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우유 거부’, 업계는 ‘밀어 넣자’
학교는 ‘우유 거부’, 업계는 ‘밀어 넣자’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7.06.02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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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육우협회, 행자부에 우유급식 위한 별도의 계약기준 요구
학교 영양(교)사들, “우유 소비 확대, 학교 밖에서 하라” 성토

학교 우유 급식률이 매년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이유와 원인에 대한 개선 없이 무작정 우유 급식률을 높이려는 우유업계의 움직임이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회장 이승호, 이하 협회)는 지난달 22일 행정자치부(장관 홍윤식, 이하 행자부)를 방문해 최저가 입찰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하여 일부 수정과 함께 학교 우유급식 특성을 반영한 별도 기준 마련을 요구했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예정가격 이하로서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자부터 순서대로 계약능력을 심사해 낙찰자를 결정한다’는 규정이 그대로 남아 있다. 협회는 이에 대해 “최저가 입찰제 폐지의 취지를 올바르게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규정 삭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협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공사 또는 물품·용역 등의 특성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행자부장관과 협의를 거쳐 기존 행자부장관이 정한 기준과 달리해 심사기준을 정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별도의 심사기준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 이승호 회장은 “최저가 입찰제 폐지가 결정된 만큼 학교 우유급식 특성을 반영한 별도 심사기준 마련을 위해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교육부, 행자부와 협의를 적극 진행해야 한다”며 “지난해 10월 홍문표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 계류 중인 낙농진흥법 개정안을 적극 활용해 관계부처가 근본적인 학교 우유급식 개선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협회의 이같은 요구는 일선 학교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지금까지 학교 우유급식에 지적됐던 수많은 문제점은 전혀 해결하지 않은 채 더 많은 우유의 공급을 위해서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학기가 진행될수록 아이들의 우유 섭취는 계속 떨어지고 먹기 싫은 아이들은 우유를 방치하거나 버리는 행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데도 원인과 대안 마련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우유급식을 일관되게 반대해온 전북의 한 영양교사는 “협회는 왜 아이들이 우유를 버리는지에 대한 근본적 대책은 없이 막무가내로 우유를 학교에 밀어 넣으려고 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우유를 거부하는 상황임에도 협회에서는 학교를 확실하고도 거대한 규모의 소비처로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기도의 한 영양교사도 “우유업계가 우유를 팔아먹기 위한 소비처로만 학교를 보는 이상 우유 급식률이 높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학교현장에는 더 이상 우유가 없어도 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데 협회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일선 영양(교)사들의 지적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우유는 꼭 필요한 필수영양소 섭취원”이라며 “식생활교육과 영양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우유 음용습관을 길러주면 버리는 일이 줄어들 것이고 이는 곧 아이들의 건강 유지와 성장 발달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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