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받은 한 통의 e메일. 글의 사이사이에서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느껴지는 ‘독자의 의견’이었다.
본인이 영양사라고 밝힌 독자는 “앞으로 홍보영양사들은 ‘영양사’라는 명칭을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영양사 면허도 없이, 심지어는 보건증도 없는 사람들이 학교를 드나들며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 인센티브로 월급을 받아가는 홍보영양사들이 모든 영양사들의 명예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홍보영양사들이 받아가는 인센티브 때문에 식자재 가격은 높아지고 학교급식의 질이 영향을 받는다고 성토했다.
구구절절 옳은 주장이었다. 기자가 파악한 바로는 전국에서 홍보영양사라는 직함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대략 1000여 명 수준이며, 영양사 면허소지율은 대략 60%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양사면허증을 가지고 집단급식소에 취업하는 영양사와는 달리 홍보영양사는 자사 제품에 대한 정보를 배우고 영업스킬 등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홍보영양사가 될 수 있다. 기존의 대표적인 영업직인 보험설계사와 신용카드 모집인, 화장품 판매사원 등에 종사했던 이들이 홍보영양사로 업종을 옮기는 경우도 많다고 전해진다. 업체가 홍보영양사를 채용할 때도 영양사 면허소지를 우대조건으로 명시할 뿐 필수조건으로 명시하는 업체는 극히 드물다.
이들은 판매 인센티브가 주요 수입원이기에 자사 제품 판매에 더욱 열을 올리고 그들 중 일부는 더 많은 판매를 위해 ‘리베이트’를 시도했다. 자사 제품을 사용하면 백화점상품권과 캐쉬백포인트로 ‘보답’을 한 것이다. 이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지난 9월 발표한 조사내용의 핵심이었다. 대다수 학교 영양(교)사들은 해당 업체가 아니라 홍보영양사들로부터 상품권과 캐쉬백포인트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는 전혀 금전적 이득을 받은 바 없다고 하는 영양(교)사들은 “홍보영양사들이 자기들 멋대로 포인트를 적립해놓고, 마치 학교 영양(교)사들에게 준 것처럼 누명을 씌우고 있다”고 분노하기도 한다.
본지에 메일을 보내온 영양사는 “앞으로 홍보영양사는 ‘홍보사원’이나 ‘영업사원’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게 아니라면 직업군을 유지하기 위한 자격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답이다. 그동안 홍보영양사들로 인한 폐단이 너무나 많았고, 그 폐단은 쌓이고 쌓이다 결국 터졌다. 그리고 그 피해는 정작 정직한 학교 영양(교)사들이 받고 있다. “올해처럼 학교 영양(교)사 하기가 힘들었던 때가 없었다”는 한 영양사의 한탄, “이제는 정말 영양(교)사 그만하고 싶다”는 외침, 지금처럼 깊이 이해가 됐던 순간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