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농상생 공공급식, “어린이집은 힘들다”
서울 도농상생 공공급식, “어린이집은 힘들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8.01.30 1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처리도 안된 채로 공급… 참여 어린이집 갈수록 저조
서울시 “예산지원 등 개선책 강구”… 근본 해결책 미흡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서울시(시장 박원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의 문제점이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 서울시는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도농상생이라는 사업 취지에서 비롯된 문제점도 있어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도농상생 공공급식은 서울시내 기초자치단체와 농산물 산지 기초자치단체를 1대1로 연결해 친환경농산물을 직거래하는 사업으로 식재료 구매 시 발생하는 차액은 서울시가 지원한다. 생산자는 지역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는 안정된 판로를 확보할 수 있고, 소비자는 제철 산지에서 배송된 우수한 식재료를 제공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강동구와 전북 완주군의 성과를 바탕으로 하반기 5개 자치구를 추가 선정, 지난 11월 20일부터 공급을 시작했다. 5개 자치구는 강북·금천·노원·도봉·성북이며 산지 기초자치단체는 강원 원주, 전남 나주와 담양, 충남 부여와 홍성이다.

이런 가운데 사업을 제일 먼저 시작한 강동구에서 지난해 하반기 갖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당시 직접 급식을 해야 하는 어린이집에서 서울시 측에 개선을 요구했으나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 이는 향후 확대될 다른 지역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강동구 내 어린이집 원생들의 완주군 팸투어 모습.  (사진:서울시청)
지난해 12월 진행된 강동구 내 어린이집 원생들의 완주군 팸투어 모습. (사진:서울시청)

 

지원금 받기 위해 어린이집의 선택권이 줄어든다

강동구 어린이집은 전북 완주군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완주군에서 생산되는 식재료 품종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식단에 포함된 식재료를 제공받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인근 대형마트나 기존 식재료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원아가 100인 이상인 시설은 별도 영양사가 고용돼 식단을 변경할 수 있으나 영양사 없는 소규모 어린이집은 강동구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이하 어린이급식센터)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작성한 식단을 참고해 급식을 운영한다. 따라서 강동구 내 298개 소규모 어린이집이 완주군에서 생산되는 식재료 사용을 위해 식단을 변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완주군에서 올라오는 식재료의 가격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일례로 강동구 내 A 어린이집이 한 달에 사용하는 식재료비는 평균 40만 원선. 그런데 완주군 식재료를 쓰면 50만 원 이상이라고 한다. 대량생산으로 단가를 대폭 낮추는 대기업 식재료업체에 비해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인 완주군 농산물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서울시에서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원아 1명당 500원의 식재료비 차액을 지원하고 있으나 지원을 받기 위한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그 기준을 맞추기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A 어린이집 원장은 “차액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완주군 식재료 사용비율을 70% 이상으로 맞춰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그래서 도농상생 공공급식 참여 어린이집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B 어린이집 원장도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에 참여해 한두 달 해보고 그만뒀다”며 “차액지원비를 받기 위해 급식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급식이 아니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강동구에서 처음 사업이 시작된 지 4개월이 지난 작년 9월, 서울시와 강동구 어린이집 원장단의 간담회 자리에서는 많은 문제점이 터져 나온 바 있다. 강동구 내 한 어린이집 원장은 “구매한 축산물의 색이 탈색된 채 공급돼 놀라고 화가 났다”며 “파와 감자는 흙덩이가 고스란히 있는 채로 공급돼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장은 “전처리가 되지 않은 채로 배달돼 조리원들이 힘들어하고 반품을 하고 싶어도 할 데가 없는데다가 가격도 비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친환경급식과 이보희 과장은 지난 19일 “어린이급식센터에 협조를 구해 식단 작성 시 제철 농산물을 식단에 반영하고 식단을 2개로 분리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식재료 변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친환경급식센터에 전담 직원을 두고 매일 육안검사와 품질검사를 진행한 뒤 어린이집에 공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차액지원 기준인 70%도 과하다는 지적이 있어 50% 이상 300원 지원이라는 기준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낮은 참여율, 해결될 수 있을까

서울시가 밝힌 ‘강동구 차액지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가 집행한 차액지원 총액은 9744만 원이다. 강동구 내 298개 어린이집 중 식재료를 주문한 시설은 82개. 이 중 차액지원을 받은 시설은 45개에 불과하다. 70% 이상 사용해 500원을 받은 곳은 36개, 50% 이상 사용해 300원을 받은 시설이 9개였다.

차액지원의 기준은 원아 1명당 1일 점심급식비 500원(혹은 300원)을 지원하고 지원일수는 한 달 중 20일이다. 원아 1명당 1만원인 셈이다. 집행한 차액지원비를 역산해보면 1개 시설당 30만 원 가량이 지원됐다. 물론 어린이집마다 원아 수의 차이가 있겠지만 50명 이상인 중규모 어린이집보다 소규모 혹은 가정 어린이집이 많이 참여했다는 추론이 나온다.

또한 실제 식재료를 구매한 곳은 82개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사립이 아닌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대다수라는 것은 이 사업의 취지가 어디에 있느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A 어린이집 원장은 “사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국·공립이 아닌 사립 어린이집은 이 사업에 참여할 필요도 없고 참여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참여 시설수가 82개라는 사실에 대해 “강동구 내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C 어린이집 원장은 “제기됐던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면 도농상생 공공급식의 근본 취지를 훼손할 우려도 있어 서울시가 쉽게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친환경급식과 이보희 과장은 “어린이집 원장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그동안 많은 개선을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개선해 나간다면 참여 어린이집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