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교)사 “입찰 구조 모순 … 왜 학교 책임으로 돌리나”
영양(교)사 “입찰 구조 모순 … 왜 학교 책임으로 돌리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8.04.11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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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업체들 주장에 반박… 일부 “업체 사정 이해”

 

학교급식 식재료 입찰은 한 달에 한 번씩 진행된다. 그리고 학교급식 예산은 절대 넉넉한 편이 아니다. 게다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예산은 단 한 푼도 소홀히 쓸 수 없다. 이에 따라 식재료의 질은 어느 정도 담보되면서도 가격 부담은 낮추기 위해 학교급식에서는 ‘최저가입찰제’가 시행됐다.

‘최저가입찰제’는 초기에 나름 성과를 거두었지만 곧바로 문제점이 나타났다. 과도한 경쟁으로 업체들이 출혈경쟁을 벌였고 식재료의 질 하락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이 때문에 ‘최저가입찰제’ 대신 ‘낙찰하한율’이 있는 ‘제한적 최저가입찰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이 또한 완벽한 제도는 될 수 없었다. 가장 크게 부작용이 나타난 식재료는 농·축산물보다는 공산품이었다.

전북 일부 고등학교의 식재료 입찰에 ‘응찰 0건’이라는 ‘학교 입찰 보이콧’으로 대응한 식재료업체들의 행위에는 그동안 학교급식에서 쌓여왔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 편집자 주 -

 

급식에 쓰이는 식재료의 가짓수는 생각보다 많다. 대략 300여 가지가 넘는다. 이 많은 품목을 입찰하기 위해서는 준비부터 무척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시장조사를 통해 시중가격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적정한 납품 기초가격을 산정한다. 그리고 입찰가격을 선정해 공고한다.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이하 eaT시스템) 입찰 공고는 학교 행정실이 맡지만 300여 가지가 넘는 식재료의 기초가격 산정과 이에 대한 근거서류, 업체와의 입찰 확정과 계약서류 등의 과정은 모두 영양(교)사가 준비한다. 

대략 매월 20일경이면 학교는 eaT시스템에 입찰 공고를 올린다. 전북 전주시내에 있는 초·중·고교는 약 140여 학교. 학교들이 입찰 공고를 마치면 업체들은 일주일 안에 300여 가지가 넘는 식재료의 기초가격을 확인하고 이윤과 유통비용, 발생할 수 있는 직납업체(유통업체)의 마진 등을 모두 검토한 뒤 입찰에 참여한다.

일반 기업이라면 회사 이윤과 지출을 따져 응찰하지만 학교급식 입찰 구조에서는 그와 같은 행위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업체들은 일단 공고가 올라오면 제한적 최저가입찰제가 허용하는 낙찰하한율(2000만 원 이하 - 90%/2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 - 88%)에 가까운 가격으로 응찰해 낙찰되면 식재료를 납품하는 방식을 이어오고 있다.

전북지역 식재료업체들로 구성된 ‘학교급식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석훈, 이하 대책위)의 김석훈 위원장은 “제한적 최저가입찰제도는 구체적인 단가 선정 내역 없이 총액만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업체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학교에서 제시하는 총액과 실제 유통되는 식재료의 단가를 더한 총액을 비교해보면 학교에 제공되는 단가는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량 납품되는 급식 식재료임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낮은 액수라는 것. 이어 그는 “전북 전주시를 예를 들면 초·중·고교가 140여 개인데 입찰 공고 후 일주일 만에 입찰 품목을 모두 조사해 입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행 입찰제도의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구체적인 품목별 단가 공개를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불투명한 상품성과 비상식적인 거래 관행을 없애기 위해 총액을 결정하는 각 품목별 단가 공개를 교육청에 요구한다”며 “학부모, 학교, 시민단체, 교육청, 영양(교)사와 납품업체들까지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열자”고 덧붙였다. 

교육청 “단가 공개, 현행법상 불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영양(교)사들의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제한적 최저가입찰제도로 인한 가격 하락과 총액 입찰제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품목별 단가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영양(교)사들이 마치 급식비를 빼돌리려고 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과 같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북 A초등학교 영양교사는 “품목 단가 선정 시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가격을 확인하고 aT와 한국소비자원의 가격도 참고한다”며 “무엇보다 업체들이 제공하는 홍보물에 기재된 가격을 그대로 반영하는데도 단가가 낮다고 한다면 업체가 영양(교)사들에게 거짓정보를 제공하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전북 B중학교 영양교사도 “급식비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그 중에서도 공산품 구입을 위한 비용은 정해져 있다”며 “이 같은 구조를 놓고 업체들의 생존권을 영양(교)사들이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바뀐 식재료 납품체계 때문에 업체 이윤이 줄어든 것이 이번 집단행동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전북지역은 공동구매로 학교 식재료를 납품하는 학교급식지원센터(이하 센터)가 있다. 이 센터는 올해부터 공동구매 품목에 참기름과 들기름, 두부와 콩나물 등의 공산품을 추가했다. 센터를 이용할 경우 전북교육청이 식재료비를 추가로 지원해주기 때문에 일선 학교의 센터 이용률이 높아지면 업체의 이윤은 줄어든다. 

전북 C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업체들이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총액 입찰제를 비판하고 있는데 그 바탕에는 자신들의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라며 “게다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입찰에 참여할 때는 이윤과 계획을 충분히 검토하고 응찰하는 것은 기본인데 자신들의 업무능력 부족을 영양(교)사 탓으로 돌리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전북교육청도 업체들의 주장에 대해 명확한 선을 그었다. 업체들이 해결책으로 주장하는 ‘총액 입찰 시 품목별 단가 공개’는 식재료 입찰의 근거법령인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령’에서 금지하고 있다. 

전북교육청 인성건강과 관계자는 “품목별 단가 공개는 회계계약법상 금지된 행위인데다 학교들이 입찰 공고를 시기별로 다르게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품목별 단가 공개는 동일 품목과 규격으로 장기간 입찰할 경우 가능한데 현재 학교에서는 시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식재료 브랜드 지정 대안 될까?

이번 전북지역의 ‘입찰 보이콧’ 파문에 대해 일선 급식 관계자들은 “식재료업체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측면이 있지만 현행 입찰제도에 불합리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말 재확인된 행정안전부의 ‘학교급식 입찰 시 영양(교)사의 식재료 브랜드 지정 가능’ 방침이 재조명되고 있다.<본지 236호(2018년 3월 26일자) 참조>

대책위 김 위원장은 “영양(교)사가 특정 브랜드 지정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비리와의 연관성도 있지만 이를 통해 식재료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함도 있었다”며 브랜드 지정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 다만 김 위원장은 “업체들은 영양(교)사들이 브랜드 지정이 필요하다면 해야 된다는 입장이지만 브랜드 지정 시 해당 제품에 대한 단가 산정의 근거가 명확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영양(교)사들도 브랜드 지정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납품업체가 식단과 전혀 다른 식재료를 가져와도 당장 급식을 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식재료를 받아야만 했던 영양(교)사들은 식재료 브랜드 지정이 가능해지면 품목별 단가 산정이 더 객관적일 수 있다는 것. 

여기에 2016년 국무조정실의 ‘학교급식 실태조사’ 이후 식재료를 선택할 때마다 ‘해당업체와 유착한 것이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를 감수해야만 했던 영양(교)사들은 오히려 ‘당당히 브랜드를 지정하고 그에 대한 근거를 명확히 남겨 떳떳하게 급식운영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전북 C중학교 영양교사는 “업체는 영양(교)사가 마치 업체의 생사권을 쥔 절대 ‘갑’이라고 하지만 영양(교)사들은 학생들의 급식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 뿐”이라며 “업체와 갈등을 빚기를 원하는 영양(교)사는 한 명도 없을 것이며 저부터 당당하게 급식 브랜드를 지정할 수 있도록 시장조사를 철저히 하고 관련근거를 남겨놓겠다”고 말했다. 

 

‘식재료 공동조사단’, 어디까지 왔나

교육청·학부모·영양(교)사·업체 등 참여
광주만 유일하게 운영, 전북도 도입 검토

전북지역 공산품 식재료업체가 벌이는 ‘입찰 보이콧’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공동 시장가격 조사단’(이하 공동조사단)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업체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동시에 영양(교)사의 업무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영양(교)사가 직접 시장조사를 통해 시중가격을 파악하고, 대량 납품을 근거로 일정 부분 가격을 낮춰 입찰 공고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시장가격과 입찰 공고의 가격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이 이번 파문의 핵심. 업체들은 영양(교)사들이 시장가격을 지나치게 낮춰 계산하고 있다며 품목별 단가 공개를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공동조사단이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그 가격을 토대로 입찰을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공동조사단은 지역교육청 단위로 학부모, 영양(교)사, 교육청, 시민단체, 업체 대표 등이 참여해 급식 식재료 단가를 조사해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 기구다. 공동조사단이 조사한 시장가격은 매월 급식 식재료 입찰에 필요한 기초금액의 근거가 된다. 

이에 따라 2010년 이후부터 본격 도입 논의가 시작됐으나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광주시교육청(교육감 장휘국)만 시행하고 있다.

이는 공동조사단이 조사해야 할 품목이 광범위한데다 반드시 1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등 부담이 큰 것에 비해 무보수 자원봉사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설치된 일부지역에서는 매월 영양(교)사가 주축이 되어 1차 시장가격을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2차 운영위원회가 가격을 최종 결정하는 사례도 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품목별 단가 공개는 불가능하지만 업체들의 수익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인근 지역의 공동조사단의 사례를 참고해 공동조사단 구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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