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giene Issue 학원가 먹을거리 ‘빨간불’
Hygiene Issue 학원가 먹을거리 ‘빨간불’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5.0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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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 도시락 위생 엉망 식중독 사고는 예견된 것

 

▲ 얼마 전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던 서울 노량진 인근 학원가에서는 학생들이 길거리 음식물로 간단히 허기를 채우는 모습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사교육 열풍이 좀처럼 식지 않는 요즘 학원가의 먹을거리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얼마 전 서울 노량진의 학원가에서 대형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식중독의 원인은 학원에서 제공한 도시락이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위생이 불량한 몇몇 도시락 공급 업체의 문제가 아니라 학원가 먹을거리에 대한 위생관리 시스템 전체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학원가가 안전한 먹을거리의 사각지대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3월 13일 입시학원이 몰려 있는 서울 노량진의 학원가에서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12일 노량진의 M학원에서 원생들에게 저녁으로 제공한 도시락을 먹은 후 100여 명이 복통과 설사 등 식중독 증세를 보였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부랴부랴 학원에 도시락을 공급하거나 학원 주변 매점 등에 즉석식품을 납품하는 식품제조·가공업소에 대해 단속에 나섰다. 그 결과 서울 11개소, 경기 3개소, 인천·대구·대전 각 1개소 등 총 17개 업체를 적발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했다.

◆ 학원가 식중독 사고 예견된 것

식약청에 따르면 적발업소 대부분은 작업장 바닥·벽, 조리시설 및 기구, 환기시설 등을 비위생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방충망을 설치하지 않거나, 유통기한이 경과된 제품을 조리에 사용하는 등 기본적인 위생관리 상태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위반 내역을 통해서도 쉽게 파악된다.
위반 업체 중 8곳이 식품 등의 위생 기준을 위반해 적발됐고,유통기한이 경과된 제품을 사용한 업체도 4곳이나 된다. 기본적인 위생시설을 갖추지 않은 곳도 2개소다. 식약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학원장 및 관계자의 책임의식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며 “학생들도 가급적 도시락을 구매한 즉시 섭취하고, 불가피한 경우 냉장보관 하는 등 섭취 및 보관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번 사건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학원가의 식중독 사고는 해마다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서울 강남의 유명 입시학원에서 도시락을 먹은 수강생들이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여 병원치료를 받았다. 이날 학원에서 저녁으로 제공한 도시락이 문제였던 것으로 보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지난해 8월 부산의 모 미술학원에서 점심으로 제공한 음식을 먹고 학원생 6명이 식중독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날 아이들은 학원장이 집에서 조리해온 조개미역국과 쥐포조림, 계란말이 등을 먹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언론에 보도된 사고 외에 학원이 자체적으로 덮고 넘기는 경우는 더 많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모 학원 영어강사 인모 씨는 “요즘 학원들이 도시락 등을 제공하며 경쟁적으로 학원생 유치에 나서기 때문에 위생사고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며 “전에 근무했던 학원은 아이들이 식중독 증세가 있는데도 인원이 많지 않다고 해서 그냥 넘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2명 이상 동일한 증세를 보이면 보건당국에 신고해야 하는 학교급식소와 대조된다.

◆ 법적 처벌 근거 없어 발만 동동

이렇게 학원가가 먹을거리의 위생에 취약한데도 학원에 직접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학부모들은 발만 구르고 있다. 노량진에 있는 입시학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는주부 최모 씨는 “온라인 교육업계에서 간판급 학원이라고 평가 받는 곳에서 어떻게 안전성이 검증되지도 않은 도시락을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냐”며 “우리 아이도 식중독에 걸릴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화가 난다”고 말했다.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원내 급식소를 설치하고 직접 운영하고 있는 일부 대형 학원들도 위생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2007년 7월 부산식약청은 지역에 있는 대형 학원 및 기숙사 운영 학원의 단체급식소 17개소를 점검한 결과,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6개소를 적발했다. 부산식약청에 따르면 경남 김해시 모 학원 급식소는 수질검사를 하지 않은 지하수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부산 모 학원 급식소는 조리장 세척조의 배수처리 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조리장 바닥 등에 음식물 찌꺼기가 방치된 상태에서 음식물을 조리하고 있었다.

 경기도에도 이같이 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대형 기숙학원들이 40여 곳이나 되지만 관할 교육청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원시설은 교육청에 등록하고, 기숙시설은 고시원으로 등록해 운영하기 때문이다. 특히 식당은 단체급식소가 아닌 일반음식점 등으로 등록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의 관리가 쉽지 않다. 대형 학원 외에도 소규모 학원들 사이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급식제공 학원들도 위생의 사각지대로 떠오르고 있다.지방을 중심으로 생기고 있는 급식제공 학원들은 대부분 맞벌이 가정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내 일부 아파트 단지의 학원들은 방학 때만 되면 학원생들에게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강원도 춘천의 일부 학원들도 이와 비슷하게 운영하고 있다. 이런 소형 학원들은 위생시설을 제대로 갖춘 곳이 많지 않아 식중독 사고 위험성이 크다. 그러나 지자체나 보건당국은 이들을 지도하고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 공동 이용하는 단체급식소 생겨야

실제 학원의 경우 식품위생법상 단체급식소 신고 의무 대상이 아니어서 지자체나 보건당국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식품위생법에는 상시적으로 50명 이상의 인원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곳을 단체급식소로 규정해 급식재료 상태나 조리기구 등의 위생 상태를 정기적으로 검사 받는다. 대부분의 학원급식의 경우 이용자 수가 적어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학원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교육청 관계자도 “관련 법 규정이 없어 시정을 권고하는 것 외엔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학원에서 도시락 등으로 급식을 하는 것은 학생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학원 자체적으로 위생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종합반 재수학원의 경우 대부분의 수험생이 매일 장시간 학원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먹을거리에 대한 안전성 확보가 시급하다. 학교급식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교육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되고 있지만 학원가의 먹을거리 안전성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사교육을 없애지 못한다면 학원에서 아이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이나 급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계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학원이 밀집해 있는 곳에 아이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단체급식소를 만들어 위생적이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해결 방법 중 하나다”라고 밝혔다.

글_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사진_조선일보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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