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발생한 제주도 서귀포칼호텔(이하 칼호텔)에서 발생한 장티푸스 집단발병의 감염원으로 구내식당 조리종사자들이 지목되면서 집단급식소 관계자들에게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감염원으로 밝혀진 조리종사자가 질병의 징후를 느끼고 지속적으로 병원 진료를 받았음에도 병원뿐만 아니라 보건소에서도 이들이 장티푸스 환자라는 것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집단급식소에서는 위생관리를 위해 정기적으로 보건당국에서 보건증을 발급·갱신하는 기간은 1년. 칼호텔의 구내식당에는 영양사 1명을 포함한 4명이 근무하고 있었으며 제주도청 역학조사관 확인 결과, 보건증 규정 준수에는 이상이 없었다.
또한 조리에 들어가기 전 영양사는 조리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문진을 하면서 건강상태를 확인하였지만, 장티푸스 감염원이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특히 감염원으로 확인된 A씨는 지난 3월부터 기침, 발열, 오한 등의 증세가 있어 15차례의 병원 진료를 받았음에도 한 번도 장티푸스라는 진단을 받지 못했다.
진단 결과는 감기와 편도선염을 비롯해 단순한 발열과 두통, 인후통 등으로 항생제와 소염제, 진통제 등을 처방받는데 그쳤다. 또한 A씨는 5월에 실시한 보건증 갱신검사에서도 장티푸스는 음성으로 나왔다.
B씨도 장티푸스 증상이 전혀 없는 무증상 보균자였다. B씨는 지난해 9월 보건증 발급 검진에서 장티푸스 음성반응이 나왔고, 지난 1년간 병원을 방문한 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역학조사반의 조사 결과 위험노출 이력이나 여행기록도 없었던 B씨는 언제 장티푸스 보균자가 됐는지 추측도 어려운 상황. 급식을 관리하는 영양사로서는 이 두 사람 모두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제주도청 관계자는 “조리종사자들이 최초 감염원인 것으로 드러났으나 구내식당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은 있다”며 “특히 지난 3월부터 15번 이상 병원 진료를 받으면서 휴식과 항생제 복용를 해온 A씨가 장티푸스라는 진단이 나왔다면 즉시 근무를 중단했을 텐데 진단 결과가 계속 음성으로 나온 것을 구내식당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다른 집단급식소에도 이번 사례를 알리고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급식외식위생학회 류경 전 회장은 “영양사는 조리 시작 전에 문진을 통해 조리종사자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증상이 있는 종사자를 가려내고 있다”며 “급식 관계자들은 이번 사례를 숙지하고 문진과 손씻기, 급식소 청결 등에 더 철저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세계푸드 담당자는 “원래 1년에 한 번씩 받는 보건증 검사를 6개월로 단축했고, 모든 사업장에 세밀한 위생관리 강화지침을 내려 보냈다”며 “다만 이번 사례는 보건증 검사단계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진단이 내려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장티푸스 집단발병에 따라 칼호텔에서 신세계푸드로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질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구내식당이 원인이 되어 영업장이 상당기간 폐쇄되었기 때문이다.
칼호텔은 지난 6월 10일 역학조사에서 조리종사자 2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자 바로 다음날부터 호텔을 자진폐쇄하고 현장점검과 방역소독을 실시하는 동시에 모든 직원들을 귀가 조치했다.
또한 첫 환자가 발생한 5월 18일부터 6월 10일까지 투숙한 고객들에게 관련사실을 알리고 장티푸스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보건소를 방문하라고 안내했다. 자진 폐쇄기간은 7월 20일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칼호텔 측이 입은 손해는 최소한 수억 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투숙객을 받지 못한 것은 물론 특급호텔의 이미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손해규모가 수십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구내식당으로 인해 전체 매장이 폐쇄되는 사례는 지난 2006년 이른바 ‘CJ에 의한 학교급식 대란’ 이후 처음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소송 및 대응에 대해 어떻게 할지 정해진 바가 없다”며 “칼호텔 측의 요청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칼호텔 관계자 역시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어서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