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좌절감, 그리고 그 뒤에 찾아온 허탈감
분노와 좌절감, 그리고 그 뒤에 찾아온 허탈감
  • 전위숙 회장
  • 승인 2017.07.21 14: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언주 국회의원의 급식실 종사자 비하 파문을 겪으며 -
전국학교조리사회전위숙 회장
전국학교조리사회전위숙 회장

지난 9일 이언주 국회의원(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의 급식실 종사자 비하 발언 파문을 보면서 학교급식에 몸담은 지난 24년간 이렇게 허망한 마음을 가져보긴 처음인 것 같다.

갈수록 먹을거리가 중요해지고 특히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의 식생활에 대해 많은 노력과 정성을 쏟았던 나로선 이 의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나 고통스럽고 분노가 일었다. 이 의원은 학교급식 현장에 근무하고 있는 모든 종사자들에게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우리는 일선 현장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빗줄기처럼 쏟아져 내리는 땀에도 온 힘을 다해 일하고 있다. 이런 학교급식 종사자들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밥하는 아줌마”라는 말을 했다는 자체가 국회의원으로써 해서는 안 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럼없이 했다는 것은 그만큼 학교급식 종사자들에게는 모욕적일 수밖에 없다. 조금만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과연 이 의원의 입에서 이런 시대착오적인 발언이 쏟아져 나왔겠는가.

이번 파문을 접하며 과연 나라의 정치를 맡고 계시는 분들이 학교급식 현장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건강한 급식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을 했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조리사, 별게 아니다”는 발언을 했다는 것에 나는 이 의원께 묻고 싶다. 국회의원의 자리는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고 누구를 위해 일하는 자리인가를… 그러면서 조리사들을 하찮은 아랫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하려 했던 것인지 더욱 궁금해지고, 또 그 대답이 듣고 싶어진다.

몇 년 전에 모 국회의원이 조리사들의 학벌을 비하해 큰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조리사는 다양하게 각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유독 학교 조리사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왜 다른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요즈음은 학교급식 조리사의 길을 가기 위해 무려 20:1이라는 경쟁을 뚫고 취업을 한다. 매년 쏟아져 나오는 조리학과 학생들에게도 희망적인 직업으로 선망 받고 있지 않는가? 앞으로 조리사의 길에 희망을 주지는 못할망정 별 볼 일 없는 직업으로 비하한 이 의원의 발언은 두고두고 학교 조리사들 모두의 마음에 상처로 남아있을 것이다.

나는 한 번도 학교급식 조리사로 근무하며 후회해본 일이 없다. 눈망울이 초롱한 우리 아이들에게 내 모든 것을 쏟아 건강을 챙겨주고 있다. 힘들어도 아이들의 해맑게 웃는 모습에 피곤한 몸은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늘 행복감을 갖고 지금까지 근무를 하고 있다.

처음 관련 언론보도를 접했을 때 정말 분노했다. 당장 국회에 쫓아가 따져 묻고 싶을 만큼 화가 났고 억울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분노 대신 허탈한 감정이 그 자리를 채웠다. 나를 비롯한 수많은 학교급식 종사자들이 아마 비슷한 감정이지 않을까…

이번 일을 발판삼아 모든 정치인이 학교급식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국민의당의 진심어린 사과와 이 의원의 사퇴가 마땅하다고 요구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