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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가 새것으로 둔갑한 군 식기세척기
검찰, 군 임대사업 비리 적발, 소령 출신 손모씨 구속
“폐쇄적인 입찰방식, 터무니없는 낮은 단가 개선해야”
2017년 09월 11일 (월) 09:26:11 김기연 기자 fsn@hanmail.net

   
▲ 손모씨 업체가 납품한 식기세척기(왼쪽)과 중고품 내부(오른쪽) 모습.
군 취사병들의 복지와 군급식의 효율성을 위해 도입된 식기세척기 임대사업에 입찰비리가 터지면서 조리시설 임대사업의 허점이 드러나 이에 대한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이용일 부장검사)는 지난달 28일 군납 식기세척기 임차용역사업 비리와 관련해 입찰방해 및 뇌물공여 등 혐의로 육군 소령 출신 용역업체 대표 손모(47)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군납비리에 함께 관여한 육군 대령 출신 부사장 김모(48)씨 등 업체 관계자 4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손씨 등은 2012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군부대가 발주한 식기세척기 임차용역계약 62건에서 44건의 계약을 부당하게 따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부당 입찰로 따낸 용역비는 이 기간 전체 발주액 36억 원 중 3분의 2를 넘는 25억 원에 달했다.

특히 주범 손씨는 지난해 3월 식기세척기를 겉면만 새 것으로 바꿔 신품 식기세척기로 군부대 등에 납품해 4개월 임차료 300만 원과 3년치 임차료 1억1200만 원을 편취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다.

손씨 업체는 입찰담합으로 군납업체로 선정되면 이후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2011년 이후 군부대에 설치된 식기세척기 공급을 사실상 독점해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손씨가 납품한 제품들은 세척력이 현저히 떨어질 뿐만 아니라 잦은 고장 탓에 설치하고도 사용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어떤 중고품은 기계 내부가 녹슬거나 심지어 내부에 쥐가 죽어 있는 경우까지 있었다.

본지 확인 결과 손씨는 육사 49기 출신으로 군 복무 당시 군 발주 입찰 관련 지식을 습득해 전역 후 해당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손씨는 군 재직 당시 입찰기준을 제정할 수 있는 위치에도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져 손씨가 입찰기준 마련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또한 이들이 군부대에 납품한 중고 식기세척기는 10여 년 전 높은 판매고를 올린 D사의 특정제품이었다. 이 제품은 이미 7~8년 전 생산이 중단돼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제품으로 손씨 등은 중고시장에 나온 이 제품을 싼값에 구입해 군부대에 납품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리기구업체들은 이번 식기세척기 임대 비리에 대해 “군급식은 단위가 크고 지속성이 있어 업체 입장에서는 좋은 시장이지만 군 내부사정을 알 수 없는 일반 업체에서는 참여하기 어려웠다”면서 “일반 업체가 참여하기 힘든 입찰기준 등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대사업은 육군본부나 방위사업청, 국방부가 아닌 사단급 예하부대가 직접 입찰공고를 낸다. 그러나 입찰기준이 다른 군납과 달리 업체들로 하여금 수익을 내기 어려울 정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 지역의 한 조리기구업체 관계자는 “군급식이 워낙 폐쇄적이어서 새로운 업체가 납품을 뚫기가 어려운데다 임대 단가가 낮아 업체들이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입찰기준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입찰단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일반 업체는 도저히 참여할 수 없어 군급식 조리기기 임대사업에는 처음부터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군부대 조리실에서 쓰이는 임대 기기 품목은 현재로서는 식기세척기와 정수기가 유일하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손씨 등은 식기세척기뿐만 아니라 정수기 임대에도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어 검찰이 수사영역을 확대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실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어떠한 사실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수사결과를 기다려달라”고만 말했다.

한국조리기계공업협동조합 임성호 이사장은 “적발된 업체는 우리 조합의 회원사도 아니었으며 이 같은 비리행위는 정당한 조리기계 생산업체들의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군과 수사기관은 공정한 절차와 조사를 통해 부당한 입찰기준 등이 있는지 밝혀내고 업체들의 올바른 영업행위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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