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뇌경색… 구토까지 ‘공포의 조리실’
폐암… 뇌경색… 구토까지 ‘공포의 조리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8.04.20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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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노조 “고장 난 후드와 공조기가 원인, 산재처리 해야”
급식 관계자들 “급식실 안전관리 미흡한 부분 개선 계기로”
수원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던 조리실무사가 폐암판정 후 1년 만에 끝내 사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수원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던 조리실무사가 폐암판정 후 1년 만에 끝내 사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던 조리실무사가 폐암으로 1년여 간의 투병 끝에 세상을 등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이 학교급식실에서 함께 근무한 다른 동료들도 뇌경색이나 기타 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숨진 조리실무사에 대한 산재처리와 함께 학교급식실의 안전관리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이하 학비노조 경기지부)에 따르면 수원시 K중학교에서 10년 동안 근무해온 이 모 조리실무사는 지난해 3월 폐암 3기 판정을 받고 투병 끝에 지난 4일 숨을 거뒀다. 이 씨는 폐암 판정을 받은 후 임파선까지 전이돼 수술이 어려워 항암치료로 재활의지를 다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학비노조 경기지부는 지난 12일 성명서를 내고 “산업재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비노조 경기지부에 따르면 이 학교급식실에 종사하는 4명의 조리실무사들이 건강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증상도 튀김 작업 중 구토증세를 보이거나 어지럼증이 있었고 이로 인해 입원도 했다는 것. 지난해 5월에도 다른 조리실무사가 뇌경색과 반신 마비를 일으켜 아직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비노조 경기지부는 조리실무사의 잇따른 건강이상은 “급식실의 미흡한 안전관리에서 비롯됐다”며 특히 고장 난 급식실 공조기와 후드를 지목했다. 학비노조 경기지부는 “급식실에서 공조기와 후드는 유해공기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마스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비”라며 “숨진 조리실무사의 폐암 발병 사실을 확인한 후 해당 학교와 교육청에 문제해결을 요구했으나 경기도교육청은 아직까지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고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여러 업체를 통해 현장 상황을 파악했고 관할인 수원교육지원청이 후드, 공조기 등의 수리비를 지원해 배기 보강도 마쳤다”며 “산재처리는 근로복지공단에서 판단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리실무사의 사망에 대해 급식현장 관계자는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산재처리와 동시에 교육청이 급식실 안전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안이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학교급식 조리실에 대해 기준을 명확히 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이하 산보위)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2월 학교급식에 대해 ‘교육서비스업’이 아닌 ‘기관구내식당업’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판단을 재확인했고, 통계청과 법제처는 교육부가 지난해 7월 요청한 유권해석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판단이 맞다’는 최종 판단까지 내린 상황이다.

이를 근거로 시·도교육청은 산보위 설치를 통해 각 학교에 적절한 안전관리 대책과 시설 보완 등을 실시하고 안전관리교육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의 한 영양사는 “조리하며 발생하는 연기는 인체에 유해해서 반드시 후드와 공조기를 작동시키고 작업을 해야 한다”며 “교육청과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양사도 “학교마다 후드가 고장 난 곳이 많으며 수리 또한 차일피일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돌아가신 분을 생각해서라도 급식실 안전에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급식 관계자는 “산보위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어도 급식실 종사자들과 소통의 창구가 되고, 이를 통해 개선방법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사명감으로 일하는 급식실 종사자들이 안전관리 미흡으로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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