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오는 홍보영양사, 영양(교)사는 ‘불안’
불쑥 오는 홍보영양사, 영양(교)사는 ‘불안’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7.09.25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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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접촉 금지’ 지침 유명무실, 지침 사후관리 전혀 안 돼
학교 영양(교)사 “방문 원천 차단할 대책 없으면 지침 철회”

 

▲ 홍보영양사들이 교육당국의 관리감독이 느슨해진 틈을 타 다시 일부 학교를 직접 방문하고 있다는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안민석 국회의원의 주관으로 열렸던 대면홍보 금지 제도개선 간담회 모습.

지난해 8월 국무조정실의 학교급식 실태점검 이후 전격적으로 시행된 식재료 업체의 ‘홍보영양사 대면접촉 금지 지침’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지침에 따른 사후관리가 제대로 안 돼 학교 현장의 혼선만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경기도 내 한 학교 영양사는 전화를 통해 “홍보영양사 대면접촉 금지 지침이 철회된 것이냐”며 본지에 확인을 요청해왔다.

그는 “얼마 전에 A업체의 홍보영양사가 찾아와 홍보책자를 주고 갔다”며 “홍보영양사들이 당당하게 학교 관계자들을 만나며 활동하고 있어 지침이 철회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후 본지가 전국에 걸쳐 다수의 학교를 확인한 결과, 지침 하달 후 잠시 주춤했던 홍보영양사들이 최근에는 다시 예전처럼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지역의 한 영양사는 “가끔씩 홍보영양사가 불쑥 찾아와서 난감할 때가 많다”면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영양(교)사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허울뿐인 지침으로 학교급식 현장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대면접촉 금지’ 지침은 식재료 납품업체와 학교 관계자들의 부적절한 관행을 원천적으로 뿌리 뽑기 위해 단행되었다. 하지만 지침만 있을 뿐 이를 어길 경우 내려지는 처벌조항은 아예 없다.

또한 지침 하달이후 교육당국의 현장파악 등 관리, 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있으나 마나’한 지침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당국은 일선학교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지역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에서는 교육부의 지침을 전달했을 뿐 지침 실시여부의 책임은 일선 학교에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 역시 “대면접촉 금지 지침이 급식비리 재발방지를 위해 만든 것이며, 다른 지침 사례와 같이 처벌규정까지는 포함하지 않았다”면서 “지침의 이행 책임은 학교장에게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침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청렴도와 관련해 감사 대상은 될 수 있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 같은 교육당국의 입장에 대해 일선 학교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칙적 금지라는 교육부의 기존 입장은 그대로 고수하면서 자신들의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 홍보영양사의 방문을 마냥 반길 수 없는 일선 영양(교)사들은 교육당국이 홍보영양사의 교내 출입을 아예 못하도록 대책을 세우거나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지침을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지역 A학교 영양교사는 “수시로 찾아오는 홍보영양사들이 교육부 지침 이후 잠시 출입을 자제했지만 최근에는 예전처럼 다시 학교를 출입하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만났지만 혹시 지침을 어긴 것으로 오해받지 않을까 불안하기만 하다”고 교육당국의 대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의 불만을 수렴해 학교장의 승인 하에 접촉이 가능하도록 변경했다”면서 “앞으로 지침을 강화하거나 혹은 철회할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홍보영양사 대면접촉 금지 지침’은 국무조정실의 점검에서 일부 업체와 학교 영양(교)사가 식재료 사용을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은 것이 확인되면서 교육부가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내세운 대책이다.

이후 홍보영양사들의 반발로 교육부는 올해 1월 ‘교장의 책임 하에 면담을 실시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이마저도 “교육부가 책임회피용으로 내세운 정책”이라는 비난이 쏟아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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