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처럼 주목은 못 받았지만, 올림픽 성공 1등 공신
‘영미~’처럼 주목은 못 받았지만, 올림픽 성공 1등 공신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8.03.15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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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평창 동계올림픽과 함께 한 국내 위탁급식업체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신세계푸드가 운영한 선수식당의 모습.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신세계푸드가 운영한 선수식당의 모습.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종료됐다. 땀의 결실로 빛나는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 뒤에는 숨은 주역들이 많다. 선수들 못지않게 지난 1년여간 온 힘을 다해온 위탁급식업체들도 그 중 하나다. 대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부실급식’ 논란에 시달리면서 의욕이 크게 꺾였으나 대회가 진행되면 될수록 안정적인 급식운영을 보여 대회가 끝난 후 조직위원회와 선수들은 물론 각계에서 격려를 받았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우리나라의 단체급식산업이 국내외에 능력과 위상을 제대로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올림픽 현장에서 활약한 위탁급식업체들의 역할과 활동을 되짚어봤다.
- 편집자 주 -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직접 급식에 참여한 업체는 모두 3곳이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푸드(평창)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강릉), 풀무원 계열사인 풀무원ECMD(보광휘닉스파크) 3개사이다.

먼저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1월 18일부터 대회가 폐막한 2월 25일까지 강릉에서 6개의 식당을 운영했다. 강릉선수촌은 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 등 실내경기와 미디어촌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모두 1만 3700명(선수 2500여 명 포함)이 머문 곳이었다. 현대그린푸드는 이번 올림픽 케이터링 서비스를 위해 각종 국제 스포츠대회 메뉴별 영양정보 분석을 거쳐 총 630여 종의 메뉴를 개발했다. 그리고 이 중 엄선된 메뉴와 할랄푸드를 합해 모두 300가지 메뉴를 6개 식당에서 선보였다.

올림픽 선수식당은 24시간 운영됐다. 식사는 뷔페식으로 제공했고 칼로리 보충과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밤늦게 식사를 찾는 선수들을 위해 30개의 야식메뉴도 따로 준비했다.

현대그린푸드의 레시피 사전심사 모습.
현대그린푸드의 레시피 사전심사 모습.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5년간 축적해 온 글로벌 단체급식 노하우를 적극 활용했다는 후문이다. 현대그린푸드는 국내 식품업계에선 유일하게 UAE, 쿠웨이트 등 중동지역에서 해외 급식사업을 전개하며 다국적 급식메뉴 개발 및 운영 경험을 쌓아 왔다.

급식관리를 책임진 양의용 셰프는 선수들을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이 칼로리보다는 ‘염분량 조절’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운동 후에는 활발한 혈액순환과 회복력이 필요한데 고염도 제품은 이러한 혈액순환을 저해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 그래서 메뉴당 기준염도를 평균 1%에서 0.4%로 낮췄다. 보통 된장국 경우 1%이상 염도를 보이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염도다. 또한 짠맛이 나는 식재료를 사용해 염도는 줄이면서도 맛은 살리는 레시피를 구성했다. 라이스샐러드 역시 소금 대신 올리브오일을 사용하고 단맛은 건포도로 대신하는 레시피로 선수들의 호평을 받았다.

현대그린푸드의 강릉선수촌 식당에서 식사하고 있는 선수들.
현대그린푸드의 강릉선수촌 식당에서 식사하고 있는 선수들.

‘할랄푸드 특화존’은 현대그린푸드가 선보인 단체급식의 백미였다. 2015~ 2017년 UAE원전 공사현장에서 해외 급식을 진행한 한명석 셰프를 중심으로 메뉴를 구성했다. 한명석 셰프는 UAE원전 공사현장에서 말 그대로 ‘모래밥’을 씹으며 유럽 출신 기술자들과 현지 이슬람권 근로자들을 위한 100여 개의 레시피를 확보해 성공적으로 식사를 제공한 경력이 있는 해외 급식 전문가다. 메뉴도 피타빵, 렌틸스트, 양고기, 구운 농어 등 육고기를 제외하고도 칼로리와 영양구성이 풍부한 요리를 선보였다. 이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할랄음식에 대한 연구도 철저히 진행해 식재료 입고부터 조리 공간인 주방, 세척실, 퇴식구까지 별도 존을 설계했다.

이런 노력은 각국 인사들로부터 칭찬과 격려인사를 받았다. 현대그린푸드 홍보팀 관계자는 “빌럼 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이 일행과 함께 식사를 한 뒤 ‘깊은 배려와 서비스에 감사하다. 업체명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장 셰프가 국왕의 취향을 미리 전해들은 뒤 ‘글루텐프리 쿠키’, ‘토마토닭가슴살 샌드위치’ 등의 메뉴로 특별한 대접을 했기 때문이었다. 

신세계푸드의 조리인력이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
신세계푸드의 조리인력이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

신세계푸드는 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와 운영인력 포함 4000명의 식단을 책임졌다. 평창에서 선수촌식당 1개, 운영인력식당 7개, 기자단식당 1개 등 모두 9개 식당을 운영했다.

신세계푸드의 올반LAB 셰프들은 대회가 열리기 1년 전부터 국가별 입맛을 고려한 양식, 채식, 할랄, 아시안 푸드 등 420종의 메뉴를 개발했다. 특히 50여 명의 셰프들은 전 세계 선수들의 입맛과 식문화를 파악하기 위해 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자료를 비롯해 30여 권의 음식 관련 서적을 구입해 직접 메뉴를 만들었다. 그리고 각자 청와대, 국무총리 공관, 대사관 등에서 VIP 행사를 전담했던 경험들을 한데 모아 음식과 서비스를 담은 매뉴얼을 완성했다. 여기에 재료가 갖고 있는 영양소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조리법도 자체 개발했다.

특히 선수단에게 제공될 빵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그동안 개최됐던 해외 스포츠행사에서는 선수촌과 먼 거리에 있는 공장에서 빵을 만들어 제공하다 보니 신선도가 떨어져 선수들 사이에 불만이 많았기 때문이다.

신세계푸드가 맡은 평창은 스키를 비롯한 설상경기가 열린 곳. 설상종목 선수들은 키와 덩치가 일반인을 한참 웃도는 만큼 식사량도 엄청났다. 평창선수촌에는 3900명이 입주했다. 강릉선수촌에 입주한 선수 2900명보다 인원수는 1.3배였지만 먹는 양은 1.8배 차이가 났다고 한다.

풀무원ECMD의 경우는 조직위원회에서 먼저 요청이 들어왔다. 스노보드 경기가 열린 휘닉스파크에서 자원봉사자 식당 1곳을 운영했는데 이곳은 이미 풀무원ECMD가 식음팀으로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직위원회가 요청한 것이다.

풀무원ECMD의 운영인력식당 모습.
풀무원ECMD의 운영인력식당 모습.

ECMD는 5억 원 정도의 사업비가 들어갔고 이 중 60~70%는 식재료, 30%는 인건비로 사용됐다. 그 외에도 풀무원ECMD는 평창 메인플라자 관중식당, 매점, 키오스크 등 주로 메인스타디움을 방문하는 국내외 관중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했다. 급식소에 해당하는 매장은 휘닉스파크 내 운영인력식당(1일 식수 약 3000~3500식), 풍경마루 조식뷔페(1일 식수 약 500~600식)와 선수라운지였다. 풀무원ECMD는 휘닉스파크 급식소를 운영하기 위해 대회 운영기간 동안 파트타이머 포함 약 150여 명의 직원을 투입했고 본사내 R&D, 구매, CS, 위생안전, IT 등 유관부서들까지 총 동원되었다.

특히 개막식이 열리기 전 풀무원의 운영인력식당은 영하 20℃에 가까운 한파로 인해 가스와 수도가 제때 연결되지 않아 일주일간 식재료 배송차량을 이용해 이동배식을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게다가 운영인력식당은 대회가 종료되면 철거되는 시설이라서 조직위원회에서 천막텐트로 식당을 만들어 영하 20℃에 가까운 혹한에서 식사를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운영기간 중 지하수 노로바이러스 오염으로 수도 사용이 전면금지되기도 하는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풀무원ECMD가 운영인력식당에서 제공한 식사.
풀무원ECMD가 운영인력식당에서 제공한 식사.

레시피 개발을 위해 ECMD는 조직위원회와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 그리고 일자별 급식 메뉴를 사전에 정하여 영양소, 알레르기성분 등을 감안해 편성했다. 또한 식자재 관련 계열사인 푸드머스와의 협업을 통해 부식 및 디저트류를 대폭 강화해 급식소 이용 고객들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투자는 모두 ‘손해 보는 장사’였는데 평창올림픽의 대성공으로 기업 인지도와 호감도 상승이라는 더 큰 대가를 얻게 됐다.

풀무원ECMD 관계자는 “평창올림픽은 매출액 대비 약 3%에 해당하는 초과비용이 필요한 사업이었지만 손익 관점이 아닌 국가적 행사에 봉사하고, 자원봉사자들에게 높은 품질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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