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부인하면 경찰 수사의뢰’ 교육부가 지시했다
‘혐의부인하면 경찰 수사의뢰’ 교육부가 지시했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7.11.12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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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회의 참석자, “교육부 지시 듣고 깜짝 놀랐다”
교육부, “부정확한 정보 만든 쪽이 문제” 책임전가

일부 시·도교육청의 영양(교)사들에 대한 과잉 조사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장관 김상곤)가 ‘혐의부인 시 경찰에 수사의뢰 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조사 결과 식재료 납품업체로부터 상품권 등을 받은 학교 명단을 각 시·도교육청에 보내 조사를 지시하였으며, 이에 따라 일부 시·도교육청이 자체 조사를 벌이며 과잉 조사 논란이 불거졌다.<본지 226호, 2017년 10월 30일자>

본지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식 조사에 나선 교육청은 3곳인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인천교육청은 명단에 포함된 202개 학교에 일제히 소명서와 확인서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광주교육청도 인천교육청과 비슷한 공문을 하달했고, 서울교육청도 금액의 규모가 큰 학교를 대상으로 일부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상품권이나 캐쉬백포인트 등을 받지 않은 학교도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명단의 신뢰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또한 사실 여부 확인없이 학교에 공식 공문으로 명단을 내려보내고 심지어 ‘경찰 수사의뢰’까지 언급하면서 교육청의 과잉 조사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9월 25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대형 4개 식품제조업체가 학교급식 납품실적에 따라 학교 영양(교)사 등 급식 관계자에게 상품권 등을 제공한 불공정행위 사실이 확인됐다며 시·도교육청 관계자 긴급회의를 열고 특별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대형 4개 업체는 대상(주)와 CJ프레시웨이, 푸드머스와 동원F&B다.

▲ 교육부가 일선교육청에 '혐의부인시 경찰 수사의뢰'라는 구체적인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문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은 교육부 김상곤 장관이 지난달 27일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교육부 급식담당부서가 앞장서 범죄자 취급”

당초 공정위가 대기업 4개사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한 날짜는 지난 9월 24일이었다. 그리고 교육부는 공정위로부터 전달받은 명단을 놓고 이튿날인 9월 25일 긴급회의를 열고 엄정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을 천명했다. 그런데 이 긴급회의에서 교육부 담당자가 소명서와 확인서를 무조건 요구하고 ‘혐의를 계속 부인하면 경찰에 수사의뢰하라’는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긴급회의에 참석했다는 한 교육청 관계자는 “공정위의 명단이 학교명과 금액만 적혀 있는 등 구체적이지 않아 조사를 실시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교육부 담당 공무원이 ‘혐의를 계속 부인하면 경찰에 수사의뢰하라’고 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공정위에 학교명단을 요청한 부서가 교육부 감사담당관이 아니라 급식업무를 맡는 학생건강정책과인 것이 확인된 마당에 이같은 교육부의 지시가 알려지자 영양(교)사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경기지역의 한 영양사는 “교육부가 최소한의 확인절차도 없이 명단을 교육청에 내려 보낸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구체적으로 경찰 수사의뢰까지 언급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며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담당자는 “명단을 만든 공정위에 책임이 있다”며 “엄정한 조사를 통한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한 것이지 다른 뜻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공정위 명단 진위 여부부터 확실히 밝히자”

영양(교)사들은 상품권 또는 캐쉬백포인트를 받았다는 학교 명단의 진위 여부를 명확하게 밝힐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업체들로부터 실제로 상품권과 캐쉬백포인트를 받은 영양(교)사가 한 명도 없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상당수의 영양(교)사는 금전적 이익을 전혀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밝혀진 만큼 경찰 수사를 통해서라도 명단에 포함된 학교가 금품수수가 있었는지 사실부터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논란이 확산되자 아직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나머지 시·도교육청은 조사방법과 대상, 시기 등을 신중하게 조율하고 있다. 강원교육청 관계자는 “우선 강원도내 670여개 학교에 ‘학교급식 관리기간 조서’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내 해당기간에 근무한 영양(교)사가 누구였는지부터 파악하고 있다”며 “혹시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영양(교)사가 있을 수 있어 조사시기와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도 “경기지역은 가장 학교가 많은 곳이라 명단에 포함된 학교도 많다”며 “조사방법과 범위, 시기에 대해 논의하고 있을 뿐 아직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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