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안주고 준 것처럼… ‘배달사고’ 가능성 높아
일부 안주고 준 것처럼… ‘배달사고’ 가능성 높아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7.10.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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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협 “피해사례 사실 파악 후 법적 대응 여부 논의 중”

아무런 이유 없이 공정위의 ‘뒷거래 학교명단’에 포함된 영양(교)사들이 가장 분노하는 것은  교육당국의 태도다. 누구보다 영양(교)사들을 대변해야 할 교육당국이 아무런 사실 파악없이 ‘범죄자’로 취급한 사실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다.

공정위는 대상(주)을 비롯한 4개 업체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 조사하면서 학교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제조업감시과 관계자는 “공정위의 조사는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며, 학교나 영양(교)사를 대상으로 조사하지 않았다”며 “기업의 조사발표 후 교육부에서 해당 학교명단을 전달할 것을 요구해 자료를 넘겨준 것이다”며 이번 파문에 대해 책임을 교육부에 넘겼다.

자료를 넘겨받은 교육부는 지난달 25일 긴급회의를 열어 엄중 조사와 추후 조치할 것을 각 지역교육청에 지시했다. 각 시·도교육청은 자체적으로 조사 방침을 세웠으며, 일부 교육청에서 서둘러 학교 조사를 실시하면서 문제가 터진 것이다.

“소명없으면 경찰 수사의뢰” 위협적인 공문

가장 먼저 조사를 시작한 인천교육청은 명단에 포함된 202개 학교에 모두 공문을 보냈다. 인천교육청은 영양(교)사의 뒷거래 수수를 모두 사실로 전제하면서 학교와 영양(교)사를 궁지로 몰았다. 고압적인 공문 내용뿐만 아니라 업체의 확인서를 반드시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타당한 소명없이 혐의를 계속 부인할 경우 경찰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라는 경고까지 남겼다.

해당 공문을 받은 영양교사는 “공문을 통해 업체의 금품제공 리스트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고 대체 어떻게 조사를 한건지 어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런 중대한 사항을 공식문서로 학교로 보내 학교 구성원들로부터 불신의 눈초리에 시달리고 있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교 영양(교)사라면 무조건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소명을 요구하는 공문은 인천을 시작으로 서울과 대전 등 일부 지역에서도 해당 학교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문을 받았다는 서울지역의 영양교사는 “캐쉬백포인트를 받았다고 하지만 아는바 전혀 없으며, 협박에 가까운 공문을 보니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며 “교육청에 항의하고 싶지만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까봐 항의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행위이자 조치”라며 “교육부는 긴급회의에서부터 명단에 대해 설명하고 자세한 조사 지침과 방법까지 고려했어야 했으며 지역교육청 역시 어떤 식으로 조사를 진행할지에 대한 숙의도 없이 무조건 공문부터 발송하는 태도로 일관해 영양(교)사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고 성토했다.

▲ 공정위의 조사결과 캐쉬백포인트 수령자 명단에 포함된 영양(교)사들이 이를 적극 부인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화성시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주관한 영양(교)사들의 ‘제철요리 실습’ 모습.

 

사라진 포인트, 누가 가로챘나? “경찰 수사해야”

영양(교)사들은 이번 파문과 관련, 영양사협회 차원의 집단 대응으로 실추된 명예를 되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또한 파문 발단의 도화선이 된 대상(주)을 비롯한 3개 업체, 식재료를 취급하는 대리점, 그리고 학교에 출입했던 홍보영양사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영양(교)사들은 본인들이 받았다고 조사된 캐쉬백포인트는 대리점과 홍보영양사들이 본사로부터 캐쉬백포인트를 받은 뒤 중간에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캐쉬백포인트와 상품권을 받은 경우를 보면 업체 본사가 대리점으로 캐쉬백포인트와 상품권을 내려 보냈다. 대리점이 받은 상품권은 홍보영양사들이 직접 영양(교)사에게 전달하고, 캐쉬백포인트는 홍보영양사들이 영양(교)사의 캐쉬백 카드번호를 받아 적립해주는 방식으로 뒷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과정에서 업체들이 상품권과 캐쉬백포인트를 지급한 사실을 분명히 확인했고 이를 근거로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포인트는 지급됐는데 받은 사람은 없다면 이른바 ‘배달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정위는 영양(교)사에게 실제로 전달됐는지 여부까지 확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남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받지도 않은 포인트를 받았다고 하는데 경찰수사를 해서라도 진실을 밝히고 홍보영양사들과 대리점에서 포인트를 횡령하고 영양(교)사들에게 뒤집어씌운 것이라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문은 그동안 수많은 부정적인 이슈에서도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는 비판을 받는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임경숙, 이하 영협)도 움직이고 있다. 영협은 지난 23일 인천교육청의 사례 접수를 시작으로 전국 지부별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피해 사례를 접수받고 있다. 영협 김송희 사무총장은 “이번 사안은 영협 임직원 모두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임직원 회의와 이사회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법적인 조치가 가능한지 여부도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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