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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의 배신, ‘급식’은 불안하다
살충제 계란으로 불거진 친환경 인증제도의 부실 논란 ‘수면 위로’
‘농피아(農피아)’ 논란까지, 인증관리 강화해야
2017년 09월 08일 (금) 17:36:50 김기연 기자 fsn@hanmail.net

   
▲ 지난달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이 수거되는 모습.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인해 ‘친환경 인증’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살충제 계란’으로 인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소비자 불신은 친환경 식재료 전반으로 번질 조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지난달 14일부터 18일까지 전국 양계농가 1239개에 대해 일제 전수조사한 결과, 모두 52개 농장의 계란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최종 발표했다. 이 중에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31곳도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전수조사 과정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았음에도 인증 기준을 위반한 농가는 무려 60곳에 달했다.

지난 5년간 친환경 인증 취소 현황을 보면 친환경 인증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진다. 농식품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이 밝힌 5년간 친환경 인증 취소 현황을 보면 ▲2012년 5068건 ▲2013년 5728건 ▲2014년 6741건 ▲2015년 3223건 ▲2016년 2806건이다. 인증이 취소된 사유는 항생제와 농약 등의 기준치 초과 검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농산물 잔류농약 검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4년간 농산물 잔류농약 검사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례가 4600여 건이며 연도별로 보면 ▲2013년 1152건 ▲2014년 1174건 ▲2015년 1185건 ▲2016년 1107건으로 해마다 1000건이 훌쩍 넘는 농산물이 부적합 판정을 받고 있다.

친환경 식재료의 불신으로 가장 우려되는 곳이 어린이 및 청소년들이 먹는 학교급식이다.

농식품부와 교육부에서는 아이들에게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식재료를 공급한다는 취지로 그동안 학교급식에 친환경 식재료 사용을 적극 장려해 왔다.

친환경 식재료를 기준으로 무상급식 식재료비를 책정하는가 하면 친환경 식재료비 지원을 위해 지자체가 별도의 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일부 지자체는 친환경 식재료 사용 시 높아지는 식재료비 차액을 지원하면서 친환경 식재료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그 결과 학교급식에서 친환경 식재료 사용률은 크게 늘어났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지난 6월 기준) 도내 학교급식 친환경 식재료 사용률은 33.4%에 달한다. 지난해 말 30%를 기록했던 친환경 식자재 사용률은 해마다 그 규모가 확대하는 추세다.

서울시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당선된 이래 지난해부터 ‘7090급식’(친환경 식재료 70% 이상 사용, 급식만족도 90% 이상)을 목표로 내걸고 친환경 식재료 사용을 적극 권장해 왔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친환경 식재료 사용비율은 초등학교는 74%, 중학교는 71%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친환경 식재료의 가격이 일반 식재료에 비해 평균 1.5배 이상 비싼데도 적극적으로 사용을 권장하는 이유는 그만큼 안전하고 좋은 식재료를 아이들에게 제공하자는 취지였음에도 결과적으로 믿을 수 없는 식재료에 많은 세금을 사용한 꼴이 되어버린 셈이다.

경기도의 한 급식 식재료업체 관계자는 “식재료 업체들이 학교에 납품할 때 친환경 인증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업계에서는 친환경 인증의 허점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일부 식재료는 친환경으로 재배할 경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친환경 인증과 관리를 정부가 아닌 민간업체가 맡으면서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증을 맡은 민간업체에 농식품부 또는 농관원에서 퇴직한 공무원들이 취업을 하면서 ‘농피아(農피아)’가 친환경 인증제도를 유린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농식품부가 올해부터 친환경 인증 업무를 모두 민간업체로 이양한 배경에 ‘농피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농관원은 농식품부의 국장급이 원장을 맡거나 6급 이하 공무원들이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잦다. 농식품부에서 농관원으로, 농관원에서 다시 민간 인증업체로 옮겨 가는 경우가 많으며 이같은 관행이 ‘농피아’라는 거대한 유학고리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1999년 처음 도입된 친환경 인증제도는 도입 당시 농관원이 업무를 전담했으나, 2002년부터 민간업체가 참여하기 시작해 올해 6월부터는 민간업체가 모든 인증 업무를 넘겨받았다. 농관원은 인증 업무가 제대로 처리됐는지 사후관리만 한다.

민간업체들은 인증을 신청한 농가에 대해 서류 및 현장심사를 통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고 친환경 인증서를 내준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는 정부로부터 친환경 농산물 직불금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가격도 친환경 마크가 붙지 않은 상품보다 최대 2배 가까이 비싸게 받을 수 있다.

서울지역의 식재료업체 관계자는 “농피아 논란은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인해 불거진 것 뿐, 오랫동안 수면 밑에서 잠재되어 있었다”며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를 이윤에 휘둘릴 여지가 있는 민간업체에 맡긴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으며 앞으로는 더 철저한 친환경 인증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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