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영양교사 제도는 사회적 요구와도 맞물려 있었다. 학생의 체격은 커졌는데 체력은 오히려 줄어들며, 비만이나 소아성인병의 유병률이 증가하는 것에 따른 대책의 목소리가 컸었다.
그래서 현재 영양교사가 배치되어 있는 학교는 영양교육은 물론 영양상담을 실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어릴 때 비만인 아이는 성인비만으로 이행될 확률이 80% 이상에 달하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된 ‘영양교사 제도를 폐지하라’는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은 명백히 집단이기주의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양사는 단체급식을 관리하는 전문가이다. 그런데 학교급식은 교육의 일환으로 운영돼야 하므로 다른 단체급식과는 달리 영양사(營養士)를 영양교사(營養敎師)로 전환한 것이다. 즉 급식을 통한 교육은 급식주체인 담당자가 교사로서의 권위를 가질 때 교육활동이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다.
문제는 영양교사 제도가 아니라 교사 총정원제에 있다. 현재 전국 영양교사 배치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으로 영양교사는 더욱 확대, 충원돼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교사 총정원제를 개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직사회 안에서 밥그릇 싸움과 같은 추악한 모습이 사라질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처럼 교사 한 명당 학생 수를 헤아릴 것이 아니라, 학생 한 명을 온전히 가르치는데 필요한 교사의 인원수를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영양교사와 교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학생들은 기호에 맞지 않는 음식을 전혀 고민도 없이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음식을 누가 어떠한 마음으로 준비했는지를 알고, 사유하는 학생이라면 함부로 쓰레기 취급하지는 못할 것이다. 영양교사가 수업을 통해 학교급식에 대한 이해, 인체 건강과 먹을거리와의 관련성 등에 대한 것을 알려주며 소통한다면 급식으로 차려진 음식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사뭇 달라진다. 결코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학교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른 인성을 가진 인간을 기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쌀 한 톨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갖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영양·식생활교육은 음식의 근원이 ‘생명’이라는 것과 음식 먹는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을 통해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상호 연관성을 알게 해야 한다. 음식 먹는 행위는 한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따라서 학교급식을 통해 성장은 물론, 사회적, 인문적인 다양한 배움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가르침을 가장 적절하게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영양교사들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종종 ‘급식 종사하는 분을 급식선생님으로 불러도 좋겠는가?’라고 묻는다. 물론 학생들은 대개 ‘좋아요’를 외친다. 학교는 상대적으로 학생을 제외한 모든 어른을 선생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때론 학생도 교사에게 큰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다. 더 이상 영양교사 제도의 폐지 논란이 없길 바란다. 진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