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형 공립고 급식 정책 전무
기숙형 공립고 급식 정책 전무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8.10.24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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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3식 따른 운영예산 확보 미흡…학부모 부담만 늘어날듯

지난 8월 26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농어촌 지역 고등학교 82곳을 기숙형 공립고로 지정했다. 기숙형 공립 고는 말 그대로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공부하는 교육제도다. 기숙형 공립고가 운영되면 농어촌 지역에서 도시로의 학생 이탈을 줄이고,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등 기대감이 크다. 문제는 기숙 형학교의 기본 요소인 학생들이 먹고 자는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기숙을 할 경우 1일 3식을 제공해야 하는 급식 문제는 손도 못 대고 있다.

 

기숙형 공립고는 외국어고와 같은 특목고처럼 1일 3식을 기본으로 운영된다. 사진은 1일 3식을 하고 있는 고양외고의 급식장면. 사진_김승완 기자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기숙형 공립고’의 정책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이 제도는 낙후된 농어촌 지 역에 우수한 인재를 육성해 도농간의 학습 격차를 줄이고, 기 숙형으로 운영해 늘어가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기 대하고 있다. 교과부 학교정책국 관계자는 “기숙형 공립고가 농어촌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경감, 사교육비 경감 효과와 함 께 기숙사 생활을 통한 학생들의 독립심 향상 등의 효과도 거 둘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반면 소수를 위한 특혜로 교육비 부담만 가중한다는 주장도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 부는 성명을 통해 “입시 전문 고등학교를 내걸고 학교를 ‘24시 간 기숙학원화’하겠다는 발상”이라며 “학교간 차등 지원으로 교육격차를 확대하고 교육소외 문제를 일으킬 뿐 아니라 입시 위주의 교육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교과부, 급식 정책 없어

이런 교육 프로그램 관련 찬반 논쟁은 보다 나은 제도를 만 들기 위한 긍정적 현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이들의 건강과 직접 연관된 급식 정책에 대해선 어떤 문제제기도 없다. 특히 기숙형 공립고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는 교과부에 서조차 급식 정책은 전무한 상태다.

이에 대해 교과부의 기숙 형 공립고 담당자는 “현재 교육 관련 정책들에 집중하고 있는 터라 급식에 대한 부분은 계획하고 있는 것이 없다”며 “2010 년부터 실시하는 것인 만큼 지금부터 준비해 나가도록 하겠다” 고 밝혔다.

교과부는 기숙형 공립고 설립을 위해 학교당 평균 38억 원, 총 3,173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예산 대부분은 기숙사 건립에 따른 설계와 공사비로 사용된다. 급 식 운영에 따른 예산 확보는 미흡한 실정이다.

◆ 기존 시설 이용 시 문제점 많아

현재 기숙형 공립고로 지정된 학교들은 이미 학교급식을 하 고 있는 곳이 대부분으로 기숙형으로 전환될 경우 기존 급식 시설을 그대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1일 1식 기준으 로 운영되고 있는 기존 시설에서 3식을 조리하게 된다면 조리 시설은 물론 식재료 보관시설, 위생시설 등 그에 따른 추가 시 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리인력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학교급식 조리종사 원들은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하는 인력과 학부모가 부담하는 급식비로 운영하는 인력으로 나뉜다. 급식비를 많이 내면 추 가 인력을 더 쓸 수 있지만 학부모의 급식비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또한 시간제 직원을 채용해 조리인력을 대체할 경우 일 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비정규직 양산으로 인한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 식중독 사고 책임 누가?

식중독 사고에 대한 책임 소지도 모호해진다. 기숙형 공립 고의 경우 영양교사의 근무시간 이외에도 추가로 식사를 더 제공해야 하는데 시간 외에 사고가 발생하게 될 경우 그에 따 른 책임을 영양교사에게 넘길 수 없다는 것.

이에 대해 지방의 한 고등학교 영양교사는 “현 시스템 그대 로 영양교사가 기숙형 공립고의 급식업무를 한다면 식중독 사 고 예방은 물론이거니와 급식 관련 교육은 전혀 손댈 수 없다” 며 “아이들의 식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올바른 정책 이 나오지 않으면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라고 적절한 급식 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 야간자율학습으로 인해 저녁 급 식을 하고 있는 한 고등학교 영양교사는 “저녁 한 끼 더 만드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퇴근 이후에도 급식소에서 이것 저것 챙겨야 한다”며 업무 과중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들에겐 시간 외 근무 수당 같은 기본적인 조치는 없는 것으 로 알려졌다.

◆ 급식비 상승 불가피

급식비 상승으로 인해 학부모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기숙형 공립고는 하루 3끼를 학교에서 제 공해야 한다. 이와 비슷하게 1일 세식을 제공하는 외국어고나 특목고의 급식비가 월 20만 원 안팎으로 일반 고등학교와 비교해 훨씬 많이 내고 있다.

자립형사립고의 경우 이보다 조금 더 많다. 정부의 지원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운영하게 되면 상 대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촌 지역 학부모들에 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기숙형 공립고로 지정된 강원도 모 고등학교 운영위원은 “교 육 여건이 좋지 않은 농촌 지역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환영하지만 이 정책이 오히려 학부모의 부담으로 작용 해선 안 된다”며 “제도 시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철저 히 파악해 원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주 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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