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급식 싫으면 수입산 치즈로… 학교 ‘어이상실’
우유급식 싫으면 수입산 치즈로… 학교 ‘어이상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7.07.1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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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학교 우유급식에 가공유와 치즈 포함’ 계획 비난 거세학생 건강과 국내 낙농산업 발전 아닌 일부 대기업 위한 꼼수

 

▲ 국내 대형 마트에서 시판되고 있는 다양한 유가공제품.

 

새 정부가 들어서며 교육부가 내세운 교육복지정책 중 하나인 학교 우유급식 전면 시행<본지 제218호, 6월 19일자 4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유급식 확대를 위한 궁여지책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가뜩이나 우유급식이 학생들의 음용 거부 등 부작용으로 인해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개선책을 내놓기는커녕 우유급식을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치즈와 같은 유가공제품을 우유 대신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국내산 유제품은 크게 흰우유라고 불리는 ‘백색 시유(이하 원유)’, 저지방우유, 바나나우유와 같은 ‘가공유’, 요구르트류와 같은 ‘발효유’ 그리고 치즈류로 대표되는 유가공제품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원유를 제외하고 학교급식에 제공이 가능한 품목은 저지방우유 혹은 멸균우유 등이다.

학교 우유급식에 사용할 수 있는 우유의 종류와 기준이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의 ‘2017 학교 우유급식사업 시행지침’(이하 지침)과 ‘2017 학교 우유급식 표준 매뉴얼’(이하 매뉴얼)에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가 정한 종류와 기준에 따르면, 국내산 원유 100%를 사용한 백색우유 혹은 국내산 원유 99%를 사용하고 추가적으로 영양성분을 첨가한 가공유를 우유급식에 제공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우유 고유의 맛과 색에 영향을 주는 당, 향료, 색소 등을 첨가한 가공유는 제외된다.

우유의 급식기준을 이처럼 최대한 국내산 원유를 사용하도록 까다롭게 해놓은 이유는 아이들에게 믿을 수 있는 국내산 원유를 공급하는 동시에 학생의 성장과 건강유지라는 급식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와 함께 국내 낙농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우유급식의 목적도 여기에 더해진다.

하지만 학교 우유급식에서 치즈 등 유가공제품이 전면적으로 포함될 경우 이 같은 엄격한 기준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낙농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가공제품 제조업체는 거의 모두 국내 원유가 아닌 해외 수입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산 원유를 사용할 경우 단가가 높아져 채산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유가공제품 제조업체 중 국내산 원유만를 사용하는 브랜드는 단 한 곳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브랜드는 국내 농업특화산업 대상브랜드로 국내산 원유로 치즈를 생산해도 정부가 원유 가격 차액을 보전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치즈는 원유를 가열하고 굳힌 상태에서 만들기 때문에 1kg의 치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2~3kg의 원유가 필요하다. 따라서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단가가 저렴한 수입산 치즈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유 및 유가공업체의 관련 단체인 (사)한국유가공협회 관계자는 “특정 업체에서 국내산 원유를 사용한 제품을 내놓고 있으나 일반적인 제품이라기보다는 프리미엄급 제품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만큼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가공제품 제조업체들이 학교급식 납품용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치즈를 대신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실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학교 우유급식으로 제공되는 200ml 우유 1개의 납품단가는 430원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제한적 최저가입찰제를 거치면 단가는 10% 가까이 낮아진다. 따라서 유가공제품 제조업체들은 별도의 품목 개발을 부담스러워하고 또한 낙찰된다는 확신도 역시 없기 때문에 업체들이 학교급식용 신제품을 내놓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결과적으로 학교 우유급식이 전면적으로 실시될 경우 학생들에게 ‘외면’받는 우유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수입산 원료로 만든 치즈가 유일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낙농업계가 우유급식의 목적 중 하나로 주장하는 국내 낙농산업의 지속적인 발전 도모와도 대치되는 대목이다. 오히려 국내 낙농산업보다 수입산 원료로 치즈 등을 생산하는 일부 대기업만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서울지역의 A영양교사는 “치즈의 원료가 대부분 수입산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학교급식 식재료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반드시 국내산을 쓰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굳이 우리나라 낙농산업과도 무관한 수입산 원료로 만든 치즈를 학교급식에 사용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서울지역의 B영양사는 “우유급식을 왜 하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며 “우유에 포함된 영양소는 채소와 과일로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으며 우유는 학교가 아니어도 각 가정에서 충분히 먹고 있어 굳이 급식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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