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성공 뒤에는 ‘단체급식’이 있었다
동계올림픽 성공 뒤에는 ‘단체급식’이 있었다
  • 양의용 셰프
  • 승인 2018.03.0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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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용 셰프

현대그린푸드 평창올림픽 총괄

 

평창 동계올림픽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축제였고 또한 세계인의 축제였다. 현대그린푸드가 평창올림픽의 단체급식사로 참여가 결정되면서 필자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성공적인 올림픽을 위해 온 힘을 다해왔다는 사실만은 꼭 알리고 싶다. 특히 보이지 않은 곳에서 희생하고 노력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의 목적은 맛집 여행이 아니다. 선수들의 가장 큰 바람은 자신의 기량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그에 맞는 영양학적 식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오랫동안 우리나라, 그리고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 대표축구단의 음식 제공업무를 총괄해왔다. 이런 경험 때문에 셰프로서 맛이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지만 선수들을 위한 음식은 건강과 영양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올림픽위원회도 조리를 복잡하게 하지 말고 음식의 간을 싱겁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해 맛을 살리면서 염도를 보통 식사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메뉴 선정부터 고민이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경기를 치렀던 30여 개국의 축구 대표선수들을 위한 식단을 구성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제공했던 모든 메뉴를 총망라한 글로벌 메뉴를 구성했다.

운동선수를 위한 대부분의 식단은 공통점이 매우 많다. 유럽, 아시안, 아프리카 등 운동선수들이 먹는 식단은 큰 차이 없이 영양학적인 식단의 기준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각국의 특징별 입맛을 모두 살리기 보다는 대부분의 선수단이 원하는 식단을 구성하려고 노력했다.

식재료는 현대백화점의 물류라인을 이용해 국내 최고 수준의 식재료를 사용했고 일부 식재료는 국내 특급호텔에서도 보기 힘든 식재료였다. 모든 메뉴에는 네임태그를 달아 메뉴이름과 함께 영양표시를 함께 했다. 네임태그에는 칼로리,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나트륨 함유를 기본으로 총 9가지에 이르는 알레르기 표시까지 했고 할랄, 베지터리안(VEGAN), 글루텐프리 메뉴도 별도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영양, 위생, 메뉴 아이템 등 많은 시간동안 반복 수정을 통해 기틀을 잡았고 혹시 실수가 있을까 매일 매일 두렵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돌발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위생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시나리오를 통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식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위생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온갖 검사 장비를 동원해 식품위생연구소 전문 연구원과 함께 철저하게 대응했다.

필자는 2005년 바레인 축구팀 국가대표를 시작으로 각 나라별 선수단 음식을 준비해봤다. 당시 가장 기분이 좋았을 때는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엄지 척을 해주는 선수단의 밝은 미소를 보았을 때와 선수단이 좋은 성과를 내고 돌아와 소리를 지르고 기뻐하며 늦은 저녁식사를 하면서 행복해 할 때였다. 반대로 마음속으로는 우리나라 대표팀을 응원하지만 외국 선수들이 경기에 지고 침울해 할 때는 필자 또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번 동계올림픽을 위해 지난 4년간 모든 것을 받쳤을 선수들이 부담감 없이 컨디션 조절을 잘하고 본인의 목표를 달성했으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대로 노력의 결과를 얻어 환희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으로 마무리된 지금, 되돌아보면 필자 또한 주어진 역할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감히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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