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giene Issue 액상소멸식 ‘음처기’ 사용금지 논란
Hygiene Issue 액상소멸식 ‘음처기’ 사용금지 논란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3.1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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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위임권한 넘은 규제로 급식소·음처기 업체 피해 속출

매일 엄청난 양이 쏟아져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는 처리 곤란한 애물단지다. 하루라도 치우지 않으면 악취로 인해 생활이 어렵다. 때문에 단체급식소나 음식점은 물론 가정에서도 음식물쓰레기처리기(이하 음처기)를 이용해 처리하는 곳이 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보급돼 사용 중인 음처기의 쓰레기처리방식을 두고 정부가 규제에 나서 일부 단체급식소나 음식점 곳곳에는 음처기가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음처기 업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규제완화를 앞세운 정부에 의해 오히려 규제당해 폐업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한정식을 하는 경기도의 한 음식점 주인 최모 씨는 음처기만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 지난해 초 영업사원 말만 믿고 들여놓은 음처기가 폐기물관리법에 위반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 씨는 “우리 같은 서민이 법을 얼마나 알겠냐”며 “비싸게 구입한 기계를 사용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단체급식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예산이 아닌 지자체 지원으로 들여놓은 음처기가 학교에서 고철덩어리로 변해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어 고민이다. 서울시에는 총 49개교가 음처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17개교는 음처기를 이용해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방치상태다. 실제로 서울 중부교육청에도 4개의 학교가 음처기를 사용하지 못한 채 학교 한쪽에 방치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09년 2월 현재 서울시 학교 1,153개교 중 97.1%에 달하는 1,120개교가 업체가 수거해가는 위탁방식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음처기를 이용해 자체 처리하는 학교는 20개교(1.7%), 위탁과 음처기 사용은 12개교(1.1%), 기타 1개교(0.01%)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0여 년 전부터 지자체에서 산발적으로 학교에 음처기 구입비를 지원해 몇몇 학교들이 사용하고 있었지만 소음이나 악취가 문제가 되었고, 한술 더 떠 요즘은 환경부에서 규제하고 있는 처리방식이 문제가 돼 상당수 학교가 사용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음처기 구입비로 약 11억 원을 마련해 신청 학교에 지원할 계획이지만 조심스럽다.

서울의 모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1,000만 원이 넘는 큰 돈을 주고 들여온 제품이 쓸모 없는 고철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제조회사에서 부품 교환 같이 기술적으로 해결해 다시 사용하는 방법을 강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음처기는 음식물쓰레기 처리방식에 따라 구조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부품 교체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의 규제 이후 폐업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어 음처기 업계도 정부를 상대로 힘든 싸움을 시작했다. 음처기 업체들은 지난해 7월 환경부가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고쳐 액상소멸식음처기의 사용을 금지시킨 뒤 갈등을 겪고 있다. 한국음식물자가처리기업협회(이하 음처협)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이 적용된 이후 액상소멸 방식 업체 중 10개 업체가 폐업했으며, 관련 유통회사까지 합치면 50여 개사가 심각한 상태에 이를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음처협은 환경부가 지난해 8월에 제정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제10조의 3단서규정’에 대해 특정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의 사용을 금지해 상위법을 위반했다며 지난 1월 30일 환경부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배상준 음처협 회장은 “환경부는 해당 규정을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제7조의 1항 5호’에 의해 권한을 위임 받은 것으로 보고 법을 제정했다”며 “그러나 해당 조항에서는 생활폐기물외의 폐기물에 대해서만 환경부장관에 위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위임된 권한을 넘어 생활폐기물인 음식물류 폐기물에 대한 규제조항을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실제로 ‘폐기물관리법 제15조’에는 생활폐기물 배출자가 스스로 처리하거나 감량하여 배출해야 한다는 생활폐기물 배출자의 의무가 명시되어 있고, 처리할 때는 까다로운 의무가 많은 폐기물 처리시설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돼 있다.또한 각 지자체에서도 이런 차원에서 ‘음식물을 최대한 국물을 짜내 가급적이면 건더기만 배출하라’고 일반가정에 행정 지도하고 있다.음처협 관계자는 “현 규제규정은 음처기 처리방식에 있어 편파적일 수 있으며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제한을 두는 측면이 있다”며 “이번에 제출된 헌재심판청구는 상위법을 위반하여 제정된 것이므로 100% 삭제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액상소멸식 음처기 외에 건조 방식의음처기 제조업체도 환경부와 갈등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음식물 분쇄건조 후 잔존물이 완전 분말 가루로 나오기 때문에 음식물 봉투가 아닌 일반쓰레기 봉투에 버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업계는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유기물질이 완전히 분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음식물 봉투에 버리도록 했다. 그러나 가까운 일본은 음처기를 통해 나온 건조된 쓰레기는 바로 처리하도록 해 우리나라와 비교되고 있다. 이러한 규제가 기업을 벼랑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음처기에서 나온 분말을 음식물쓰레기 봉투에 별도로 버리라고 하면 소비자가 이용하기에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이는 곧 판매에 악영향을 미쳐 기업은 경영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_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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