두 시설공사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낙찰하한율 자체가 식재료 공급계약에 적당한 룰은 아닌 것 같다”며 “학교급식법에 이와 관련된 내용을 별도로 명시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자입찰은 ‘로또’?

최저가입찰제도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기초금액에 무조건 최저가로 입찰해야 낙찰되던 것을, 낙찰하한율을 적용해 더 이상 싸고 질 낮은 제품들이 공급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경기도 소재 수산물 공급업체 안모 대표는 “예전에 최저가입찰을 할 때 많게는 기초예상금액의 65%까지 낮게 잡아 경쟁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최고 90% 이상까지도 금액을 보장해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며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공급하던 업체들은 전자입찰의 수혜를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자입찰을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다. 학교급식에 20여 년 동안 식재료를 납품해온 한 축산물 공급업체 장모 대표는 “현 전자입찰 제도는 10년 전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전자입찰은 10년 전 진행하던 입찰방식에 낙찰하한율만 적용한 것”이라며 “그때도 문제가 돼 입찰방식을 바꿨었는데 10년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우려하는 것은 학교급식 관련업체들의 위생시설이나 공급 및 경영능력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입찰이 이뤄져야 하는데 낙찰하한율에 가장 근접한 업체가 선정되다 보니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를 ‘로또’로 표현하기도 한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공공계약의 적격심사는 입찰가격을 제외한 나머지 평가요소에 대한 변별력이 없어 결국 낙찰하한율을 맞추는 업체가 수주하게 된다”며 “적격심사의 예정가격은15개의 복수 예정가격 중 4개를 뽑아 산술평균한 것이기 때문에 누가 이 가격을 정확히 맞추느냐에 따라 낙찰 여부가 결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45개 숫자 중 6개를 맞추면 당첨되는 로또복권 당첨 방식과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오늘 공급하던 업체가 내일이면 일거리가 없어지는 그야말로 ‘복불복’ 시장에서 업체들이 어떻게 시설에 투자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안정적인 공급계약이 이뤄지게 되면 지속적인 시설투자를 통해 안전성도 확보하고 전문성도 갖춰 학교급식은 이상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초금액 산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수산물 공급업체 관계자는 “시장조사가 진행되는 할인마트나 시장은 1년 내내 꾸준히 판매가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에 마진을 최소화해 판매가를 정하지만, 1년에 최대 180일을 공급하고 있는 급식업체들에게 이 가격으로 공급하라는 것은 문제다”라며 기초금액 산정 기준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는 “학교가 두세 개 업체로부터 받은 견적서 중 가장 낮은 가격으로 써낸 식재료만을 골라 기초예상가격을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며 “공급 도매가에87.745%까지 적용시키면 최저가입찰제와 가격 차이가 없게 돼 업체들의 부담이 크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글_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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