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폭염에 불구덩이에서 일하는 학교급식
[칼럼] 폭염에 불구덩이에서 일하는 학교급식
  • 박성식 정책국장
  • 승인 2018.07.2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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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식 정책국장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지난해 여름 모 중학교의 조리실무사가 혼수상태에 빠진 사건이 있었어요. 폭염 속에 몸이 아팠지만,  동료들에게 부담될까봐 알리지도 못하고 병원도 못가다가 집에서 쓰러졌어요.”

이 증언 하나에도 폭염, 식수인원 등에 따른 급식실 노동강도, 산재 예방과 대처와 같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담겨있다. 작년에도 여러 명의 급식 노동자들이 실신했지만, 교육당국의 급식실 폭염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방학 시기는 갈수록 늦춰지는데 폭염은 앞당겨지고 심해져 폭염 안전대책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실제 지난 6월 말 대구의 한 고등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실무사 두 명이 직화 팬에 부침 요리를 하던 중 열탈진 증상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는 본격적인 폭염 시기가 아님에도 벌써 위험에 노출된 상황인 것이다.

급식실 노동자들은 펄펄 끓는 물과 기름을 이용해 음식을 조리한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최근 조리시간, 세척시간 등을 나눠 급식실 온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튀김 요리를 할 때 작업자 주변 온도가 44.4℃였고, 심지어 세척실 주변은 51.6℃까지 올라갔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에게 고온의 작업이 자신의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교육조차 한 적이 없다. 교육당국은 급식실 적정 온도기준을 마련하거나, 하다못해 혹서기 권장 메뉴라도 선정하는 등 안전지침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학교에 폭염대책은 발표되지만 거기서도 비정규직은 배제된다. 급식실 식중독 예방지침은 있으나 노동자 안전지침은 전무하고, 작업환경에 대한 기준이 없으니 급박한 조치가 필요한 고온의 위험업무 중단 등의 방안도 있을 수 없다. 반면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선 ‘열중증’ 예방을 위해 고열에 의한 노동자 안전예방 대책을 현장에 수립하고 있다. 한국에서 유독 무대책 폭염노동이 지속되는 이유 중엔 제도의 문제도 있다. 민간기업에 전면 적용되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모범적이어야 할 공공기관인 학교현장에서 전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학교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방치하고도 문제의식조차 갖지 못하는 실정이다.

부족한 인력 배치도 폭염 위험을 가중시킨다. 민간 단체식당의 경우 50~60명 당 1명이 배치되는데 반해, 전국 시·도교육청의 학교급식 배치기준은 1명 당 100~150명이나 된다. 즉 단체급식 중에서도 학교는 배치인원이 가장 적고, 대체인력 확보도 어려워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또한 안전에 대한 고려 없이 설계된 급식실은 곳곳에 냉방기나 환풍기를 달수도 없고, 그나마 있는 에어컨도 적은 용량이라 화기의 열을 감당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게다가 노동자의 업무 자세를 고려하지 않고 제작된 급식설비를 청소할 때면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된다. 이러니 하루 일을 마치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냈구나”하는 안도감이 드는 게 자연스럽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선 안 된다. 아니 이미 수차례 소를 잃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사고가 나야 개선책을 만지작거릴 것이 아니라 선제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배기시설과 냉방시설 전면 점검 등 폭염 대비 급식노동자 안전대책 수립과 함께 급식실 적정 작업온도 등 작업환경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그와 함께 필요한 대체인력 확보와 배치기준 개선으로 폭염위험 가중과 골병 없는 학교급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비용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인 학교가 돼야 올바른 교육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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