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한우 등급, “평가기관이 조작했다니...”
못 믿을 한우 등급, “평가기관이 조작했다니...”
  • 이의경 기자
  • 승인 2018.01.11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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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정황 파악해 감사 중, 엄중 조치할 것”
학교급식 ‘허탈’, “등급 고집보다는 효율성 고민”

[대한급식신문=이의경 기자] 축산물의 등급을 매기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이하 축평원)이 기관의 성과급을 위해 한우 등급을 임의로 조작해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소고기 중에서도 1등급 소고기를 우선 사용해온 학교급식은 허탈한 심경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축평원은 2등급 품질의 한우는 1등급으로, 1등급 품질의 한우는 1+등급으로 한 단계씩 등급을 올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성과급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한우등급 판정은 축평원 소속의 등급판정사가 맡는다. 등급판정사는 축평원에서 자격을 부여받아 축산물의 품질을 평가하는 전문가다. 이들은 한우뿐만 아니라 돼지와 닭 등 축산물의 등급을 정해진 기준에 의해 판정하고 등급판정서를 붙이는 역할을 한다. 등급의 주요 평가 잣대는 육질과 근내지방, 즉 마블링에 따라 1++에서 3등급까지 5등급으로 나눈다. 그러나 등급판정 기준이 있다고 해도 마블링의 위치와 양, 육질을 사람이 눈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조작의혹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올해 축평원이 평가한 한우의 64% 가량이 1+등급이며 1등급 비율은 매년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전국 한우에 매긴 등급분포를 살펴보면 2등급과 1등급, 1등급과 1+등급의 경계선이 유독 높다. 이는 2등급의 상위 품질인 한우를 1등급으로, 1등급 상위 품질인 한우는 1+로 등급을 각각 한 단계씩 상향한 결과로 추정된다.

축산단체 관계자는 “사람이 등급을 매기는데 조작은 너무나 쉬운 일”이라며 “도축장에서 등급판정사가 등급을 매기는데 해체가 완료된 고기가 걸려 지나가는 것을 눈으로 한 번 훑어보는 것이 등급 판정의 전부”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영록, 이하 농식품부)도 관련 사실을 인정하고 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22일 공식 입장을 내고 축평원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한우 등급을 상향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한우 등급 판정에서 등급을 조작한 정황을 파악한 후 감사에 들어갔으며, 감사 후 위법사실이 밝혀지면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한우 등급 판정을 관장하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이 한우 등급을 의도적으로 조작해 높은 등급이 나오도록 했다는 사실이 확인돼 파장이 크다. 사진은 한우 등급을 판정하는 모습. (사진은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한우 등급 판정을 관장하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이 한우 등급을 의도적으로 조작해 높은 등급이 나오도록 했다는 사실이 확인돼 파장이 크다. 사진은 한우 등급을 판정하는 모습. (사진은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이 같은 1등급 인플레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은 소비자들이다. 1++등급과 1+등급 소고기의 가격은 많게는 2~2.5배에 이르고 1+등급과 1등급의 가격 차이도 2배가량이다. 즉 소비자 입장에서는 등급이 낮은 소고기를 비싼 가격에 먹는 것이다. 특히 학생들에게 좋은 식재료를 공급하겠다는 일념으로 식단을 구성해온 학교 영양(교)사들은 분노와 함께 향후 대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 A고등학교 영양사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 최대한 높은 등급의 소고기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막상 품질이 낮은 소고기였다니 허탈하다”며 “차라리 등급이 한 단계 낮은 소고기를 사용하고 다른 식재료에 좀 더 신경을 쓸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교급식에서 높은 등급만을 고집하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고기의 경우 등급이 낮아도 식재료의 질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 1등급 소고기를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학교급식 식재료 지원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다.

경기 B초등학교 영양교사는 “1등급 소고기를 사용해야만 지원되는 차액보전제도의 범위를 3등급까지 확장해 학교 영양(교)사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또한 1등급만을 고집하는 학부모들의 인식도 바꿔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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