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계란”
“아… 계란”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7.08.1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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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문, 전수조사서 ‘부적합’ 판정 농장 수십여 개 달해“A.I 후유증으로 힘든데 살충제 계란까지…” 영양(교)사들, “답답하다”

 

▲ 정부는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모든 산란계 농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단체급식에 비상이 걸렸다. 주메뉴와 응용메뉴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계란을 급식에 사용할 수 없어 급식소를 관리하는 영양(교)사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면서도 ‘식단 작성조차 쉽지 않아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은 지난 14일 경기도 내 2개 산란계 농장에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성분의 살충제가 검출되면서 시작됐다. 정부가 실시한 전국 1239개 농장에 대한 살충제 전수조사 결과, 무려 32개(8월 17일 현재) 농장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은 동물용 살충제로 주로 쓰이는데 피프로닐은 독성이 강해 개와 고양이, 닭과 계란에서는 절대 사용하면 안되는 성분이다. 또 상당량에 노출될 경우 두통, 복통,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가 있고, 심하면 간과 콩팥 등 장기 손상도 일어날 수 있다. 

비펜트린은 미국환경보호청(EPA)도 발암물질로 분류한 성분으로 닭 1kg당 허용기준이 0.01mg인데 이번에 비펜트린 초과 검출로 문제가 된 농장은 최소 1.5배부터 무려 21배가 넘는 양이 검출된 곳도 있었다.

이 성분들은 성인보다 아이들에게 더 위험할 수 있어 급식소 종사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어린이들은 체격이 작아 살충제 성분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 이번에 검출된 계란의 피프로닐 기준 초과량이 성인에게 ‘급성’ 독성을 유발하려면 달걀 수백여 개를 한꺼번에 먹거나 장기간, 지속적으로 독성에 노출되어야 한다. 하지만 어린이 경우는 다르다. 몸무게가 10kg인 어린이의 경우 오염된 계란 1개만 먹어도 위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가에서 대거 부적합 판정이 나와 단체급식 종사자들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까지 계란에 대한 신뢰도가 극히 하락했으며, 기관 및 기업체 구내식당 등에는 계란 메뉴가 자취를 감추었다. 또 살충제 성분이 성인들보다 아이들에게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개학을 했거나 개학을 준비 중인 학교에서는 식단에서 계란을 제외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란 사용을 최대한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계란을 대체할만한 메뉴를 구하기 어려워 영양(교)사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이미 ‘계란대란’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이하 A.I) 파동으로 A.I에 감염된 산란계와 산란종계가 대거 살처분되며 시작됐다.

이때 살처분된 산란계는 전체 산란계의 20%에 달했다.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계란가격이 지난해 동기 대비 폭등하면서 단체급식소들은 계란과 닭·오리고기를 식단에서 제외하는 등 대응에 나섰으나 계란을 대체할 대안이 많지 않아 2~3식을 운영하는 단체급식소를 중심으로 식단 작성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오는 9월부터는 학교급식이 재개되기 때문에 계란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돼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계란가격 폭등은 물론 계란의 원활한 수급 불가능도 관측돼 단체급식 관계자들은 난감해 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A기업 구내식당을 담당하는 한 영양사는 “그동안 계란값이 너무 올라 식단구성에 어려움이 있어 식재료 사용 횟수와 양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대체해왔다”며 “계란은 간편하기도 하고 응용할 메뉴가 많았는데 이제는 원활한 계란 수급의 불가능도 관측된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개학을 준비하고 있는 경기도 B학교 영양사도 “무엇보다 믿을 수 있는 친환경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는 게 충격적이다”며 “이상없다는 정부발표가 나올 때까지 계란 식단을 자제하고 두부 등 대체식단을 짜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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