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비 안 내고 안 먹겠다" 각서까지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 김진숙 전 전국영양교사회장 장관 표창 파문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조영연, 이하 영협) 김진숙 부회장이 서울양목초등학교 영양교사로 재직하면서 서울강서양천교육지원청(이하 강서교육청)으로부터 ‘경고’처분을 받은 시기는 2017년 1월.
김 부회장은 2016년 11월부터 제기된 급식 관련 업체의 영업활동에 도움을 줬다는 의혹으로 인해 강서교육청의 특정감사를 받았고, 감사가 진행된 기간은 12월 12일부터 14일이었다.
감사 결과, 김 부회장과 업체와의 유착 의혹은 ‘교육청이 업체에 대한 조사권한이 없어 해당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김 부회장 본인의 급식비 미납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경고’처분 결과가 김 부회장에게 전달됐으며 징계 직후인 같은 해 3월 김 부회장은 양목초등학교에서 같은 양천구의 경인초등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본인 급식비 면제받기 위해 학운위 ‘안건’ 상정
국가공무원 신분인 교사들은 급여 항목에 ‘정액급식비’가 있다. 호봉에 따라 일부 차이가 있으나 김 부회장은 급여에서 매달 13만 원 가량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급식비는 영양(교)사들은 ‘검식’ 의무 때문에 한때 면제해야 한다는 논란도 제기됐었다.
당시 시·도교육청은 처우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리종사원과 교육공무직 영양사에 대해서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면제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명시한 반면 교직원의 급식비 면제는 적절하지 않다고 해석했다. 즉 급여에서 ‘정액급식비’를 지급받는 영양교사는 급식비 면제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2년 이상 급식비를 미납했을 뿐만 아니라 조리종사자 급식비 면제를 위한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 의결사항에 본인의 급식비 면제도 포함시키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학운위 심의를 위해서는 최소한 7일 이전에 안건을 상정해 충분한 사전 논의를 거쳐야 하는데 양천구 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김 부회장은 학운위 당일 본인의 급식비 면제 안건을 상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 논의를 할 수 없었던 이 안건은 일단 학운위에서 통과됐으나 심의 후 학교 관계자들이 계속 문제를 제기해 급기야 김 부회장이 급식을 먹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급식비를 내지 않은 사실은 강서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됐고, 미납 급식비가 워낙 커 김 부회장은 ‘주의’처분 대신 ‘경고’로 처분 수위가 높아졌다.
양천구 한 학교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각서를 썼지만 실제로 급식을 먹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며 “워낙 유명한 일이어서 양천지역 학교 관계자들이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장관 표창, 상벌기록·포상 기준 확인도 안하나?”
2017년 김 부회장의 급식비 미납에 대한 징계가 내려진 후 같은 해 두 차례나 장관 표창을 받았다는 사실에도 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17년 행정안전부 ‘정부포상 업무지침’ 주요 변경사항의 포상 기준에는 ‘이미 받은 포상의 훈격에 관계없이 표창은 3년 이상 경과 필요’로 재포상 금지기간을 명시하고 있어 파문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교직원이 표창을 받기 위해서는 본인이 공적조서를 작성하고, 학교장 또는 교감이 확인한 후 조사자에 날인해 교육청과 교육부의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해당 교직원의 징계와 표창 사실을 교육청과 교육부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교직원 상벌에 책임이 있는 교장과 교감이 징계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김 부회장은 포상 직후인 지난 3월 돌연 휴직을 신청해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의’나 ‘경고’는 포상지침에 명시한 ‘징계’ 수위는 아니며 ‘행정처분’이기 때문에 표창 수상에 문제없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김 부회장의 수상내용이 ‘물가안정기여 유공자’(기획재정부), ‘학생건강증진분야 유공자’(교육부) 등 본인만의 특별한 업적과 실적에 따른 수상이 아니기 때문에 ‘경고’처분을 받은 자가 아닌 다른 영양교사에게 표창이 주어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특히 김 부회장의 징계는 본인의 업무인 급식운영에 부도덕한 행위로 인해 처분된 것이어서 장관 표창이 대단히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표창을 추천한 기관·단체가 특별히 김 부회장에게 상을 밀어주기 위해 징계 등을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거나 눈감은 게 아니냐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역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통상 표창 대상자의 상벌기록 등을 확인하는데 추천 제한이 ‘징계’ 또는 ‘불문경고’로 정하고 있어 이번 표창이 수여된 것 같다”며 “시스템적으로 걸러내지 못한 책임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교육계 인사는 “장관 표창 시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일일이 확인하지 않은 이상 징계여부를 모를 수는 있지만 해당 학교의 교감은 절대 모를 수가 없다”며 “일부러 눈감아준 것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개인의 일탈행위 아니다” 영협 임원진에 불신감 표출
김 부회장의 표창 파문에 대해 일선 영양(교)사들은 영협 임원들에 대해 불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대규모 학교급식 리베이트 파문 등으로 죄 없는 많은 영양(교)사들이 실의에 빠져있는 상황인데 막상 이들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영협 임원들은 본연의 역할은 내버려 둔 채 제 몫 챙기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어 그들의 사회 인식 수준을 알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성토한다.
서울의 A초등학교 영양교사는 “급식비를 안 낸 것도 문제지만 본인 급식비 면제를 위해 꼼수로 학운위 심의를 받으려고 한 사실이 더 참담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B중학교 영양교사는 “매일매일 급식 현장에서 애쓰고 있는 영양교사들의 명예를 전부 훼손시켰다”며 분노했다.
이번 파문에 대해 영협 관계자는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향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