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통해 채소와 한 뼘 가까워지기
텃밭을 통해 채소와 한 뼘 가까워지기
  • 이수경 센터장
  • 승인 2017.12.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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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경 센터장 인천 부평구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인하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채소는 비타민, 무기질, 파이토케미컬 등이 풍부한 반면 에너지 함량이 낮아 비만과 성인병 위험에 노출된 현대인에게 딱 맞는 식품이다. 이렇게 건강에 이로운 식품이 일상 식생활에서 충분한 양과 적절한 방법으로 섭취되려면 생애 초기에 채소와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릴 때 형성된 식습관은 바꾸기 어렵고, 성인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전국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어린이가 채소와 친해지는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텃밭프로그램은 어린이에게 채소를 소개하는 많은 프로그램 중 하나로 전국 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 대상 텃밭교육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유명 세프이자 활동가인 앨리스 워터스(Alice Waters)는 텃밭을 일구어 현대사회에서 단절되어 있는 식품 생산과 소비의 고리를 이어주고, 학생들이 음식과 땅에 대해 감사하며 건강에 좋은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기를 바랐다.

지금은 지역사회 텃밭, 상자 텃밭, 옥상 텃밭 등 여러 방면에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센터에서는 ▲조성되어 있는 텃밭 등을 방문하여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경우 ▲씨나 모종을 심어서 자라나는 과정을 배우고 관찰하는 경우 ▲영양교육이나 위생교육을 접목하는 경우 ▲키운 작물을 먹어보거나 요리를 하는 경우 등 다양한 형태로 텃밭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영양사가 어린이 성장발달에 적합한 영양교육을 함께 진행하는 것은 센터의 강점이다.

이러한 센터의 텃밭프로그램이 어린이들이 채소와 친해지는데 과연 효과가 있을까? 몇 곳의 센터에서 그 답을 알아보고자 효과평가를 시도하였다. 그 일례로 인천 부평구센터는 2017년에 푸드브릿지 교육방법을 접목한 텃밭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어린이 채소섭취 정도를 프로그램 시작 전과 후에 조사하였다. 대조군으로 비교하기 위해 텃밭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비슷한 어린이급식소 어린이들에게도 같은 조사를 진행하였다.

텃밭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프로그램 참여 후 채소를 더 많이 배식 받고 잔반양도 적었으나 참여하지 않은 어린이는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텃밭프로그램 참여그룹에서 채소반찬을 남긴 어린이 비율은 60%에서 33%로 줄어든 반면 비참여그룹은 66%에서 51%로 감소하였다. 또한 텃밭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채소의 형태, 맛, 냄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어린이가 채소와 친해지는데 기여하고 나아가 잘 먹도록 도와주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텃밭프로그램은 이외에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대사회는 음식을 키우고 만드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이 다르다. 어린이들은 먹는 음식이 밥상에 올라오기까지 과정을 텃밭을 가꾸며 경험하고 그 어려움과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이는 요즈음 문제가 되고 있는 음식물쓰레기 줄이기에 반드시 필요한 기본 조건인 음식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만들어가는 단계라고 하겠다.

건강뿐 아니라 환경문제와 인간존중의 마음가짐을 시작하는데 씨를 뿌리는 텃밭프로그램은 센터 주요사업으로 자리 잡고 더욱 체계적인 모습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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