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과도한 전횡에 멍드는 부산 학교급식
협동조합 과도한 전횡에 멍드는 부산 학교급식
  • 김기연·이의경 기자
  • 승인 2017.12.1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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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조달 과정에서 막강한 권한, 제조사에는 ‘갑질’제조사들 “이익은커녕 손해만...” 부산 급식 납품 포기

“부산 학교급식에 납품하는 것은 아예 포기했습니다. 몇 년 전에 공동조달 입찰에서 낙찰됐는데 납품하면서 ‘이건 안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 업체는 나름 부산지역에서 내실 있고 잘 알려진 업체라고 자부했는데 납품단가를 25% 낮추고 협동조합 소속 유통사에게 또 비용을 지출해야 하니 도저히 제조단가를 맞출 수가 없었습니다. 원래 납품가격에서 30% 이상 떨어진 가격에 제품을 팔아야 하는데 누가 견딜 수 있겠습니까.”(부산 A업체 대표)

“협동조합이 왜 있어야 합니까. 협동조합은 사무실에 앉아만 있으면서 제조사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부산 공동조달에서 협동조합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부산 공동조달을 해야 한다면 교육청이 직접 맡아서 진행해야 하며 그게 아니라면 폐지해야 합니다.”(부산 B업체 대표)

부산시 학교급식 공동조달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13년 10월부터 4년 동안 진행된 부산 공동조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제조사들은 협동조합에 소속된 유통사들이 휘두르는 과도한 전횡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이들이 휘두르는 ‘갑질’에 부산지역 학교 및 학생들 전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 부산 학교급식 식재료 공동조달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식재료의 질을 우려하는 의견부터 조합협의체가 제조사들에게 상식 밖의 과도한 ‘갑질’을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사진은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가장 먼저 문제는 협동조합이 제조사들에게 요구하는 ‘조합 구매가격’이다. 협동조합은 ‘식재료 공동조달 사업추진단’(이하 추진단)에서 선정한 공동조달 품목과 기준에 대해 단가견적 입찰을 신청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공동조달 입찰을 진행한다. 그리고 입찰에서 선정된 제조사가 협동조합에 납품하는 가격은 교육청에 납품하는 가격보다 25% 하락된 가격이다. 25%는 협동조합의 회원인 유통사들의 물류 및 보관, 인건비 명목과 함께 제한적 최저가 입찰로 인한 가격 하락부분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제조사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협동조합은 실제로 물류 및 유통, 보관을 전혀 하지 않으며 인건비 역시 ‘조합협의체’ 소속 4명에게 지불하는 임금뿐이기 때문에 큰 비용이 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

부산 A업체 대표는 “실제로 낙찰이 되면 납품에 대한 책임은 제조사에게 있다”며 “그러나 제조사 중에는 보관시설은 있어도 납품을 위한 인력과 차량이 없는 경우도 많아 이들은 다시 유통사를 이용해 학교에 납품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유통사는 이 과정에서 다시 유통비용을 요구한다. 유통비용의 규모는 대략 납품가격의 7~8% 가량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입찰과정에서 25%가 낮아지는데 유통비용까지 추가 부담하기 때문에 이중부담을 고스란히 안아야 한다.

협동조합은 공동조달로 학교에 납품할 경우 반드시 ‘당 조합원인 유통회사’를 통해 납품해야 한다고 입찰설명회에서 밝히고 있다. 제조사들이 부산지역 학교급식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협동조합을 거치도록 제도화한 셈이 된다. 제조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유통사를 이용해 납품을 하고 이 부담은 식재료 제조단가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 공급업체로부터 납품받은 식재료를 검수하고 있는 학교 영양(교)사들과 조리종사자들의 모습.<사진은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이익은커녕 손해만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값싼 식재료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아예 부산 학교급식의 납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부산지역의 C업체 관계자는 “만약 학교급식 납품이 반드시 필요하면 손해를 보면서,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속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제 살 깎아먹기에 불과하다”며 “협동조합이 없어져야 부산 학교급식이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동조합의 문제점은 이것뿐이 아니다. 공동조달 과정에서 전권을 휘두르며 가격 담합까지 시도한 정황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 A업체 대표는 지난달 2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2014년 입찰에 참여했더니 협동조합으로부터 ‘낙찰돼서 추진단에 다 보고되었으니 납품가를 조금 더 낮춰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너무 어이가 없어 급식 납품 안하겠다고 답변하고 그 뒤로 부산지역 학교급식 납품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부산 공동조달 절차에 따르면 공동조달 품목과 기준은 추진단에서 결정하지만 품목과 기준을 놓고 설명회와 입찰에 참여할 제조사들의 신청을 받아 정리 후 추진단에 보고하는 역할은 협동조합의 협의체가 맡는다. 입찰 참가업체의 실사와 선정은 추진단과 협의체가 공동으로 하나 추진단에 보고하기 전 단계를 협의체가 직접 맡고 있어 중간단계에서 협의체가 ‘개입’할 여지가 충분하다. A업체 대표의 경우 입찰 신청업체를 정리해 추진단에 보고하기 전에 가격조정을 요구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실태는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만연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부산시의회 박중묵 의원은 직접 협동조합과 부산교육청을 지목해 ‘유착’이라고 폭로하기도 했으며, 이후 김모·이모 협동조합 이사장 2명은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과거 공동조달 도입 초기에는 유착 등의 문제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교육청과 추진단 모두 최대한 투명하고 공정하게 공동조달을 집행하고 있다”면서도 “만약 제기되는 우려가 사실이라면 부산 공동조달을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지 보도에 대해)25%에 대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서 조합협의체 측에 해명자료를 요청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조합협의체 사무국의 김순권 전무(부산학교식자재사업협동조합 전무)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본지 보도가)황당하고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아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며 “(25% 이외의 추가 물류비용 발생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 사실이다 아니다를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구체적인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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