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과일간식사업, "알맹이가 빠졌다"
초등 과일간식사업, "알맹이가 빠졌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8.05.21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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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충북에서 시작, 전국 24만 명에 연 30회 제공
사업 예산 삭감돼 식생활교육 제외… "반쪽 사업" 지적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권한대행 김현수, 이하 농식품부)가 의욕적으로 시작한 과일간식사업에서 식생활교육이 제외돼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과일간식사업이 장기적으로 식생활교육과 이에 따른 식습관 개선 없이 소모성 사업으로 그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4일 충북 영동초등학교(이하 영동초)의 방과후 돌봄교실(이하 초등돌봄교실) 학생들에게 과일간식(조각사과, 1인 150g)을 제공했다. 초등 돌봄교실 과일간식 무상공급은 지난해부터 준비과정을 거쳐 이날 처음으로 시행된 것이다.

지난 4일 농림축산식품부 김현수 장관 권한대행이 첫 과일간식사업이 시작된 충북 영동초등학교를 찾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지난 4일 농림축산식품부 김현수 장관 권한대행이 첫 과일간식사업이 시작된 충북 영동초등학교를 찾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영동초는 1학년과 2학년 201명 중 맞벌이, 한 부모 가정 등의 학생 50명을 2개 반으로 나눠 초등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영동초에 공급한 과일간식은 충북지역에서 생산한 10가지 과일로 도내 6개 산지유통센터(APC)에서 공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함께 실시되는 과일간식사업은 올해 24만여 명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 1~3회 과일간식을 제공한다. 대상은 1·2학년 중심의 ‘초등 돌봄교실’과 3~6학년 중심의 ‘방과후학교 연계형 돌봄교실’이 모두 포함된다.

과일은 사과, 배, 포도, 감귤, 단감, 복숭아, 키위, 방울토마토, 딸기 등 다양한 품목으로 구성된다. 학교에 제공되는 시기는 5월부터 주 1회, 연간 30회에 걸쳐 공급되며 예산은 농식품부가 72억 원을, 지방자치단체가 78억 원을 부담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72억 원에는 전액 과일구매와 전처리, 배송 비용 등 실제 과일에 대한 예산만 포함되어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기획재정부와의 예산 협의 시 ‘식생활교육을 위한 운영비·교육비’를 포함시켰으나 이 예산은 예산 협의단계에서 전액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예산 협의단계에서 식생활교육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전체 초등학생 대상이었던 것이 일단 초등 돌봄교실을 대상으로 실시하도록 축소됐다”며 “식생활교육의 중요성을 기획재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끝내 반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과일간식사업 시행 전부터 급식 관계자들은 식생활교육의 중요성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과일간식을 실시하는 동시에 과일의 유익함을 배우고, 식습관도 개선할 수 있도록 식생활교육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일을 간식으로 주더라도 과일의 장점과 중요성을 설명하고, 식생활교육을 통해 과일을 자주 먹도록 식습관을 바꿔줘야 과일간식사업의 진정한 목적이 달성된다는 의견이다. 지난해 7월 김현권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과일간식 제공과 함께 식생활교육 시행의 필요성을 담은 ‘식생활교육지원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경북지역 A초등학교 영양교사는 “학교급식의 경우 식생활교육을 받지 않는 아이들은 급식이 왜 중요한지, 자신들이 채소와 과일을 왜 먹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과일간식사업도 공급하는데 그치지 말고 식생활교육을 통해 지속적으로 과일을 먹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농식품부 원예경영과 김지현 서기관은 “올해는 과일간식사업이 초등 돌봄교실로 한정됐지만 내년에는 전체 초등학교로 확대하는 등 계속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부처와 국회를 대상으로 식생활교육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려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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