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가공방식 식재료, “위험할 수 있다”] 식재료 공급 ‘따로’ 제품 생산 ‘따로’… 커지는 위생 공백
[ 임가공방식 식재료, “위험할 수 있다”] 식재료 공급 ‘따로’ 제품 생산 ‘따로’… 커지는 위생 공백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7.09.27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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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낮은 식재료 줘도 ‘임가공업체’는 꿀 먹은 벙어리
급식 영양(교)사들 임가공 제품여부 확인할 필요 있어

학교급식 등 단체급식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A 업체는 식재료 납품분야에서는 ‘대기업’급에 속한다. 하지만 A 업체는 극히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거의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다.
대부분 제품은 타 업체에 위탁 생산을 통해 공급받고 있다. 특히 A 업체는 식재료는 자사가 구입해 위탁업체에 공급하고, 위탁업체는 다시 가공해 제품을 A 업체에 공급하는 이른바 ‘임가공방식’을 통해 단체급식에 식재료를 납품하고 있다.
- 편집자 주 -

최근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식재료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지는 가운데, 임가공 제품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학교급식 등 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단체급식에 안정성이 우려되는 임가공 제품들이 무분별하게 납품되고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생 폭탄’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가공방식은 무엇인가 = 임가공방식은 한마디로 식품을 판매하는 업체가 중심이 되어 제품 생산을 위해 식재료를 공급하는 업체와 제품을 생산하는 가공업체가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가공공장을 임대한다’는 의미인 임가공방식은 판매업체가 식품 원재료를 구매한 다음 이를 생산 공장이 있는 업체에 위탁하여 가공하여 납품하는 형태다.

 

훈제오리를 예를 들면 A 판매업체는 훈제오리를 학교에 납품하기 위해 B 임가공업체에 주문한다. 이때 훈제오리를 만들기 위한 원재료 오리는 A 판매업체가 직접 C 농가에서 구매해 B 임가공업체에 공급한다. B 임가공업체는 이를 가공해 훈제오리를 다시 A 판매업체에 공급하고, A 판매업체는 공급받은 훈제오리에 자사 브랜드를 달고 납품하는 것이다.

이는 생산 공장이 있는 판매업체가 직접 식재료를 구입, 제품을 생산하는 직접 생산하는 방식과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위탁업체에 맡겨 제품을 생산하는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방식(이하 OEM방식)’과도 차이가 있다. OEM방식은 주문업체가 위탁업체에 제품을 생산을 요구하면, 위탁업체는 모든 원재료를 직접 구입해 완제품을 주문업체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주로 대기업들이 취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하청업체를 두는 것이다.

임가공방식은 국내에서 대기업들은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고 중소업체 중에서도 몇몇 업체들만 취하고 있는 생산방식이다. 임가공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할 경우 가장 큰 장점은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돈육 가공식품의 예를 들면 돼지고기를 직접 산지가격으로 사들이고 가공은 별도로 하는데다 기존의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단체급식을 책임지는 영양(교)사들이 식재료 제조방식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위생관리에 허점이 생길 수 있는 임가공방식 식재료가 있다면 더 세심한 검수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사진은 학교 영양(교)사들의 직무연수 모습.<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무엇이 문제인가 = 현행 식품정보 표시기준에 따르면 ‘판매원’(주문업체)과 ‘제조원’(위탁업체) 등을 별도로 표기토록 되어 있으나 표기 내용은 각각 주소를 표기하는데 불과하다. 이 때문에 직접 생산방식 제품은 하나의 주소만 표기되기 때문에 알 수 있다. 하지만 똑같이 두 업체(판매원, 제조원)의 주소를 표기하는 OEM방식이나 임가공방식은 소비자가 사실상 구분하기 어렵다.

 

서울지역의 한 영양사는 “유통기한과 성분표시를 주로 확인하고 제조원도 확인하는데 주소가 다르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식재료 위생관리라면 영양(교)사들이 매우 민감하게 여기고 있는데 급식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도 좀 더 자세한 표시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위생사고 시 원인을 명확하게 밝힐 수 없다. 현행법에 따르면 임가공방식으로 제조된 제품으로 인해 위생사고가 발생하면 위탁업체인 제조원이 모든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다. 위생사고의 원인이 제조과정에 있다면 제조원에서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애당초 위생적이지 못한 식품 원재료 때문에 위생사고가 발생했다면 제조원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위생사고가 나도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판매원은 제품의 단가를 낮추기 위해 값싼 원재료를 구입해 제품을 주문하고 을의 입장인 제조원은 갑인 판매원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임가공방식은 국내 대기업들은 이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대기업들이 단가를 확실히 낮출 수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안전성 확보가 불투명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계열의 한 위탁급식업체 관계자는 “임가공방식이든 OEM방식이든 대기업은 식재료 안전관리가 가장 중요한데 식품 원재료 구매와 가공을 별도로 한다면, 추후 위생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 결국 배(영업이익)보다 배꼽(브랜드 손실)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식품영양과학회 황한준 전 회장은 “임가공방식이 위생관리에 허점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동의한다”며 “대기업 수준의 위생안전관리 기술과 시설, 인력관리 능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위생사고에 취약할 수 있어 중소업체들은 쉽게 시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업체 관리는 문제없나 =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또 판매원 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임가공방식에 있어 주문업체인 판매원은 직접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주로 유통만 맡고 있어 문제발생 시 언제든지 현 사업자등록을 없애고 새로운 사업자로 활동이 가능하다. 이른바 ‘업체명 세탁’이 항상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런 업체명 세탁으로 인해 가장 위험한 분야는 바로 학교급식이다.

학교급식은 교육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정책에 따라 대부분의 식재료 선택과 공급이 eaT(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의 전자입찰로 이뤄진다. 그런데 eaT는 그동안 수차례 유령업체와 불성실업체 양산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따라서 위생사고를 일으킨 임가공 판매업체들이 업체명만 바꾼 채 다시 eaT에 등록해 학교급식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뜻이다.

경기지역 한 급식업계 관계자는 “eaT가 내포한 수많은 문제점 중 가장 피부로 와 닿는 부분이 바로 유령업체 양산”이라며 “현장 실사는 부실하고 학교에서는 업체가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공급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어 고민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충남지역의 한 급식업계 관계자도 “급식의 식재료가 부실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피급식자들에게 돌아가는데 특히 학교에서 위생사고가 발생하면 학생들의 건강이 위협을 받고, 결국 국민 세금만 낭비되게 된다”면서 “임가공방식이 기업 입장에서 아무리 효율적이라고 해도 식품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면 단체급식 분야에 대한 납품은 전면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체급식을 책임지는 영양(교)사들은 그동안 규정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이유로 큰 관심을 두지 않아왔는데 사용하는 식재료가 직접 생산인지, 혹은 OEM이나 임가공은 아닌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불량 식재료가 단체급식소에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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