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 갈 곳 없는 ‘아동급식카드’
방학 중 갈 곳 없는 ‘아동급식카드’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7.12.0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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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처 70% 편의점에서 소비, 영양불균형 초래일회용기 사용으로 환경호르몬 노출 위험도 높아

 

▲ 결식아동들을 위한 아동급식카드의 지원 단가가 낮아 적절한 사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인천시 남동구 내 한 아동급식카드 가맹점의 모습.

 

결식아동들을 위한 아동급식카드의 지원 단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아동급식카드’(이하 급식카드)는 생계가 어려운 가정의 자녀가 학교에서 급식을 먹지 못할 경우 학교 밖에서 급식에 준하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정부 바우처 사업이다.

급식카드의 지원 단가는 지자체마다 다르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시는 5000원, 경기도는 4500원이며, 나머지 15개 시·군은 4000원 이하이다.

문제는 이 단가가 너무 낮아 가맹점이 많이 있어도 적절하게 사용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4000원을 넘어가면 추가 비용을 아동이 부담해야 하는데 생계가 어려운 아이들이 추가 비용을 내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자연스레 단가에 맞춰 가맹점을 찾아가는데 통계에 따르면 70% 가량의 사용처가 편의점에 몰려 있다.

지난 10월 윤재옥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이 대구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급식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전체 가맹점(1266곳) 중 70%에 해당하는 877곳이 편의점이었다. 한식은 65곳(5.1%)에 불과했고, 분식은 216곳(17%), 중식은 96곳(7.5%), 부식은 12곳(0.94)에 그쳤다.

이 같은 현상은 대구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시의 급식카드 이용 아동은 2만7000명이 넘는데 가맹점은 1900여 개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편의점에서 급식카드를 이용하는 아동이 70%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학교급식 대신 편의점 음식으로 하루 식사를 대신해야 하는 아이들에 대해 여러 가지 우려를 내놓고 있다. 편의점 식품의 특성상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가 어렵고, 패스트푸드 위주의 식단으로 신선한 채소와 과일 구매는 쉽지 않다. 특히 채소와 과일은 구매 자체는 가능해도 단가가 주식용 식품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급식카드를 활용하기는 더더욱 힘들다.

이런 편의점 음식만으로 끼니를 해결한다면 어린 나이에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과 같은 성인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게다가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회용기에 들어있는 냉동식품이나 물(생수)을 자주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내분비계 교란물질인 ‘비스페놀A’(BPA) 농도가 높을 위험이 1.5배에 달한다는 연구도 있다.

겨울방학이 가까워지면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여러 가지 대안을 내세우고 있으나 당장 해결이 가능한 대책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물가상승률과 식비기준에 맞춰 단가를 올리는 것은 예산 부담이 큰데다, 급식카드를 아이들이 아닌 부모들이 사용하는 등의 부작용도 심화시킬 수 있어 반대의견도 많은 편이다. 또 결식아동 지원 방법을 급식카드 대신 도시락, 단체급식 제공 등으로 다양하게 바꾸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서울시 동대문구 보건위생과 담당자는 “급식카드 사업 시행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향후 지원 단가를 높이는 동시에 가맹점을 늘리고 선택권을 넓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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