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과중 불가피·영양교사는 급식비 징수관리까지
업무 과중 불가피·영양교사는 급식비 징수관리까지
  • 한상헌기자
  • 승인 2009.11.0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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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 - ‘에듀파인’ 내년 시행 앞두고 불안ㆍ불만 최고조교과부 국감 “교사, 행정요원 일 구분기준 마련” 주목

 

▲ 한국교총이 최근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에듀파인을 경험한 교사 중 65.4%가 ‘시범운영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내년 3월로 예정된 전국 초·중·고교의 학교회계시스템 ‘에듀파인(edufine)’ 시행 시기가 다가올수록 교육현장에서의 불안감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가 ‘전면시행을 늦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국회의원들도 ‘철저한 보완, 시행 시기 연기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 촉구했다.


교사들은 교과부가 내세우는 에듀파인의 장점과 편리함보다 업무 과중으로 인한 수업 결손 등 교권 침해가 더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교총은 “최근 설문조사 결과 에듀파인을 경험한교사 중 65.4%가 ‘시범운영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답했다”며“개선책을 마련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교사들에게 모든 책임 전가”

 

에듀파인은 사업 담당자가 예산 계획과 운영, 처리까지 도맡아 해야 하므로 교사들의 업무 가중은 물론 수업 결손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이 시스템을 시범운영 중인 서울 A중학교 박모 교장은 “회계처리 과정에서 결재를 해야 하는 건지 아닌지 혼자고민하다 담당 교사를 불러 물어보는 수밖에 없는데 결재 때문에 수업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불가피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도 B중학교 손모 교사는 “교사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정작 회계업무를 해야 하는 행정실은 통장만 갖고 있는 시스템이라면 분명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 회계업무를 총괄하는 행정실장들도 업무 과중으로 인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C고등학교 주모 행정실장은 “담당교사들이 한다면 제품 구입 가격이나 업체 선정 등에서 좀 더세밀하고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업무 과중의문제가 시행의 가장 큰 걸림돌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각 시·도교육청별로 진행하는 연수에 대한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에듀파인 연수를 받았다는 배모 교사는 “수업만하던 교사들이 며칠 교육을 받고 회계업무까지 한다는 것은 수학교사에게 영어를 배워서 가르쳐 보라는 것과 똑같은 일”이라며 “꼭 도입되어야 한다면 회계업무 전문가들인 행정실에서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교무 회계 전담할 추가 인력 필요

교사들은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교별로 추가인력을 배치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에듀파인을 비롯해, 교무업무시스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등 3개의 시스템 운영에 있어교사가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영역을 전담할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양(교)사들의 경우 지금도 일감을 집에 가져가 처리해야 할정도로 행정업무가 많은 상황에서 에듀파인의 본격 도입을 앞두고 걱정이 커지고 있다.
영양교사들이 현재 NEIS를 통해 수행 중인 급식업무는 식단 작성, 품의요구, 검수서·발주서 출력, 급식일지 작성, 중식지원 업무 등 다양하다. 이외에도 식재료 검수, 위생관리, 조리관리, 영양교육, 영양상담 등 근무시간을 초과하면서 업무를 보고 있지만 늘 시간에 쫓긴다.
여기에 행정실에서 담당하던 급식비 징수 결의 및 수납, 조리원 인건비 지급, 식재료 대금 지급, 급식비 회계관리, 우유값 징수, 중식지원비 관리 등 회계업무까지 맡게 되면 업무 과중은불 보듯 뻔하다. 대구 E초등학교 오모 영양교사는 “1,300명이나 넘는 학생개개인의 급식비 징수와 기존에 행정실에서 집행하던 모든 회계업무를 영양교사가 혼자 다 처리할 수는 없다”며 “학교 전체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급식업무를 영양교사가 직접 해야 한다면 급식회계 전담 직원을 배정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교사용 매뉴얼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에듀파인 지원서비스에 탑재된 매뉴얼은 회계담당자 중심으로 되어 있어 처음 접하는 교사들은 낯설기 마련이다. 서울의 D초등학교 정보부장을 맡고 있는 장모 교사는 “학교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행정실과 교무실의 업무 분담에 대한마찰이 발생하는 만큼 행정실 업무와 교사들이 해야 할 업무를정확히 구분해 매뉴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지원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검토하고 있지않다”고 밝혔다.
내년 전면 실시를 앞두고 준비기간이 너무 짧다는 의견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국가회계법과 지방재정법 개정 등으로 공공기관이 모두 복식부기로 바뀌었고 이제 학교회계만 남았다”면서 “지난해 8월부터 시행 예고를 했기 때문에 내년 3월 시행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까지 시스템 보완 완료

시스템 자체에 대한 개선점도 제기됐다. 경기도의 F초등학교 이모 영양교사는 “농산물은 가격 변동이 심하고 예상치 못한 조리기구의 수리나 구입 등에 예산이 소요될 수 있어 급식비예산 품목을 식품비, 운영비, 연료비 등 큰 틀로 나누어 효율적으로 호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그는“학사일정 변경, 자연현상에 따른 농산물 수급의 변동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식단계획의 변동과 품의 수정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NEIS와의 연계성도 떨어지고 프로그램 오류 등 불안한 시스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서울 G초등학교 김모 영양교사는 “급식예산은 학교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아 품의도잦은데 나이스와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시스템 오류도많다”고 지적했다.

최근 열린 국회 교과부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업무경감 아이디어가 오히려 업무를 가중시키는 경우가 있다”며 “대표적인 게 바로 에듀파인”이라고 강조하고 철저한 보완을 주문했다.
정 의원은 “이 시스템이 매우 복잡하고 번거로워 프로그램을 더 보완하고 필요하면 시행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에듀파인에 대한 보완, 수정작업을 현재 진행 중”이라고 답했으며 교과부 관계자도 “시스템적인 문제는 올해 말까지 보완, 개선해 내년 시행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감 현장에서 이성희 학교자율화추진관은“교원 직무기준을 마련해 교사가 할 일과 행정요원이 할 일을구분할 계획”이라고 밝혀 에듀파인 시행의 가장 큰 문제인 교사들의 업무경감 대책이 만들어질지 기대를 갖게 했다.

교총, 에듀파인 경험교사 설문조사

“학교업무에 거의 도움 안된다” 37.4%

지난 9월 17일부터 10월 1일까지 한국교총이 전국 에듀파인 시범운영학교 소속 교사 중 에듀파인 경험이 있는 교원 1,364명(초 816명, 중 310명, 고 2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교원 5명 중 1명(23.6%)은 시범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에듀파인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분한 사전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한 교원은 18.5%에 그쳤다. 또한 응답교원 중 37.4%는 ‘에듀파인 도입이 학교업무에 거의(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에듀파인의 가장 큰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교원
의 60.6%가 교육활동과 연관이 없거나 적은 일들까지 맡게 되는 등 교사의 업무가 대폭 늘어난 점을 지적했고, 다음으로 응답교원의 27.3%가 시스템 자체가 복잡해 이해가 어렵고 사용하기가 불편하다는 점을 꼽았다.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는 응답교원의 61.2%가 교육활동과 연관이 없거나 적은 일들은 교사에게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고, 다음으로 응답교원 17.7%는 교사에 대한 연수, 교사용업무 매뉴얼 배포 등의 조치가 신속히 있어야 한다고 응답했다.에듀파인의 시범운영기간 연장에 대해서는 응답교원의65.4%가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답해, 연장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34.6%)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았다.

글_ 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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