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안양 모 고교에서 급식을 준비하던 조리종사원 A씨가 어지러움과 구토증상을 보이면서 주저앉았다. 놀란 주위의 다른 조리종사자와 영양사가 구급차를 요청했으나 학교 측은 구급차 대신 택시를 불러 홀로 병원에 보냈다. A씨는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일주일간 입원해야만 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지부장 김영애, 이하 경기지부)는 지난 18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처럼 열악한 급식조리실 근무환경의 실태를 고발하면서 근무환경 개선과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한 조리종사원 배치기준 개선을 요구했다.
김영애 지부장은 “900여 명 분의 백숙을 준비하던 A씨는 오전 내내 버티다 결국 요리를 마무리하기 전에 쓰러지고 말았다”며 “위생복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흘려 일하다 쓰러진 것인데 구급차를 불러달라는 요청에 학교 측은 혼자 택시를 태워 병원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경기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폭염 속 학교 급식실 조리는 살인적 노동행위”라며 급식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과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기지부 이현숙 부지부장은 “폭염 속에서 탈진으로 쓰러지는 급식실 종사자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교육당국은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며 “이런 사고가 이어지는 이유는 폭염과 조리과정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과도한 노동으로 인한 산재”라고 주장했다.
이 부지부장은 “사기업 식당의 경우 50∼60명당 1명의 조리사가 배치되는데 전국 시·도교육청의 배치기준을 보면 조리사 1명당 학생 150여 명을 감당하도록 한다”며 “급식실 산재는 교육 당국의 방관 아래 만들어진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비롯된 인재”라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도교육청에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개최·운영 ▲폭염대비 급식 노동자 안전대책 매뉴얼 수립 ▲안양 A고 급식실 전반에 대한 점검 ▲급식실 냉방장비 점검 및 개선 등을 요구하며 항의서한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