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품질 ‘엉망’…우수 축산물 공급 ‘말뿐’
위생·품질 ‘엉망’…우수 축산물 공급 ‘말뿐’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8.10.24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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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사고 전과 있는 업체도 버젓이 참여…시장원리에도 어긋나

 안전한 먹을거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경기도에서는 2007년 부터 학교급식에 한우 1등급 등 우수축산물을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 하고 있다. 이 사업은 도내 우수 농축산물 생산농가들의 판로를 개척 하고 소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추진 하고 있는 경기도 농축산물 브랜드 ‘G마크’ 활성화 방안 중 하나다. 도 지사가 인증한 ‘G마크’ 축산물을 학교급식에 제공해 학부모의 불안감 을 해소하고 아이들은 우수하고 안전한 육류를 섭취할 수 있어 사업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그러나 한 해 세금 약 71억 원이나 들여 진행하 는 사업이지만 취지와는 다르게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경기 도의 G마크 사업을 중심으로 지자 체브랜드의 허와 실을 분석해본다.

▲ 학생들에게 좋은 축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의 ‘우수축산물 학교급식 지원 사업’은 드러나지 않는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단체급식소에서 쇠고기를 이용해 불고기를 조리하고 있는 모습.

경기도 내 학생들에게 양질의 축산물을 공급해 학교급식의 질을 향상시키고 축산물의 안정적 소비기반 확보로 축산 농가 의 경영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실시하는 ‘우수축산물 학교급식 지원 사업’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돼버렸다. 취지와 는 달리 업체들의 가공공장 위생 상태나 축산물 공급부족 및 재 료상태 불량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돌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제품 안쓰면 되지 않는냐” 오히려 큰소리

 경기도 오산시 모 초등학교는 지난 1학기 급식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던 업체를 바꿨다. 이 학교 급식소위원회에서는 2학기 식재료 납품업체 재선정 타당성 조사를 위해 납품업체의 육가 공 공장을 불시 방문해 점검한 결과 ‘학교급식에 사용하기 부적 절하다’는 판단을 하고 업체를 변경하게 됐다. 이 학교는 그 동 안 경기도에서 추천하고 있는 ‘우수축산물 학교급식 지원 사업’ 대상 학교로 지난 학기 ‘G마크’를 받은 이 업체에서 돼지고기를 납품받았다. 학교 운영위는 경기도지사가 인증한 업체기 때문 에 현장방문 없이 믿고 썼는데 어의가 없다는 반응이다.

 G마크 축산물을 공급받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모 중학교도 그동안 납품받던 업체를 불시에 방문해 위생 상태를 점검한 결 과 불합격 판정을 내리고 시정조치를 요청해놓은 상태다. 이 학교 관계자는 “위생상태가 좋지 않아 변경하자는 의견도 있었 지만 우수축산물 지원 사업 대상 학교로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 는 상황에서 점검 한 번으로 바꿀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커 우선 업체에 시정조치를 요구한 상태다”고 말했다. 이같이 G마크 농축산물을 사용하고 있는 학교는 하나같이 G마크 농축산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기도 광주의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한우 우둔을 발주했는데 업체가 설도로 바꿔달라는 등 육류 사용 부위를 업체에 맞춰야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전했다. 이 영양교사는 “진공포장이 풀리거나 고 기에서 육즙이 많이 나오는 경우, 지방 제거 작업이 안 된 경우, 온도가 맞지 않는 경우 등 문제가 많아 사유서를 요청해도 시 정도 잘 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경기도 성남의 또 다 른 영양교사는 “물건 상태가 좋지 않아 반품을 하면 제시간에 공급이 안 되고 시정 요청을 해도 ‘우리 제품 안 쓰면 되지 않느 냐’는 식으로 오히려 큰소리 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서상교 경기도 축산과 축산위생팀장은 “영양교사 들이 기존 질 낮은 3등급 쇠고기를 사용하던 경험 때문에 국거 리나 불고기에 특정 육류만 고집하는데 1등급 한우는 대체 부 위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는 수요 와 공급의 불균형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주소비자인 아이들에게 우수한 먹을거리를 공급하겠다는 지자체와 업체 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 경기도 각학교에 ‘전날 검수’ 협조 문건 전달

 경기도는 각 학교에 ‘사업 대상 학교에서는 납품 시간을 급식 당일(오전)에만 국한하지 말고 전날(근무시간 내)에도 검수할 수 있도록 협조’하라는 내용의 문건을 전달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지침’이라고 항의한다. 영양 교사들은 “지금까지 식재료의 안전성을 위해 학교급식은 당일 검수, 대면 검수를 원칙으로 고수하고 있는데 법적 문제가 없 다는 이유로 전날 검수를 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만일 전 날 정전 등과 같은 냉장고의 이상으로 인해 육류 상태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지겠느냐”며 반문했다. 이에 대 해 경기도교육청 학교급식담당자는 “전날 검수를 권장하는 것 은 급식비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는 유통비용의 절감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유통이 좋지 않는 벽지학교의 경우 전일 검수를 실시하고 있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지원대상학교 도지정 업체와 수의 계약 맺어야

 문제는 또 있다. 우수축산물 학교급식 지원 사업 대상학교들 은 경기도에서 지정해준 업체와 수의 계약을 맺어야 한다. 학 교급식은 급식소위원회에서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확인하고 선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선택권이 없다. 이에 대해 경 기도 관계자는 “학교에 선택권을 주면 업체 한곳으로 집중될 수 있어 사업 자체를 추진하기 어려워진다”며 “업체 선정권은 학교에 있지만 도 지정 업체를 이용하지 않으면 차액보조금은 지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생각은 다르다. 안산시 모 초등학교 학교 운영위원은 “학교급식비는 수익자부담 원칙으로 학부모가 내 고 있어 업체 선정권도 학부모에게 있는데 도에서 업체를 지정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사업비도 학부모들이 내는 세금 으로 운영되는 것인데 사업 확대에만 열을 올리고 있지 그에 따 른 문제점을 해결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부분 사업단 하청업체 끼고 급식사업 진행

 이밖에 식품사고의 전과가 있는 업체도 아무런 제재 없이 학교급식 사업에 버젓이 참여하고 있는 사례도 있 다. 한우람의 한우와 동충하초포크의 돼지고기를 가공 하는 하청업체는 ‘수원축협’으로 지난 2007년 초 냉동 육을 냉장육으로 바꾸는 동영상이 발견돼 파문을 일으 킨 곳이다.

 또한 주계약자와 공급자가 다르다는 문제도 있다. 대 부분의 사업단은 자체 가공공장을 갖추고 있지 않아 하 청업체를 끼고 급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때문에 위생 문제가 발생할 경우 주계약자는 공급자에게 책임을 떠 넘길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이 사업은 시장경제원리에 위배된다는 지 적이 적지 않다. 축산전문기업 ‘한냉’의 이정우 지점장 은 “G마크가 생산자를 위한 정책인데도 불구하고 지역 을 한정해 학교에 공급하도록 유통까지 지자체가 관리 한다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 금으로 유통업체를 키우는 어처구니없는 행정”이라며 지적했다.

 취재 중 만난 한 영양교사는 “우수축산물을 공급하겠 다는 이 사업이 유통업자들을 위한 사업인지 육류를 소 비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사업인지 모르겠다” 며 “학교급식은 남아도는 고기를 처리하는 곳이 아니라 는 사실을 먼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글_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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