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eaT 유령사’ - 사라진 ‘eaT 수수료’
떠도는 ‘eaT 유령사’ - 사라진 ‘eaT 수수료’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7.07.23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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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문제라 말하고, eaT는... ‘답이 없다’

▲ eaT에서 담합과 불공정거래 등으로 적발된 업체는 eaT로부터 제재를 받는다. 그러나 제재 기간이 끝나면 다시 급식 입찰에 참여해도 아무런 법적 제한을 받지 않는다. 학교급식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eaT의 현실이다.
eaT 유령업체, 낙찰되면 ‘납품권 전매’
eaT시스템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일선 학교 영양(교)사들은 물론 시·도교육청, 업체, 전문가들에 이르기까지 학교급식 관계자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eaT시스템은 그동안 꾸준히 유령업체와 부적격업체 양산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제한적 최저가 입찰제의 빈틈을 파고드는 유령업체 자체도 문제지만 그 과정에서 학교급식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유령업체는 말 그대로 실체가 없는 페이퍼 컴퍼니(paper com pany)다. 유령업체는 급식 식재료 납품 능력이 없어 낙찰을 받으면 다른 사업체로부터 납품토록 하고 이익을 나누고 있다. 일종의 ‘납품권 전매’가 이뤄지는 셈이다. 그리고 업계에서는 이 납품권 전매는 유령업체가 아니어도 일선 학교급식 현장에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증언을 내놓고 있다.

전국 90% 학교 사용… ‘책임회피’ ‘관리소홀’ 비난 봇물
지난 4월 서울시내 학교들의 투찰자 명단을 살펴보면 경기도에 본사를 둔 A업체는 서울시 서초구의 모 초등학교 김치납품 공고에 응찰했다. 그리고 동시에 여의도의 한 고교 쌀 입찰에도 참여했다. 파주시에 위치한 B업체는 4월에 김치와 쌀 입찰을 동시에 참여했다. 서울시 서초구 모 초등학교 김치납품 공고에는 187개 업체가 응찰했는데 이중 68개 업체가 이와 같은 타 품목에 동시 응찰했다.

학교급식 식재료로 사용되는 농·축·수산물은 그 보관방법이 다르다. 예를 들면 쌀은 상온 보관, 김치와 돼지고기는 냉장 보관, 고등어는 냉동 보관해야 한다. 1개 업체가 이 같은 보관방법이 다른 농·수·축산물을 함께 납품하려면 3가지 보관시설을 갖춰야만 한다. 그러나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들이 모든 시설을 갖추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투자다. 때문에 1개 업체가 여러 품목의 식재료 납품에 응찰하는 경우, ‘납품권 전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식재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의 한 식재료 업체 대표는 “서울지역에만 식재료 업체가 1000여 개가 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시설을 갖추지 않은 업체이고 낙찰을 받으면 납품권 전매를 할 것”이라며 “이런 문제점은 전산 시스템상에서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고, 사전 예방 및 사후 적발할 수 있는데도 관계기관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불법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그리고 학교급식 관계자들에게 돌아간다. 납품이 여러 업체를 거치면서 이윤을 남겨야 하는 업체들은 각자의 이익을 제외한 식재료를 학교에 납품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품질이 낮은 식재료가 공급된다.

여기서 학교급식의 질 하락이 일어나고, 이런 문제점에 대해 엄격한 관리가 요구되고 있으나 eaT는 ‘권한이 없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등록제로 운영되는 eaT는 수요자인 학교와 공급자인 식재료업체가 있다. 업체는 eaT 등록 시 신청서와 함께 사업자등록증, 위생교육이수증, 소독필증, 냉동·냉장 차량등록증 등 10여 가지 이상의 서류가 필요하다. 그리고 1차 서류심사를 거쳐 2차 현장실사를 마친 업체가 등록된다.

eaT는 제기되는 지적에 대해 업체 등록 시 업체가 동의한 ‘농수산물사이버거래소 전자조달시스템 이용약관’에 의한 조치만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약관에 따르면 조치는 3개월간 회원자격 정지부터 최장 2년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업체들에게는 이 3개월의 자격정지만으로도 큰 타격이다. 3개월 동안 급식 식재료 납품이 중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음식점에 비유하면 3개월간 영업정지와 같은 처분이기에 ‘권한이 없다’는 eaT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업체에 내려진 처분이 일선 학교와 교육청까지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 eaT에서 제재를 받은 업체는 일선 학교가 계약을 기피할 수 있어야 함에도 일선 학교와 교육청은 업체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어 부적격업체가 제재 기간이 끝난 후 계속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eaT에서 제재를 받은 업체에 대한 정보가 공유가 되지 않아 일선 학교와 교육청이 ‘부적격업체와 거래했다’는 오해를 받는다”며 “조달청 나라장터에서는 부정당업체 등록 시 즉시 정보가 공유돼 부적격업체 퇴출이 즉시 이뤄졌는데 eaT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령업체에 사업자등록증을 발급한 지방자치단체, 급식을 진행하는 일선학교와 교육청, eaT시스템 사이에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주체를 놓고 논란이 벌어진다. 교육청 관계자는 “부실업체 제재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이유는 유령업체 관리·감독 문제를 일선 학교와 교육청으로 떠넘기려는 의도로 여겨진다”며 “서류심사와 현장실사를 하는 eaT에서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책임회피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기도의 한 업체 관계자도 “유령업체는 G2B(나라장터)에서도 문제가 됐고 근절하기 쉽지 않지만 이 같은 업체들의 무차별적인 입찰은 aT사이버거래소가 충분히 막을 수 있음에도 방관하고 있다”며 “업체들이 수시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으나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T사이버거래소는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는 말로 회피하고 있는데 식품안전관리 업무를 제외하면 서류접수부터 현장실사 후 업체 등록 권한까지 가진 기관이 아무 권한이 없다는 해명은 면피용 답변일 뿐”이라고 말했다

▲ eaT는 학교급식에서 공급업체와의 비리근절대책으로 비대면이 강조되면서 교육부가 적극 권장해 활성화됐다. 하지만 각종 부정행위가 난무하도록 방치되며 현재 공급업체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략해 '학교급식 문제점 1위'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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