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eaT, 이제 기본으로 돌아가야”
“길 잃은 eaT, 이제 기본으로 돌아가야”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8.08.27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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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성실업체 관리에 끝까지 미흡, “eaT는 업체와 하나였나” 비판
기존 제도 성실히 운영하고, 등록업체 ‘지역별 쿼터제’ 도입 필요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1. 인천 A초등학교 급식실.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한 B영양교사는 업체가 가져오는 식재료를 꼼꼼하게 검수한다. 입찰 당시 지정한 성분함량의 %까지 살피며 업체 직원에게 하나하나 묻고서야 조리실로 들여보낸다. 업체들은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불평을 뒤에서 하지만 영양교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 성분표시조차 지키지 않고 반품마저 거부하는 업체의 ‘갑질’(?)을 당해온 영양교사로서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오전에 처리해야 할 공문과 문서작업이 많아 퇴근 시간이 늦어지지만 식재료 검수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2. 학교급식 납품용 식재료를 생산하는 경기도 B업체. 중소기업인 B업체는 갈수록 낮아지는 식재료 가격 때문에 최근 골머리를 앓고 있다. B업체는 유통망이 없어 식재료만 납품하는 직납업체(유통업체)를 이용해 학교에 납품해왔다. 납품단가가 낮아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최근에는 유통업체가 계속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해오고 있어 고민이 많다. 이런 사정을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 지난 10년간 나름대로 성실하게 사업을 해왔다고 자부하는데 결국 학교급식 납품 포기까지 생각하고 있다.

최근 크게 불거진 인천지역 학교급식 납품업체의 ‘갑질’(?)을 놓고 근본적인 대안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본지 245호(2018년 8월 6일자) 참조>

급식 현장에서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곳으로 손꼽는 것은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이하 eaT)으로, 이미 수차례 언론과 국회에서 지적이 이어진 것과 같이 부실한 직납업체 난립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곳이 eaT라 볼 수 있다.

전국 1만1700여 개 학교 중 eaT를 통해 식재료를 공급받는 학교가 1만여 개에 이르는 등 실제 eaT가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성실업체들의 사전 차단은 고사하고 오히려 플랫홈 역할을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eaT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와 aT 측의 무성의가 맞물려 학교급식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유령업체 난립을 방조하고, 이것이 학교급식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eaT가 하루빨리 설립 목적과 함께 학교급식의 근본 취지가 무엇인지를 되새겨 봐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사진은 eaT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 모습.
eaT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와 aT 측의 무성의가 맞물려 학교급식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유령업체 난립을 방조하고, 이것이 학교급식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eaT가 하루빨리 설립 목적과 함께 학교급식의 근본 취지가 무엇인지를 되새겨 봐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사진은 eaT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 모습.

 

유명무실 사후관리시스템, 정상화 시급

학교급식 현장에서는 그동안 유명무실하게 운영돼온 eaT ‘사후관리시스템’의 정상적인 운영과 이를 보다 효용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 A중학교 영양교사는 “사후관리시스템은 납품업체에 대한 평가부터 납품시간, 성분표시 준수 여부, 심지어 납품 차량의 타코메타 기록 제출까지 포함할 정도로 급식 현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며 “하지만 eaT는 사후관리시스템을 ‘면피용’으로 만들어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외면하고 무시해왔는데 이제라도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다 적극적인 eaT의 대처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eaT는 지난 2013년 학교급식 품질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식재료 검수 시 공급업체에 대한 평가를 하고, 이를 사후관리시스템으로 공유해 신고된 부적격 업체에 대해서는 교육청과 합동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결과를 토대로 부적격 업체들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처벌조항은 없다.

서울지역의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eaT의 태도는 ‘업체들의 문제는 교육청이 해결하라’는 식의 책임 떠넘기기와 다르지 않았다”며 “법과 제도를 고치는 것이 아닌 eaT 스스로 정하는 약관을 수정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부분이었는데 eaT는 지난 5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뤄진 배송차량등록제, 조속히 시행돼야

사후관리시스템 이외에도 그동안 적용이 유예된 상태로 꾸준히 문제가 됐던 eaT ‘배송차량등록제’ 역시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배송차량등록제는 현재 eaT 이용약관 ‘공급사 자격제한기준’ 제17조에 명시되어 있는 것으로, 지난 2016년 12월 납품업체가 eaT에 등록되지 않은 차량으로 납품할 경우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는 조항을 신설했다. 당시 이 조항은 eaT 내에 상존하는 유령업체들을 크게 걸러낼 수 있는 제도라고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 조항은 신설 직후부터 석연치 않은 이유로 6개월씩 세 차례나 시행이 미뤄진데 이어 지난 7월에는 내년 4월로 또다시 미뤄졌다. eaT는 등록업체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이유로 연거푸 연기해왔다.

서울지역의 A업체 관계자는 “eaT에 대한 불만은 학교 영양(교)사 뿐만 아니라 식재료 제조업체, 정상적인 직납업체 모두가 갖고 있을 것”이라며 “eaT는 공급업체를 무분별하게 늘려 외부에 과시하려고만 할 뿐 학교급식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애정은 없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eaT 등록업체, 지역별 쿼터제 도입 필요

이처럼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eaT의 학교급식 납품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급업체의 eaT 등록을 강화하고 ‘지역별 쿼터제’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교육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급식을 하는 학교 수는 1만1747개로 공동조리 및 공동관리 학교를 제외하면 약 1만여 개 학교가 실제 급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eaT에 등록된 9100여 개의 공급업체가 한 학교를 담당하는 셈이다. 과도하게 많아진 업체 수는 업체들로 하여금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이 업체들은 낙찰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다수의 유령업체를 설립하도록 유도했다.

업계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1개 업체가 3~5개 학교를 납품할 수 있다고 가정할 때 9100여 개 업체 중 2/3가 유령업체라는 추론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모순된 구조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광역자치단체별로 학교 수에 맞는 적절한 공급업체 수를 등록시키는 ‘지역별 쿼터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경기지역의 B업체 관계자는 “지역별 쿼터제가 도입되면 지역별로 적정한 수의 업체가 등록 및 관리될 것이고, 이를 통해 실체 없는 유령회사의 난립을 막는 것은 물론 정상적인 공급업체들의 건전한 경쟁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학교급식 식재료의 질 향상과 함께 학교에 업체가 ‘갑질’하는 모순도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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