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공정위 철퇴 맞은 ‘협동조합’
[분석] 공정위 철퇴 맞은 ‘협동조합’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7.11.1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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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육성 틈타 담합·리베이트 ‘비리 온상’회원 가입 늘리려 납품과정에 영향력 확대 시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지난달 충북급식재료공급업협동조합(이하 충북급식조합)의 불공정행위를 적발하고 과징금 4100만 원 부과에 이어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그리고 구체적인 행위를 적시하고 시정 요구했다. 급식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의 조치를 매우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공정위가 그동안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던 ‘은밀한 거래’까지 점검하고 불공정행위를 적극 시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학교와의 유착과 리베이트, 납품과정에서의 갑질, 담합으로 인한 가격조절 등 학교급식 식재료업체들의 비정상적이고 불공정한 영업행위에 대한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행위 뒤에는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협동조합’이 있었다.

‘협동조합’의 빛과 그림자

이번에 문제가 된 충북급식조합이 벌인 불공정행위는 크게 3가지다. 우선 충북급식조합은 조합 소속 업체들끼리 거래할 때는 가격을 10% 할인해 공급하고, 비조합원 업체들에게는 할인을 못하게 했다. 이를 위반한 조합원들에게는 경고 조치했다. 가격 경쟁을 막고 업체들의 조합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충북급식조합의 가입비는 업체당 500만 원이며 월 회비는 10만 원. 충북급식조합은 이런 식으로 회원가입을 늘리고 식재료 납품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두 번째로는 거래 상대방과 지역을 제한하기 위해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의 거래를 금지하고 식재료 운반 트럭 1대당 낙찰 학교 수를 2개로 제한해놓은 것이다. 이를 어기면 경고 또는 제명 등으로 학교급식 입찰에 참가를 막았다. 그리고 타 지역 식재료 구입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세 번째로 업체들의 트럭 보유대수까지 제한했다. 직납업체들의 트럭에는 직접 조합이 스티커를 붙여서 관리했고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은 트럭을 운행한 조합원은 실제로 총회에서 제명했다.

충북급식조합이 이 같은 행위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들이 협동조합이라는 틀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영업과 육성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펴고 있는데 협동조합도 이에 해당된다. 충북급식조합은 관계당국의 인가를 받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의 하나로, 중소기업들을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해 지난 1961년에 제정된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의해 설립됐다. 이 법에 따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와 사업협동조합연합회 등 관련 기관이 만들어졌으며,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들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은 중소기업들의 창업과 육성, 지원에 큰 역할을 한 법이었다. 그러나 이번 공정위 조치로 법의 취지와 달리 일부 식재료업체들이 이 법을 악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적시됐으며, 법적조치를 내린 첫 사례로 남게 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동안 중소기업 육성에만 중점을 뒀을 뿐 규제에 대해서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의 종류는 대략 200여 가지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쌀과 김치, 축산물 등 지속적으로 쓰이는 품목을 제외하면 육류가공품과 공산품 등은 식단에 따라 구매할 수밖에 없어 평균 구매금액이 크지 않다. 게다가 전국의 1만 2000여 개에 달하는 학교가 모두 개별 입찰 및 구매를 하기 때문에 소규모 계약과 납품이 많아 규모가 큰 기업이 참여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이런 여건에 따라 자사 제품을 직접 납품하는 업체보다 대부분 제조사로 부터 제품을 받아 유통과 납품만을 하는 중소규모의 직납업체가 사실상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을 도맡아 하고 있다.

 

▲ 지난해 부산학교식자재사업협동조합과 부산단체급식식자재유통협동조합이 열었던 자정결의대회 모습. 당시 부산지역은 일부 식재료업체가 위장업체를 설립하고 타인 명의의 IP를 빌려 중복 투찰하는 등의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 경찰조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협동조합은 이들 중소규모의 업체들이 모여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대안으로 최근 잇따라 설립되고 있다. 하지만 본래의 취지와 달리 설립된 협동조합은 소속된 중소규모 업체들을 별도 관리하며 불공정거래를 부채질하는 탈선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한 식재료업체 관계자는 “학교급식 식재료업체들이 구성한 협동조합은 타 업체가 들어오는 것을 철저히 배제하며 조합에 가입할 때는 큰 비용을 부담토록 하는 등 불합리한 관행을 지속해왔고 신규업체에게 담합을 제안하는 등 부조리도 많았다”며 “무엇보다 협동조합이라는 공익적이고 우호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며 국가예산을 빼먹고 있다고 봐도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권에 의해 악용된 ‘공동구매’

학교급식에서 협동조합이 갖는 더 큰 문제점은 바로 ‘공동구매’ 이다.

현재 전국의 상당수 교육청은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한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농축수산물에 한정되어 있으며, 구매 금액이 낮고 종류가 다양한 공산품의 경우는 제외돼 있다. 본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재 몇몇 교육청에서 공산품에 대한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공동구매 사업은 해당 지역에 중소 식재료업체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9조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조합, 사업조합, 연합회 또는 중앙회의 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같은 법적인 ‘특권’을 악용해 지역에 설립된 협동조합이 공동구매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동구매의 운영형태는 구매 품목을 협동조합이 먼저 결정하고 학교에 결정된 품목을 전달하면 학교는 이 중 필요한 품목을 구매한다. 그리고 납품은 조합 소속업체들이 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공동구매 과정은 철저히 조합 중심으로 이뤄져 일부 지역에서는 유착이나 담합, 리베이트 등이 이뤄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남지역의 한 급식 관계자는 “협동조합과 공동구매 등 좋은 취지로 시작된 사업이 이권에 의해 악용되는 사례가 너무 많다”며 “충북급식조합과 같은 불공정행위는 부산·경남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도 만연해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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