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급식 ‘미투’, 영양(교)사를 보호하라
단체급식 ‘미투’, 영양(교)사를 보호하라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8.04.02 01:2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계, 회식 불참·2차 안가기 등 성폭력 원천 차단에 나서
각 여성단체 ‘With you’ 활발… 영양사협회는 ‘묵묵부답’
산업체급식소에 근무하는 영양사는 대부분 총무과 소속으로 영양사 고유의 업무 외 배식, 급식 이용객 맞이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산업체급식소에 근무하는 영양사는 대부분 총무과 소속으로 영양사 고유의 업무 외 배식, 급식 이용객 맞이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여성들의 ‘미투(MeToo: 나도 고발한다)’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여성의 비중이 절대적인 단체급식 분야에서도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일선현장에서는 이번 미투운동을 계기로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단 대형 위탁급식업체를 중심으로 사례를 확인하고 성폭력 발생 우려가 높은 사안을 중심으로 피해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체급식에서 피해를 입을 우려가 가장 높은 직군은 역시 영양사들이다. 단체급식 사업장은 고객사와 위탁급식업체가 2~3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종종 ‘갑-을’ 관계가 형성된다. 

특히 1일 식수인원이 1000명 미만 구내식당과 같은 중소규모 사업장은 1~2명의 영양사가 상주하며 총괄하는 시스템으로, 영양사가 사실상 점주 역할도 겸하게 된다. 

이 때문에 고객사와의 관계 유지와 개선, 의견 전달, 개선책 마련에도 나서야 한다. 규정상 영양사는 중간관리자임에도 실제로는 급식소를 대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먼저 국내 최대 급식업체인 삼성웰스토리는 최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영양사가 고객사의 회식에 참석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 불가피하게 회식에 참석하더라도 1차로만 한정하고 2차는 가지 않도록 했다. 사실상 ‘갑’과 ‘을’관계인데다 상대적 약자인 영양사가 회식같은 자리에서 성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게다가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영업장에서 소속 직원에 대한 성희롱과 폭언 등이 발생했을 경우 회사 차원에서 가해자인 고객사에게 공식 조치를 요구하는 등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CJ그룹은 모든 계열사에 자체 절주실천 지침인 ‘절주오행’을 강조했다. ‘절주오행’은 ▲오래 마시지 않습니다 ▲오버하지 않습니다 ▲오해받을 언행을 하지 않습니다 ▲오점을 남기지 않습니다 ▲오늘은 문화회식입니다라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또한 익명성을 보장하고 고충을 상담 받을 수 있는 ‘휘슬’(Whistle) 제도도 운영 중이다. 이 같은 지침은 위탁급식업체인 CJ프레시웨이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신세계푸드의 모기업인 신세계백화점은 아예 핫라인을 구축해 성범죄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문자와 전화, 홈페이지 등 성폭력과 관련해 언제든 제보할 수 있는 경로를 구축했다. 만약 성범죄가 발생하면 직위여하를 막론하고 해직까지 엄벌에 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성범죄 발생 시 예외 없이 강한 징계를 내리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 위탁급식업체 관계자는 “식품산업에서 미투운동이 활발히 벌어져야 할 분야는 사실 단체 급식분야”라며 “최근 미투바람이 불면서 본사는 물론 고객사들도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투운동이 확산되면서 국내 주요 여성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지난 2일 미투운동 지지와 성폭력 근절을 위한 ‘미투 지원본부’를 발족했다. 

이 지원본부에는 대한간호협회와 대한조산협회, 한국미용사중앙회, 대한여약사회 등 영양사와 같은 주요 여성보건의료인단체가 함께 참여했다.

특히 대한간호협회는 미투운동 촉발시기에 간호사들의 성추행·성폭력 피해사례를 분석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계부처에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간호조무사협회도 피해사례를 모집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한영양사협회(회장 조영연, 이하 영협)도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 영협에서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영양사는 “병원의 여성 인턴이나 간호사 못지않게 성희롱, 성추행 피해를 많이 당하는 직종이 영양사인데 2차 피해가 두려워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미투운동에 ‘함께 한다(With You)’는 의미에서 영협도 실태 파악과 피해사례 접수를 받는 등 부당하게 피해 입은 영양사들을 도와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다른 영양사도 “그동안 피해를 입었어도 ‘혼자’라는 두려움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영양사들이 많다”며 “영양사의 권익보호를 위해 존재한다는 영협이 나서야 할 때”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영협의 미투운동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해 공식적인 입장을 있는지를 물었으나 지난달 30일까지 별다른 입장을 전해오지 않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성폭행피해방지위원회 2018-08-23 02:15:37
성폭력 성희롱은 직종에 관계없이 뿌리 뽑아야하는 악행입니다. 모든 협회에서 발벗고 나서서 성폭력으로부터 깨끗한 대한민국을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