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의료시스템에 억울한 조리종사원
못 믿을 의료시스템에 억울한 조리종사원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8.08.04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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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한 초등학교 조리종사원 결핵 감염 확진
병원 검사서 이상無, 자진 정밀 검사로 확인돼
지난해 제주 KAL호텔과 ‘판박이’, 대책 세워야
충북 청주의 한 조리종사원의 결핵 감염을 놓고 조리종사원의 책임을 묻는 무책임한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충북 청주의 한 조리종사원의 결핵 감염을 놓고 조리종사원의 책임을 묻는 무책임한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충북 청주의 한 초등학교 조리종사원이 결핵에 걸린 사실을 모르고 학생들에게 배식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충청지역 언론들은 일제히 조리종사원이 결핵에 걸리고도 급식 배식에 나서 문제라는 방향에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해당 조리종사원은 일반 검진에서 이상이 없었으나, 본인 건강에 문제가 있음을 감지하고 자진해서 병원 정밀 검사를 요청해 최종 결핵 감염을 확인했다. 

일각에서는 임시 조리인력 지원이 쉽지 않은 급식 사정상 조리종사원이 특별한 사유 없이 급식에서 제외될 수 없었고, 본인이 정밀 검사를 희망한 끝에 결핵 감염 사실을 알게 됐음에도 이에 대한 명확한 사실 확인조차 없이 비판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이 병원 검진을 받았음에도 결핵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현행 보건당국의 검진체계다.

지난달 18일 청주 A초등학교의 조리종사원이 결핵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조리종사원은 일주일 전인 지난 11일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에서 엑스레이 등의 검사를 받았으나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급식의 중요성을 감안해 정밀검사를 다시 받았고, 일주일 후인 18일 최종 결핵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조리종사원은 확진판정 즉시 영양교사와 교육청에 사실을 알렸고, 급식조리에서 제외돼 현재 치료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이후 A초등학교는 방학에 들어가며 더 이상 급식을 하지 않았고, 교육청과 보건당국은 이 조리종사원과 밀접하게 접촉한 종사자 10여 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진행해 추가 감염자가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했다.

반면 학생들은 조리종사원과 접촉 빈도가 낮았기 때문에 학생 대상 역학조사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역학조사관의 판단에 따라 진행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6월 특급호텔인 제주 KAL호텔 장티푸스 집단발병과 매우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당시 KAL호텔에서도 2명의 조리종사원이 장티푸스 감염자로 확인됐지만, 해당 조리종사원은 무려 6개월간 15차례 이상 병원 진료를 받았음에도 장티푸스 감염 판정을 받지 못했다. 

특히 보건소에서는 보건증까지 정상적으로 발급했음에도 장티푸스가 집단발병한 후에야 보건당국이 장티푸스 감염사실을 밝혀냈다. 

이 때문에 당시 단체급식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보건증의 신뢰도가 깨졌다”며 보건당국 마저도 믿을 수 없으니 영양(교)사들은 급식소 관리를, 조리종사자들은 근무 전 문진 확인 등을 보다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A중학교 영양사는 “조리종사자들이 근무에 들어가기 전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문진하면서 근무에 적합한지, 질병은 없는지를 충분히 확인한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질병은 확인할 수도 없을 뿐더러 가뜩이나 적은 인력으로 급식을 운영하는데 명확한 사유 없이 조리인력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B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집단급식소에서 집단감염 사고가 터지면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영양(교)사의 전문성과 권한 이외의 일까지 책임지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제주도나 이번 충북의 사례가 얼마든지 재발될 수 있는 만큼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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