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학교 식재료 공동조달, "유통사들만 배불리는 현행 구조 개선돼야"
부산 학교 식재료 공동조달, "유통사들만 배불리는 현행 구조 개선돼야"
  • 김기연-이의경 기자
  • 승인 2017.12.28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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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조달 시스템 부산교육청이 책임지는 체계 ‘필요’

[대한급식신문=김기연-이의경 기자] # 지난 18일 2018년 1학기 부산 학교급식 식재료 공동조달 설명회가 열렸다. 이를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부산시교육청(교육감 김석준, 이하 부산교육청)과 부산 학교급식조합 협의체(이하 조합협의체)는 공동조달 품목 선정 협의를 진행해왔으며, 부산교육청 산하 학교식재료공동조달사업추진단(이하 추진단)의 최종 결정을 거쳐 이날 설명회가 개최됐다. 이번 설명회를 통해 선정된 품목은 친환경 제품 25종류를 포함해 총 181종이다.

구매가격 절감 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온 부산 학교급식 식재료 공동조달.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조합협의체의 납품가격 후려치기와 보이지 않은 갑질, 유통사들의 이익 나눠먹기라는 부작용이 상존하고 있었다. 학교급식 식재료 제조업체들은 짧은 시간 안에 모든 부작용을 개선할 수는 없으나 이미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모든 학교급식 식재료가 ‘싸고 좋은’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모든 식재료는 다 제 가격이 있습니다. 제 가격에서 폭리를 취하는 것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제 가격에서 지나치게 낮아지면 식재료의 질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부산 공동조달은 제조사들에게 지나친 가격 하락을 요구했고, 상당수 내실 있는 업체들은 학교급식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습니다.”(부산 식재료업체 영업 관계자)

부산 학교급식 식재료 공동조달에 대해 가장 먼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급식 식재료 납품에 요구하는 정책 방향이다. 예산 절감을 이유로 ‘최대한 가격을 낮게’ 요구하는 정책 방향은 식재료의 질을 위협하기 때문에 제조사들에게 최소한의 이윤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이른바 ‘제한적 최저가 입찰제’의 취지와도 일맥상통한다. 무조건 가장 낮은 입찰가격이 낙찰되는 최저가 입찰제로 인해 업체들의 출혈경쟁이 빚어지고 출혈을 보전하기 위해 제품의 품질이 하락하는 결과가 나타나자 낙찰하한율(5000만 원 미만 88%/2000만 원 미만 90%)이 도입됐고, 이는 학교급식 식재료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왔다.

▲ 그동안 나름의 성과를 거둬온 부산 학교급식 식재료 공동조달 시스템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지난 10월 열린 부산시교육감배 학교밥상 경진대회 모습.<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부산지역 공동조달의 경우도 제도 추진 당시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제한적 최저가 입찰제를 거쳐 최종납품단가를 결정하도록 했으나 입찰 전 단계에 조합협의체가 지나치게 관여하는 부분이 많아지면서 ‘가격 후려치기’라는 문제가 발생한 셈이다.

부산의 A식재료업체 관계자는 “국가 예산이 반영되기 때문에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정책 방향은 이해하지만 이것이 공동조달이라는 명분과 만나면서 부조리에 울고 있는 제조사들의 하소연을 막아버리는 결과를 낳았다”며 “부산뿐만 아니라 타 지역교육청도 식재료의 적정가격 보장이라는 명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전담하는 구조 만들어야

부산지역 공동조달에 대해 식재료 제조업체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고 있는 것은 유통업체들과의 관계였다. 조합협의체가 추진단과 함께 공동조달을 맡으면서 제조업체들에게 갑질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실제로는 물류와 보관 등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조합협의체가 부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는 성토도 나왔다. 이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공동조달 과정에서 유통업체를 배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산지역 B식재료업체 담당자는 “조합협의체가 어떠한 명분으로 납품단가를 25% 낮춰서 받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며 “납품을 하기 위해 추가로 운송료를 조합 소속 유통사들에게 지불하고 있는데, 불만이 있어도 납품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싶어 이야기를 못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공동조달에 있어 조합을 배제하고 부산교육청이 모든 과정을 맡아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교육청은 조합협의체가 관할하던 업무를 전담할 인력이 없는 고민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업무체계를 맡으려면 전문성이 필요하고 업계 내부의 정보파악도 필요한데 이 또한 녹록치 않다. 공동조달이라는 체계를 만들어 지난 4년간 나름의 성과를 거둬왔는데 이제 와서 포기하는 것 또한 행정력 낭비라는 것이 부산교육청의 입장이다.

그러나 한 식재료업체 관계자는 “이 복잡하고도 어려운 공동조달 업무를 1명의 공무원이 맡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인력을 확충해서라도 부산교육청이 책임지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업체 관리부터 시작해야”

유통 및 제조업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부산의 공동조달 시스템을 보면 업체, 특히 유통업체에 대한 관리는 조합협의체가 전적으로 맡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입찰 설명회부터 신청공고 및 접수, 현장실사, 낙찰제품 발주 구분 및 정리까지 조합협의체가 맡고 있다. 부산교육청이나 추진단에서 업체들을 직접 확인하는 기회는 약 4개월에 걸친 기간 동안 단 한 차례. 그것도 입찰 참가업체 실사 및 선정단계뿐이다.

추진단 인원은 17명인데 반해 이번 2018년 1학기에 선정된 공동조달 품목은 무려 181개다. 1개 품목에 2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해도 400여 개에 달하는데 현실적으로 추진단이 입찰에 참여한 모든 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사를 진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장실사 또한 1주일 가량에 불과한 형편이어서 특정업체 위주로 현장실사가 흘러갈 수밖에 없고, 현장실사 대상 업체 선정도 조합협의체가 주도적으로 관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올바른 식재료가 공급되기 위해서는 식재료 유통 및 제조업체에 대한 상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우선 최근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유령업체인 경우 식품위생법에 따라 신고된 보관시설 및 납품차량 정보만이라도 정기적으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면 일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

여기에 업체관리를 교육청과 지자체에만 맡기지 말고 학교급식 모니터요원으로 참여하는 학부모들이 학교 내 급식운영뿐만 아니라 밖에서 이뤄지는 학교급식 식재료업체들의 납품 및 배송과정을 모니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에 기대어 특혜를 받고 있는 부산지역 내 공급업체들을 걸러내야 할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지역 내 기반을 둔 제조 및 생산업체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단순히 보관시설과 차량만을 소유하고 배송만을 하는 유통업체에게까지 지역 토종기업과 같은 특혜를 준다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부산지역의 한 교육관계자는 “유통업체의 영업정보 등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것은 정상적 영업행위를 방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소비자가 알아야 할 정보 공개의 필요성은 동의한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학교급식 관계자는 “부산의 공동조달사업은 일부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성공적인 부분도 있지만 그동안 문제가 되어온 업체들의 부도덕한 관행과 식재료의 안전성 위협 등을 더 확대시키고 재생산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조합협의체의 의견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끝내 조합협의체 관계자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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