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부적응 학생 대상 식생활교육, "사랑을 채우는 최고 교과목”
학교 부적응 학생 대상 식생활교육, "사랑을 채우는 최고 교과목”
  • 정지미 기자
  • 승인 2017.12.28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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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와 함께 한 ‘소중한 학교’의 6개월

[대한급식신문=정지미 기자] 청소년기 학생들은 신체발달이 완성되는 시기로 다양한 영양소의 섭취가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선택으로 식생활이 이뤄지다 보니 영유아보다 식생활습관의 심각성이 더 크다. 더 큰 문제는 학교 부적응 학생들의 식생활습관.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에 따르면 ‘하루 한 끼 이상 결식률 높음’의 경우 학교 부적응 청소년이 60%, 일반 청소년 36%이며 ‘단맛 선호도 높음’은 학교 부적응 청소년이 76.7%, 일반 청소년 40.9%이다. 학교 부적응 학생들이 텃밭 활동과 연계하여 음식을 만들어보고 함께 나눠먹는 과정에서 성취감과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진행한 식생활교육 현장을 다녀왔다.


 

▲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바른식생활교육체험관에서 올해 2학기 동안 '환경과 식생활'이라는 대안 교과를 진행한 '소중한 학교' 교장(우측 끝)과 학생들.

지난 12일, 맹추위를 뚫고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위해 ‘소중한 학교’가 대안 교과로 운영하고 있는 ‘환경과 식생활’ 15차시 수업을 찾았다.

장소는 경기도 수원의 예전 농촌진흥청 부지에 위치한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대표 황민영)의 바른식생활교육체험관(이하 식생활체험관). 오전 9시 50분. 수업시작 10분 전이라 바로 학생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달리 강사만이 수업준비 마무리에 분주했다.

“학생들이 좀 늦을 수도 있어요. 한 40분 정도…”

강사의 첫 마디가 오늘 수업대상이 학교 부적응 학생들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인지하게 했다.

늦어지는 수업을 뒤로하고 식생활체험관을 둘러보니 자연친화적인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수업이 진행되는 조리체험실 전체를 덮은 큰 유리창 밖으로 둥그런 돌담이 보였다. 궁금함에 나가보니 ‘키홀가든’이라는 푯말이 꽂혀있다.

“키홀가든(Key-hole garden)은 남은 음식과 전처리 식재료로 토종 농작물을 키우는 밭입니다.”

80여 평의 식생활체험관보다 더 크게 차지하고 있는 100여 평의 텃밭 그리고 키홀가든을 보며 지금까지 셀 수 없이 찾아간 식생활교육 현장과 환경자체가 다르다는 느낌을 물씬 받을 수 있었다.

결국 늦어진 수업은 11시가 훌쩍 넘어 5명의 학생 그리고 교장선생님과 함께 시작됐다. 바로 들어간 이론수업. 식생활체험관 강사인 양종화 씨가 첫 마디를 땐다.

“얘들아, 오늘은 왜 이렇게 늦었어?”
“고등학교 입학원서 쓰느라 늦었어요”
“그래, 배고프지? 우리 오늘 너희들이 직접 키운 무로 만두를 만들어서 어서 맛있게 먹자”

강사는 어떤 꾸중과 잔소리 없이 바로 만두의 유래와 어원을 설명했다.

“만두의 시초는 중국에 있어”

강사의 첫 마디에 한 학생이 “선생님, 그냥 바로 요리수업하면 안돼요?”라고 말한다.

또 한 학생이 거든 말 “배고파요. 그냥 먹어요”. 일반적인 수업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에 지켜보던 기자가 오히려 당황스럽고 황당했다. 하지만 강사는 웃으며 “만두 좋아하지? 앞으로 계속 먹을 만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면 좋지 않겠어?”라고 말하며 다시 말을 이어간다.

그렇게 설명한 만두의 시초는 제갈량이 남만을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심한 풍랑을 만나자 죽은 원혼을 달래기 위해 꾀를 내어 밀가루로 49개의 사람 머리모양을 빚어 수신에게 바치고 제사를 지낸 것에서 유래한 것이었다.

금새 신기해하며 학생들은 집중했고, 강사는 재빠르게 만두의 종류로 넘어가 퀴즈를 내기 시작했다.

“얘들아, 다양한 나라에서 먹는 만두의 종류를 맞춰볼까?”
“(사진을 보여주며)‘하가우’라는 만두는 어느 나라에서 먹을까?”
“선생님. 그 하가우 만두 급식에서 먹어봤어요.”
“‘ㅍ’로 시작하는 나라야.”
“힌트 더 주세요~”
“‘드’로 끝나는 나라야.”
“폴란드!”
“와우~ 맞았어”(모두 웃음)

그렇게 세계 각국의 다양한 만두를 꽤 많이 맞추다 또 한 학생이 수업과 다른 방향의 말을 던진다.

“선생님, 이제 무말랭이 무쳐요”
“무말랭이를 무치자는 걸보니 빨갛게 무친 무말랭이 반찬을 말하는구나?”
“오늘은 무치지 않고 무말랭이를 만두에 넣어 무말랭이 만두를 만들어 볼거야”
“그런 만두가 어딨어요?”
“만두 속에 넣는 소에 따라 이름을 붙일 수 있어. 김치만두, 버섯만두, 고기만두…”

그렇게 이론수업은 자연스럽게 마무리가 되고 요리수업이 이어졌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만두소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각양각색의 풍경이 펼쳐졌다.

고기를 다지는 한 학생은 눈에 띄게 칼질이 거셌고, 또 한 학생은 그릇에 각종 재료를 담을 때 거의 내려치듯 쏟아붓기도 했다. 다른 학생은 허공에 “화장실 가요”라며 말하고 나갔다 들어와 다시 요리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한 학생이 노래를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넘어질 수 있어~”
“(학생 모두 합창하며)지쳐 쓰러질 때까지 My Way~”

그런데 교장선생님도 함께 부른다. 강사의 입가엔 미소가 보인다. 기자인 나만 이 모든 풍경이 어색할 뿐 그 곳의 학생, 선생님은 모두 하나가 되어 만두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을 이방인처럼 지켜보며 학생들에게 제대로 말조차 건내지 못한 기자에게 한 학생이 자신이 만든 만두 하나를 말없이 건낸다.

수업 전 “일반 학생과 학교 부적응 학생의 차이는 없다”고 강조하던 양종화 강사의 말을 그제서야 이해했다.

수업 내내 아이들의 모든 말과 행동을 놓치지 않고 받아준 강사 양종화 씨는 “요리과정을 살펴보면 학생들의 강한 욕구를 발견한다”며 “긍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식생활교육자의 역할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학생들의 엄마 같아 보였던 이현숙 교장은 “‘먹을거리는 채우는 모든 것’이기에 식생활교육은 바로 이런 학생들에게 사랑을 채워주는 최고의 교과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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