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교)사들 잇단 수난에 ‘침묵’하는 영협
영양(교)사들 잇단 수난에 ‘침묵’하는 영협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7.09.2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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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좌절, 영양교사 철폐 청원 등 이슈에 ‘묵묵부답’“사소한 일까지 이사회 거쳐야” 비효율적 의사결정 구조 ‘비판’

#1.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내세운 중요 정책 중 하나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였다. 하지만 정부는 고용보장이 되어있다는 이유로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이라고 분류했다. 식품위생직 일부를 제외한 학교 영양사는 모두 무기계약직이다. 처우개선이 절실한 학교 영양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2.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이 백지화됐다. 사회적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우려로 약 800여 명에 달하는 기간제 영양교사들의 정규직화가 결국 무산된 것. 기간제 영양교사들은 “우리의 목소리가 제대로 정부에 전달되지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성토하고 나섰다.

#3. 지난달 8월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영양교사 폐지’ 청원은 영양교사뿐만 아니라 학교, 병원, 산업체 등 사회 곳곳에서 고군분투하는 영양사들까지 분노하게 했다. 영양사의 전문성에 대한 몰이해는 물론 타 직업군과 비교하면서 폄훼를 일삼았기 때문이다.

#4. 지난 5일 2013년에 송곡학원에서 벌어진 영양사에 대한 학교장의 막말 파문이 불거졌다. 학교장이 영양사에게 퍼붓는 폭언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난 것. 영양(교)사들은 “2013년 일이지만 지금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영양사의 사회적 위상을 반증하는 것 같아 서글프다”고 개탄했다.

 

최근 영양(교)사에 대한 비관적인 소식들이 있따르고 있음에도 영양사를 대표하는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임경숙, 이하 영협)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비판이 거세다.

영협은 ‘국내 유일한 영양사단체’로 스스로 “영양사의 권익옹호와 전문성 증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활동에 앞장서 있다”고 자부하는 단체다. 이 같이 영양사 직군을 대표하는 단체로 보건복지부는 영양사 보수교육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영양사 대상 위생교육을 모두 위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영양사 관련 파문에서 영협의 존재감을 찾기 어렵다. 영협은 학교급식을 책임지는 영양(교)사의 고유권한인 식단 작성과 식재료 검수 업무가 침해당하는 법안이 발의됐을 때도 공식적인 입장이나 움직임은 없었다. 당시 본지의 “영협의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민감한 사안이라 영협의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영양교사 폐지 청원 파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영협 관계자는 “민감한 문제여서 입장을 밝히 수 없다”고만 답했다.

그간에도 영협은 입장도 없었지만 활동도 없었다. 지난해 8월 국무조정실의 학교급식 실태점검으로 촉발된 학교급식 비리 파문 당시 영협은 임경숙 회장 명의로 “우리 본연의 업무에 좀 더 충실하자”는 요지의 메시지를 회원들에게 보낸 것이 대응이자 조치의 전부였다.

경기도 A학교 영양교사는 “영협은 ‘영양사를 대표한다’는 문구를 삭제해야 할 것”이라며 “영양사 권익보호와 영양사 직군의 발전을 위해 영협이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기도 B학교 영양사도 “임용고시생들이 반발한다고 아무 입장을 내지 못한다면 협회 이름을 ‘임용고시생협회’로 바꿔라”며 이곳저곳의 눈치 보며 갈등만 피하려 하면서 매번 협회비 납부는 독려하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영협의 이같은 태도가 비효율적인 내부 의사결정구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영협은 사무국이 안건을 분과위원회에 올리면 분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상임이사회에 상정된다. 상임이사회는 회장 및 임원진과 분과위원장, 선거직 상임이사 등 30명으로 구성된다. 언론용 보도자료 역시 상임이사회의 승인을 거친다. 상임이사들은 비상근이어서 결재와 의견수렴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고 이슈에 즉각 대응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다. 영협의 임원을 지낸 한 관계자는 “사소한 것까지도 상임이사회를 거쳐야 하고 조금이라도 중요한 일정은 이사회를 통과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협 관계자는 “영양교사 폐지 청원 파문 당시 새벽에 회장단 회의를 여는 대응해왔다”며 “영양(교)사들의 답답함은 이해하지만 최선의 판단을 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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