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급식법’ 제정, 관련 부처·단체 ‘급제동’
‘공공급식법’ 제정, 관련 부처·단체 ‘급제동’
  • 정지미·김기연 기자
  • 승인 2018.02.12 19:3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식품부·교육부, 법 제정에 ‘반대의견서’ 제출
여당에서도 시끌 “농해수위 의원 상당수가 반대”

[정지미·김기연 기자] 모든 분야 단체급식 업무의 관리·감독 권한을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류영진, 이하 식약처)로 일원화하는 ‘공공급식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급식법)이 국회 발의됐다. 관련 부처 및 여당 내에서는 갈등이 노출될까봐 말을 아끼면서도 물밑에서는 법 제정에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동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공공급식법’은 현재 학교급식을 포함한 유치원, 어린이집, 노인복지시설 등 사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모든 공공급식을 관리하는 공공급식관리지원센터(이하 공공급식센터)를 식약처 산하에 설치한다는 것이 골자다.<본지 232호 참조>

그리고 공공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의 관리와 유통에도 관여할 뿐만 아니라 식단 작성 및 식생활교육마저도 식약처의 관리·감독 아래에 두는 것으로, 사실상 공공급식 관련 모든 업무를 식약처의 손에 맡기겠다는 내용이다.

일단 정부의 관련 부처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재료와 식생활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영록, 이하 농식품부)는 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식약처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학교급식과 유치원급식의 운영을 맡는 교육부(장관 김상곤)도 반대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의견서 요지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 대변인실 관계자 역시 “급식담당 부서에서 의견서를 제출했다”면서 “학교급식을 식약처가 관리하겠다는 법안인데 쉽게 동의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속내를 내비췄다.

정치권에서의 반응도 밝지는 않다. 이미 법 제정에 반대의 뜻을 명확히 하면서 오히려 전혀 상반되는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A국회의원실의 비서관은 “우리뿐만 아니라 농해수위 소속 국회의원 상당수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같은 당 소속 의원끼리 다투는 모양새로 비쳐질까 조심스럽게 당내 정책위원회에서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푸드플랜’과 상충, 대안은?

지난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회장 김지식)와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회장 박인숙)는 각각 식약처와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목소리로 ‘국가푸드플랜’을 근거로 ‘공공급식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푸드플랜은 먹을거리의 생산·유통·안전·영양·교육 등을 포괄하는 최상위 계획으로 이미 선진국은 대도시 단위의 푸드플랜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국가푸드플랜’ 수립을 내세운 바 있으며 ‘국가푸드플랜’ 수립에 앞서 몇몇 광역·기초자치단체는 지역단위 푸드플랜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 푸드플랜을 실행하는 핵심기구가 ‘공공급식센터’다.

푸드플랜에서 단체급식이 중요한 이유는 로컬푸드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수요처이면서도 식생활과 연계되어 식재료의 유통과 안전, 영양, 교육 등 푸드플랜의 목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농식품부는 이미 푸드플랜 수립을 위해 지난해부터 연구용역에 착수한 상태이다. 이 때문에 공공급식센터 운영권을 식약처에 넘기는 것과 관련해 농식품부와 농업단체들의 반발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단체급식 관계자는 “공공급식법의 기본 구조는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의 기본 골격과 유사하고 이 법에 따라 설립된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를 나름 성공적으로 운영한 식약처가 법의 범위를 ‘어린이집·유치원’에서 ‘모든 단체급식’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세웠으나 이는 큰 오산”이라며 “범위를 확대시켰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과소평가했을 뿐만 아니라 단체급식 전반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열린 제4회 단체급식 미래발전포럼 모습. 이날 단체급식 국가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지난해 6월 열린 제4회 단체급식 미래발전포럼 모습. 이날 단체급식 국가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공공급식 컨트롤타워 필요하지만…

단체급식 관계자들은 ‘공공급식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식약처가 타워역할을 맡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단체급식 분야는 여타 산업과 다르게 관련 부처도 많고 관련 분야의 폭도 매우 넓다.

관련 부처는 농식품부와 보건복지부, 교육부뿐만 아니라 군급식을 관리하는 국방부, 교도소·보호소 등 교정급식의 법무부, 아동센터 등의 여성가족부 등 제각각이다. 여기에 학교급식의 경우 관련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도 지역교육청과 각 지자체로 나눠져 있다.

이처럼 산업분야의 폭이 넓고 관련 부처도 많다 보니 급식관리는 실타래처럼 엮어있고, 이는 곧 급식관리의 사각지대마저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열린 ‘학교급식과 농식품·식생활교육 정책의 발전방향’ 포럼에서 오은택 부산시의원과 서울시청 이보희 친환경급식과장 등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일관되게 “단체급식 분야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지역 A 급식업체 관계자는 “단체급식 컨트롤타워가 분명 필요한 것은 맞지만 그 컨트롤타워 운영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가 중요한데 확실한 것은 식약처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나그네 2018-02-21 15:42:46
그러니 반대만 하지말고..적절한 대안을 내놓으세요..누구나 공감할만한 대안을요.
급식업체가 전체의 의견인양 말하는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