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의 ‘식중독 누명’ 여전
학교급식의 ‘식중독 누명’ 여전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8.06.20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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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 초등생 집단복통 등 증세 원인 ‘노로바이러스’로 확인
식수·외부감염 등 다양한 원인 있음에도 … 일단 학교급식이 ‘표적’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여러 명의 학생들이 집단으로 복통, 설사, 구토 등의 증세를 보이면 잠정적으로 ‘식중독’으로 보는 관행으로 인해 학교급식 관계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보건당국의 정밀조사 결과 ‘학교급식과는 관계없다’고 밝혀져도 이미 ‘식중독 발생’이라는 이미지를 떼어내기 어렵고, 영양(교)사·조리사(원)들의 피해 역시 구제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초등학생들의 집단 복통, 설사 증세가 최근에 일어난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최초 환자가 발생한 후 두 달이 지난 현재, 보건당국의 보고서가 질병관리본부로 전달돼 조만간 최종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경북 구미 A초등학교와 B초등학교에서는 4월 20일경부터 80여 명에 달하는 식중독 의심 환자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230여 명의 학생들이 결석했다. 

당시 언론보도 역시 ‘구미지역 초등학교 집단 식중독 발생’ 등의 내용으로만 보도돼 더 큰 파장이 일었었다. 하지만 ‘식중독’과 ‘식중독 증세’조차 구분하지 않은 언론보도는 구미시 보건당국의 1차 보고서가 나온 지금까지 바로잡히지 않고 있다.

구미시청과 구미시보건소, 경북교육청 등으로 구성된 역학조사반이 지난 5월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한 원인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두 학교 학생들 모두 식중독균은 검출되지 않았고 노로바이러스만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로바이러스는 식수에 의한 감염이 대부분인데다 보건소 관계자 역시 “학교급식소 밖에서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학교급식에 의한 식중독‘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감염 경로 또한 최초로 발생한 A학교에서 B학교로 전파된 것으로 확인됐고, A학교의 환자들이 B학교 환자들과 동일한 학원을 다닌 사실도 확인됐다. 이처럼 집단 복통·설사·구토 증세를 보일 수 있는 원인은 실제로 다양함에도 언론보도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경북 A초등학교 영양교사는 “학교급식은 일반 산업체급식에 비해 훨씬 강한 수준의 위생관리와 반복적인 점검으로 인해 식품에 의한 식중독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데 각종 언론보도를 보면 학교급식소는 식중독의 온상처럼 느껴져 분노를 참기 힘들다”며 “언론보도뿐만 아니라 보건당국에서도 식중독 의심 증세가 나타나면 일단 ‘식중독’으로 판정하고 조사를 시작하는데 이런 관행부터 잘못됐다”고 성토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실제로 학교급식과 관련이 없는 식중독 의심 증세 때문에 학교급식에 종사하는 분들의 사기와 의욕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보건당국이 앞으로 언론보도에 대해 보다 세심하고 정확히 대응해 학교급식이 억울한 누명을 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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