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어린이급식, 서울시만 ‘미적미적’
안전한 어린이급식, 서울시만 ‘미적미적’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7.10.18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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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설치 비율, 서울이 전국 ‘꼴찌’

강남구 등 일부 기초단체, “센터 필요 없다” 설치 자체 묵살
동대문구, 부실 사업계획으로 구의회에서 예산 삭감되기도

 

 

▲ 강원도 고성군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가 진행한 '홍성란 요리연구가 초청 조리원대상 요리교실'의 모습.

유치원 및 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이들의 안전한 급식 제공과 체계적인 영양관리를 위한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이하 센터)’가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한 지 어느새 7년차를 맞았다.

 

센터는 지난 7년간 당초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양적 성과를 거둬왔다. 2011년 경기도 하남시를 시작으로 전국 10개 기초자치단체에 센터를 개소하면서 책임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류영진, 이하 식약처)는 2017년까지 100곳의 센터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행 초기 책임기관이 식약처라는 이유 등으로 센터 가입을 꺼렸던 당시 상황을 빠르게 극복하며 정착해 학부모와 어린이집·유치원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다. 이에 따라 기초자치단체의 설립 신청이 쇄도하며 2017년 9월 현재 전국 214곳의 센터가 설립됐다.

하지만 이러한 전국적인 설치율에 비해 서울시의 설치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 중에 15개 자치구만 설치, 10개 자치구는 아직 센터 설치를 미루고 있다.

다른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인천, 광주, 대전, 울산은 100% 설치하였으며, 부산 2곳, 인천은 1곳만 미설치된 것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서울시의 자치구는 센터 설립에 소홀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치단체가 필요성을 못 느낀다니...” 비판 쇄도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센터가 없는 지역은 광진구, 동대문구, 마포구, 서대문구, 양천구, 관악구, 용산구, 강남구, 중랑구, 영등포구 총 10개 구이다. 이들 지역이 센터를 설치하지 않는 이유는 일부 예산 부담도 있겠지만 자치단체의 의지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센터의 효과와 효율성에 주목한 식약처는 센터 설치를 독려하기 위해 전폭적인 예산지원을 하고 있다. 센터 설립에 소요되는 예산은 1년에 최소 3억 원. 관리해야 할 시설의 수에 따라 예산은 최대 6억 원까지도 소요된다. 이 예산은 국가(식약처)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가 공동 부담한다.

서울의 경우는 국가가 30%, 서울시가 35%, 기초자치단체가 35%를 부담한다. 따라서 기초자치단체는 1년에 최대 2억 원 안팎의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 서울시의 자치구는 타 기초자치단체에 비해 예산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실제로 자치단체의 의지만 있다면 설립이 크게 어려운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센터 설립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서울시 강남구(구청장 신연희) 관계자는 “육아종합지원센터만으로도 충분히 어린이급식을 관리하고 있는데 굳이 또 다른 기관을 설치할 이유가 없다”며 “앞으로도 센터 설치를 고려할 계획은 없다”고 말해 센터 설치 의견 자체를 묵살했다.
50명 미만의 소규모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긴 강남구의 한 학부모는 “영양정보와 식재료 내용 등을 어린이집에 물어봐도 명확한 답을 들은 적이 없다”며 “최근 아이들 급식에 대한 우려가 늘면서 우리 애가 어떤 식재료를 먹는지 궁금한데 강남구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는 어린이집이 각자 알아서 한다는 답변만 한다”고 말했다.

사정은 동대문구(구청장 유덕열)도 마찬가지다. 동대문구는 올해 5월 추경 예산에 센터 설치를 추진하며 빈약한 사업계획과 엉뚱한 사업방향을 내세워 구의회의 질타와 함께 예산이 전액 삭감된 바 있다. 동대문구의회 한 의원은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의 설치는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동대문구청의 사업계획은 빈약하기 짝이 없었고 가장 중요한 현황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며 “추경의 편성 목적에도 어긋났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 급조한 예산이라는 판단이 들어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고 꼬집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인근 성동구에는 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식생활교육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동대문구는 그런 교육이 전혀 없다”며 “얼마 전 동대문구 지역에서 운영 중인 폴리어학원의 불량 급식 문제가 방송과 신문 등에 크게 보도됐음에도 불구하고 동대문구청은 어린이급식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각지대였던 영·유아급식, 센터 미설치 지역은 여전한 ‘사각지대’

센터가 설립되기 시작한 것은 학교급식에 비해 더 열악한 어린이급식 관리가 소홀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어린이집에 관한 법률인 영·유아보육법과 유치원에 관한 법률인 유아교육법에 따르면 100명 이상의 원생이 등원하는 시설은 영양사를 의무 고용해야 한다. 반면 원생이 100명 미만인 시설은 법적 기준이 없어 대부분 영양사 없이 운영되고 있다.

비용 부담과 효율성 측면에서 영양사를 독립적으로 고용하기 어려운 소규모 어린이집·유치원이 급식운영 및 위생관리·식생활교육 측면에서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2008년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제정됐다. 특별법의 핵심은 영양사와 학계 전문가들이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센터 설립이었다. 센터는 100명 미만의 어린이집·유치원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센터의 활동은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소속 지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정기적으로 방문 관리한다. 방문 시에는 어린이집·유치원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고 급식에 대한 조언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위생관리도 지원한다. 조리시설의 위생관리는 물론 식재료 검수와 보관, 위생적인 조리방법 등을 전수한다. 또 식약처에서 정한 체크리스트와 가이드라인에 따라 위생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도 확인하고, 시설 관계자들에게 교육을 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에 대한 식생활교육도 빠지지 않는다. 식생활교육은 전문성 있는 프로그램으로 개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실시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이런 관계로 센터의 여러 활동에서 만족도가 높은 사업 중의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시설의 원장과 보육교사, 학부모, 조리사 등 시설 관계자들을 직군별로 교육하는 집합교육이 있다. 센터 소속 영양사들은 1년 동안 센터에 등록된 각 시설을 순회하면서 교육을 이어간다.

이외에 각 센터별로 특화사업도 펼친다. 서울 성북구센터(센터장 장은재)가 제작한 ‘당 저감화 실천을 위한 애니메이션-슈가몬스터의 탄생’이나 대구 중구센터(센터장 김은정)가 실시한 주말농장 체험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전국에서 운영 중인 각 센터가 천편일률적인 사업에 머물지 않기 위해 고민하고 협의하면서 매년 색다른 특화사업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처럼 센터의 활동이 단순한 식단 작성에 그치지 않고 어린이급식 전반에 걸쳐 폭넓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센터의 필요성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 한 어린이집 영양사는 “어린이급식은 성인, 학생들과 달리 소화기관, 저작기능을 비롯한 면역력 등이 아직 부족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식재료와 위생관리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며 “아직 센터가 미설치된 지역의 소규모 시설은 한마디로 영·유아를 위한 급식의 사각지대인 셈”이라며 센터 설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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