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빈 교실에 어린이집 설치’ 법 개정 ‘적신호’
‘학교 빈 교실에 어린이집 설치’ 법 개정 ‘적신호’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7.12.08 18: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리 주체 모호” 교육계 강한 반발로 법사위 통과 불투명학교 현장 “법 개정 앞서 관련 법령과 제도 정비 선행돼야”

 

▲ 초등학교의 빈 교실을 활용한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 방안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이에 대해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대표적인 급식관리 사각지대인 ‘병설유치원’의 사례가 되지 않도록 제도와 예산, 인력 등을 정비한 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초등학교의 빈 교실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관련 법 개정이 사실상 무산될 전망이다. 개정안이 상임위는 통과했으나 교육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최종 법사위 통과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급식 관계자들은 이번 기회에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어린이급식의 전반적인 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논란은 올해 1월 남인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초등학교 유휴교실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조문이 담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서 시작됐다.

이어 이 법안은 지난 9월 이석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초등학교 유휴교실뿐만 아니라 유휴시설과 공공건축물까지 활용범위에 포함해 발의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으로 발전됐다. 그리고 지난달 24일 이석현 의원의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자 교육계는 크게 반발했다. 교육계는 교육부가 관할인 학교에 보건복지부가 관장하는 어린이집이 들어설 경우 주무기관이 엇갈려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수 있으며, 병설유치원 설립을 가로막을 우려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도 지난 1일 성명서를 내고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방침은 환영한다”면서도 관련 기관과 교육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등 절차상 문제와 책임 소재 불투명 등을 지적하며 법 개정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 같은 교육계의 반발로 인해 이번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이에 더해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현재 병설유치원 급식도 책임 소재가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기는 마찬가지”라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병설유치원은 초중등교육법과 학교급식법, 영유아보육법, 유아교육법 등 관련 법령 어디에도 법 조항이 없지만 학교기관에 설립되고 있다. 그동안 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 교장이 원장을 겸임하고, 별도의 조리시설과 전담 영양사 없이 초등학교 소속 영양(교)사에게 급식 관련 업무를 떠넘겨 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별도에 대안 없이 어린이집까지 초등학교 내에 설치되면 병설유치원과 동일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

이 때문에 이번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 확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이번 기회에 병설유치원을 포함한 어린이집·유치원의 급식 관련 법령과 제도, 예산을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 금천구의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50~60명 규모의 원아가 있는 어린이집이 영양사를 고용하려면 학부모들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쉽지 않다”며 “누리과정에 급식비만 포함시킬 것이 아니라 영양사 의무고용과 조리시설 교체 등의 예산항목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병설유치원 급식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온 서울 A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초등학교 영양(교)사들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학교장 부탁 혹은 지시만으로 어쩔 수 없이 병설유치원 급식관리를 도맡아 오고 있다”며 “만약 국공립 어린이집을 반드시 초등학교 내에 설치해야 한다면 급식에 대한 제도와 법령을 정비하고 인력 및 예산 확보부터 하는 게 순서”라고 꼬집었다.

전북의 한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관계자도 “일반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센터의 관리를 받을 수 있으나 병설유치원은 학교 내에 있다는 이유로 센터의 관리 밖에 있다”며 “이번 개정안대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학교 내에 설치한다면 또 하나의 ‘급식관리 사각지대’가 생겨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