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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재료 ‘특정 브랜드 지정’ 논란] “급식 질 위해 불가피” vs “부적절한 유착 원인”
“제품의 질과 맛 천차만별, 식재료 선택은 의무이자 권한”
일부에서는 ‘3개 이상 브랜드 지정’ 등 대안 마련 촉구
2017년 09월 11일 (월) 12:56:53 김기연 기자 fsn@hanmail.net

학교급식이 정착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논란이 계속된 해묵은 주제 중 하나가 ‘식재료의 특정 브랜드 지정’이다. 지난해 8월 국무조정실의 학교급식 실태조사에서 일부 영양(교)사가 업체로부터 금전적 대가를 받은 것이 확인된 후 지난 10여 년간의 논란은 ‘특정 브랜드 지정 절대불가’로 굳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일선 영양(교)사들은 “건강하고 안전한 급식을 책임지고 있는 영양(교)사의 식재료 선택 권한은 의무이자 권리”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국무조정실 발표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식재료 브랜드 지정에 대한 논란을 재조명해 본다.
- 편집자 주 -

   
▲ 지난 8월 국무조정실의 학교급식 실태점검에서 일부 영양사들이 특정 브랜드를 지정한 후 금품을 대가로 받은 것이 확인되면서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특정 브랜드 지정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영양(교)사를 잠재적 범죄로 취급하고 영양(교)사의 전문성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어 앞으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지난 7월 제주지역의 5개 학교급식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제주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일부 학교에서 특정업체에 급식 식재료 납품을 몰아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제주도 내 일부 학교가 식재료를 납품할 때 현품 설명을 통해 특정업체 제품을 지정하고 이 업체에 수주를 몰아줬다고 주장했다.

특히 학교에서 김을 발주할 때 ‘김 10kg’라고 단순하게 발주하는 것이 아니라 현품 설명을 통해 ‘김 50%(국산), 현미유(태국산), 들기름 6.4%(들깨, 중국산), 천일염, 참기름, 고추씨기름’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했고, 이 조건에 맞는 제품은 특정업체 1곳 밖에 없다는 것.

이에 대해 제주교육청은 지난달 17일 “특정 브랜드 지정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일선 학교에 개선을 요구, 진정서를 제출한 유통업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영양(교)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선만 재확인했다는 한탄의 목소리가 나왔다.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는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농·축·수산물과 공산품을 합해 대략 200여 가지 가량이다. 이 중 특정 브랜드 지정이 논란이 되는 주요 품목은 공산품이다. 1개 공산품에는 많게는 수십여 종의 제품이 출시되어 있기 때문에 늘 납품경쟁이 치열하다.

브랜드 지정을 금지한 가장 큰 이유는 특정 브랜드를 지정할 경우 업체와 영양(교)사간의 유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8월의 국무조정실 실태조사에서 업체와 영양(교)사가 금전적 대가를 받은 것이 확인되면서 명분을 얻었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모두 식재료 입찰시 브랜드 지정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일부 교육청은 이 같은 방침을 어길 경우 감사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강력한 지침까지 마련해놓고 있다.

지방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이미 식재료 입찰 시 브랜드 지정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왔었는데 지난해 8월 이후 실질적으로 강화됐다”며 “현품 설명에서 업체를 특정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는데다 수의계약의 비중이 많을 경우 감사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선의 영양(교)사들은 식재료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식재료 선택권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농산물도 재배지역에 따라 제품의 질이 천차만별인 것처럼 식재료들도 제조회사에 따라 성분이 다르고 식감과 맛이 똑같은 식재료는 있을 수가 없다. 게다가 아이들의 기호와 영양량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식단을 작성하고 그 식단에 가장 적합한 식재료는 영양(교)사가 가장 잘 알고 있고 식재료의 장단점까지 파악하고 있는데 브랜드 지정을 금지하는 것은 영양(교)사의 ‘손발을 묶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서울 A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급식을 제공하려고 발품 팔아가며 좋은 제품을 골라 발주하고 있는 영양교사들에게 업체와 유착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학교는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영양을 고려한 최상의 급식을 제공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업체가 임의대로 공급하는 식재료를 무턱대고 쓸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경기도 B중학교 영양교사는 “고추장의 경우 매운 고추장이 들어가는 음식이 있고 맵지 않은 고추장이 들어가는 음식이 따로 있다”며 “상황에 따라 가장 잘 어울리는 식재료를 선택하는 것은 영양(교)사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업체들도 할 말은 많다. 일부 업체가 과도한 영업으로 큰 물의를 빚었는데 정부는 마치 모든 업체들이 부도덕한 것처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기도의 한 식재료 업체 관계자는 “홍보영양사들이 검은 거래로 유혹해 영양교사들로 하여금 특정 브랜드를 지정하게 만드는 것은 일부의 문제였다”면서 “게다가 홍보영양사들의 학교 출입을 전면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지정마저도 금지하는 것은 업체들로 하여금 아무런 영업활동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업체들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은 보장하고 처벌기준을 강화해 불량업체를 적극적으로 퇴출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여러 가지 대안이 논의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안이 영양(교)사가 단일 브랜드가 아닌 복수 브랜드를 지정하는 것이다. 업체와의 유착 의혹을 없애고 영양(교)사의 선택권도 보장하는 것이다.

브랜드 지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지방의 한 영양사는 “같은 회사에서도 위생기준이나 관리기준, 품질, 내용물, 맛 등에 따라 수백 종의 제품이 있는데 소비자가 원하는 사양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적어도 3개 이상의 브랜드를 지정토록 하면 업체와의 유착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브랜드를 지정하지 않을 경우 업체들은 당연히 마진율이 높은 식품을 납품하려고 할 텐데 이런 상황에서 저가 제품을 공급받는 학교의 급식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특정 브랜드 지정은 아니어도 3개 브랜드가 지정이 되면 그 안에서 영양(교)사가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는 유착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지역 학교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는 “3개를 지정한 후 일부 영양(교)사들은 유통업체에 특정 브랜드를 가져오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유통업체는 3개 중 가장 높은 마진이 남는 식재료를 선택할 것이 뻔하다”며 “복수 브랜드 지정과 함께 금품수수 등 비리에 대한 처벌기준을 더욱 강화해야 학교급식 입찰비리가 근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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