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ech빨간불 켜지면 벌금 내는 색다른 급식
Food Tech빨간불 켜지면 벌금 내는 색다른 급식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8.08.26 2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체급식소에 골칫거리인 음식물쓰레기는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때문에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시도들이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이대목동병원에서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캠페인을 벌여 1인

“삐뽀. 삐뽀.”
이대목동병원의 직원식당에서 난데없이 경고음이 울렸다. 한 여직원이 ‘양심저울’ 위에 올려둔 자신의 식판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한다. 저울의 눈금은 900g(식판과 국그릇 포함)을 약간 넘었다. 양심저울은 750g이상이 올려지면 경고음과 함께 빨간불이 켜진다. 여직원은 당황해하며 옆에 마련된 모금함에 100원짜리 동전을 벌금으로 넣었다.

◆ 잔반 많으면 벌금 100원 기부

에너지 절감이 대두되는 요즘 이 대목동병원은 음식물쓰레기로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잔반 줄이기 캠페인’을 시작했다.오는 9월 11일까지 진행되는 이 캠페인의 목표는 현재 발생하는 잔반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 이를 위해 식기반납대 옆에 자신의 잔반량을 수치로 알려주는 양심저울을 설치했다.
직원들은 양심저울을 통해 자율적으로 자신의 잔반량을 체크하고, 낭비되는 잔반에 대해 자각할 수 있다.
잔반량이 300g 이하면 양심저울은 잔반이 거의 없다는 것을 뜻하는 녹색불이 켜진다. 300g 이상이면 노란불이 들어온다. 750g 이상이면 잔반을 많이 남겨 에너지를 낭비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경고음이 울리고 빨간불이 켜진다.
‘잔반 줄이기 캠페인’은 병원 내부의자체 에너지 낭비 방지뿐만 아니라 자연보호와 불우이웃돕기 등 사회환원 활동에도 취지를 두고 있다. 이에따라 양심저울에 빨간불이 켜지거나, 잔반량이 많은 직원은 100원의 벌금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하고있다. 이혜미 간호조무사는 “잔반을 남겨 100원을 냈지만 소외받는 불우이웃을 돕는다고 생각하니 벌금이란 생각이 들지 않고 오히려 기분이 좋다”라고 답했다.

◆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승부

정은정 주임간호사는 “캠페인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잔반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며 주변의 포스터를 가리켰다. 이대목동병원은 캠페인을 실시하면서 자율배식으로 배식방법을 바꿨다. 스스로 적당량만 퍼가 잔반을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일품요리의 대면배식에서도 음식량을 대·소로 구별해 배식한다. 지창훈 원무과담당자는 “자기가 먹을 양만 퍼오게된다”며 “10번 중 9번은 잔반을 남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잔반그래프를 통해 잔반이 많이 나오고 있음을 깨닫고 더 줄이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반찬을 덜 때도 한번더 캠페인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김정현 인턴의사는 게시판에서 주간별 평균 잔반량 그래프를 항상 주의 깊게 본다.
이대목동병원은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어느 정도 잔반이 줄고 있는지 현황을 수시로 공개하고 있다. 주간별 평균 잔반량을 그래프를 그려 게시판에 게재해 단체급식 이용자는 캠페인의 효과를 바로바로 알 수 있다. 줄어든 잔반량은 곧 채소 추가 배식 및 후식 제공으로 이어진다. 심보경 영양사는 “잔반을 남기지 않은 사람에게만 요구르트를 주고 있다”며 “캠페인에 동참한 이들에게는 절감된 비용만큼 혜택을 돌려주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전계민 비뇨기과 의사는 “캠페인 내내 잔반을 남기지 않아 요구르트를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다”고 자랑했다.
단순히 메뉴나 후식이 추가되는 것외에 잔반 절감으로 남은 급식비는 급식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잉여금으로 메뉴가 좀더 푸짐해지고, 좋은 재료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캠페인전에 거의 매번 잔반을 남겼다는 김현아 치과교정과 간호사는 “캠페인이 실시되면서 단체급식이 점점 맛있어지고, 메뉴도 다양해지고 있다. 취지만 좋은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단체급식도 좋아져 잔반을 남기는 일이 별로 없다”라고 말했다.
이현숙 영양과장은 “직원 1인 평균잔반량이 50g 이하로 떨어지면 특식을 제공할 생각”이라고 말하며 “캠페인을 통해 절감된 비용은 모두 단체급식 식단의 질 향상으로 사용되고있다”고 강조했다.

◆ 잔반량 절반 이상 줄어

최근 양심저울을 사용하는 사람이 캠페인 초반에 비해 급감하고 있고 모금함의 동전도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전상영 홍보담당자는 “전반적으로 잔반 줄이기가 습관화되어 잔반을 남기는 직원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물론,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캠페인이라 참여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잔반을 줄이는 데 큰 효과가 있었다.캠페인 이전에 직원 1인 평균 잔반량이 157g이었는데, 9주가 지난 지금94g으로 63g이 줄었다.
이현숙 영양과장은 “잔반 줄이기 캠페인의 목표인 직원 1인당 70g의 잔반량에 72%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캠페인이 종료되기 전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대목동병원은 향후 입원 환자 및 방문객까지 잔반 줄이기 캠페인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이 과장은 “궁극적으로 ‘잔반 제로 병원’이 되어 앞으로 잔반 줄이기 캠페인이 실시하지 않아도 되는 병원으로 만들 것”이라며 비전을 밝혔다.

interview/이현숙 이대목동병원 영양과장

“그날 나온 잔반을 꼭 살펴보라”
잔반에 대한 피드백은 ‘잔반 줄이기 캠페인’의 가장 중요한 자료

 “맛이 없는데 어떻게 억지로 다 먹어?”
이대목동병원 역시 ‘잔반 줄이기 캠페인’ 시행 초기 이런 목소리를 자주 들었단다. 이대목동병원 이용자의 연령은 20~70대, 미화원부터 의대교수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식당을 이용하기에 개별 입맛을 모두 충족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

 이에 이현숙 영양과장은 잔반을 뒤져 잔반이 많이 나오는 것과 적게 나오는 메뉴를 분석했다고 한다. 이 과장은 “결과는 맛과 품질 변화가 적은 밥과 김치가 가장 잔반이 많이 나오는 메뉴였다”며 “맛과 잔반량은 비례하지 않다는 증거를 내밀면서 ‘먹을 양만 식판에 담자’에 중점을 두고 협조를 구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그는 “잔반이 많은 메뉴에 대해서는 새로운 조리법을 개발하거나 양념의 변화를 통해 조금이라도 더 먹을 수 있게 리뉴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 _ 김홍천 기자 khc@fsnews.co.kr / 사진 _ 김승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