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보건소장에 의사 우선 임용은 차별”
인권위, “보건소장에 의사 우선 임용은 차별”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7.05.1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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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 개정 권고… 영양사 등 비의사 전문직 기회 확대될 듯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 이하 인권위)는 지난 17일 보건소장 임용 시 보건 관련 전문 인력에 비해 의사를 우선 임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없이 특정 직종을 우대하는 차별행위로 판단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관련 근거인 ‘지역보건법 시행령’ 제13조제1항 개정을 권고했다.

‘지역보건법 시행령’ 제13조제1항은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보건소장으로 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인권위는 이 조항이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 의사면허가 없는 의료인과 영양사, 임상병리사 등 보건의료 관련 공무원에 대한 차별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지역보건법 시행령 제13조에 의하면 보건소장은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들 중에서 임용해야 한다. 다만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 5년 이상 보건 등의 업무와 관련하여 근무한 경험이 있는 보건 관련 공무원을 예외적으로 보건소장으로 임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기동민 국회의원실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기준 전국 252명의 보건소장 중 의사 출신은 103명(40.9%)이였으며 비의사 보건소장은 149명(59.1%)이였다. 비의사 보건소장 중에선 의료기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보건의료 전문직이 81명(32.1%)으로 가장 많았으며 보건분야 일반 행정공무원이 48명(19%), 간호사 18명(7.1%), 약사는 2명(0.8%)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관련 부서에 따르면 아직 전국 보건소장 중 영양사 출신 보건소장은 1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이처럼 보건소에 의사와 치과의사, 간호사, 약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치과위생사 등 전문 분야별로 자격을 갖춘 인력들이 배치되기 때문에 특별히 의사 면허를 가진 자를 보건소장으로 우선 임용해야 할 필요성이 적다고 판단했다.

또한 보건소의 업무가 국민건강증진·보건교육 및 영양개선사업, 공중위생 및 식품위생 등 의학뿐만 아니라 보건학, 영양학 등 다른 분야와 관련된 사항도 있고 건강증진 등과 관련된 지역보건 사업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에서 권고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의 권고대로라면 약사나 간호사, 치위생사뿐만 아니라 영양개선사업과 건강상담 등의 업무에 종사해온 영양사들도 보건소장을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굳이 보건소에 근무하는 영양사가 아니어도 5년 이상 보건 등의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다면 보건소장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이 인권위의 판단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일선 영양사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영양사는 “보건소장이라는 직위는 보건소에 근무하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똑같은 기회로 주어져야 한다”며 “보건소에 근무하는 영양사들의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영양사협회 최수미 정책국장은 “비정규직이 많은 보건소 영양사의 정규직화 등 아직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많지만 이번 인권위의 결정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협회에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정책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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